주말이니 아침밥 먹고나자 운동가자고 재촉해대는 태균이 덕에 나선 길. 간만에 만보행도 해보고 완이 운동화신기 훈련도 다시 하고. 지난 목요일 운동화신겨 나섰다가 종일 완이의 공격성에 맞서야 했으니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습니다. 부모님들께 꼭 드리고 싶은 말! 아이가 심하게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아이에게는 절실히 필요한 것이라는 사실!
아이의 민감하고 공격적인 반응에 대해 스트레스 운운하는 건 우리 아이들의 본질을 이해하는 노력을 소홀히 했거나 아이의 극심거부에 맞설 용기가 없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선순환의 회로에 들어와있는 J도 초기 발달학교 시절, 6개월을 울어댔습니다. 주변에서 민원도 많이 들어오고 경찰출동까지 벌어졌던 대단한 울음소리였지만 학교에서는 그 울음에 결코 동하지 않았습니다. 부모에게도 동하지 않는 것이 아이를 살리는 길이라는 것을 누누히 강조했기도 했고...
완이의 양치질이나 양말 운동화신기 거부 등은 아이의 극심 촉각방어에 계속 부모가 동하기 때문입니다. 양치질은 저도 접근이 너무 어려운 것이 칫솔을 입에 넣으려고만 해도 심한 거부행동을 하기에 피가 나기도 하고 어딘가 다칠 염려가 있어 한계가 느껴지긴 합니다. 그러나 운동화신기 정도야...
양말까지 신기고 싶었으나 두 가지 다시 시작해야 하니 우선 한 가지부터라도... 지미봉둘레길 2km 걷기 초입 어찌나 표독하게 사람에게 달려들어 할퀴려고 하는지 전쟁터가 따로 없습니다. 신발 벗어제끼려는 시도도 계속 제지당하자 더 달려들고, 기싸움이 장난아닙니다. 운동화 하나 가지고도 이리할지니 이 많은 것들을 어찌 잡아가나...
원시반사에 대한 부모님들의 이해를 위해서라도 어서빨리 원시반사 안내책자를 써야 되겠습니다. 원시반사가 소거되지 않는 한 아이의 뇌는 평생 생후 6개월 이상을 넘길 수가 없습니다. 원시반사가 남아있으면 측두엽 조차 발달하지 못해 덩치가 커질수록 불안요소들이 공격성으로 변질되기 마련입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완이는 첫번째 단계를 위한 기본부터 해결을 요한다고나 할까요?
완이같은 아이들이야 꽤 많을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부모들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행동문제가 없어도 자폐증의 성인들은 사회 속에서 사람취급도 못 받는데, 행동문제가 크다면 다른 발달장애인들은 설 곳이 더 없어집니다. 일반사람들에게 발달장애가 있으니 이해해달라 라고 주장하는 건 그야말로 역차별입니다.
이미 발달장애 교육에 시설과 인력이 과다하게 투여되어야 하다보니 일각에서는 일반아동들에 대한 역차별 논란까지도 있습니다. 소수 발달장애 아동들이 거의 개별교사와 더불어 특별히 마련된 별도시설을 제공받고 있으니 20-25명이 한 교실에서 복작되어야 하는 일반아동들의 부모 시선으로는 역차별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합니다.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제발 더불어 살게 해달라고 읍소하기에 앞서 더불어 살아가도 좋을 아이상태를 만들어 가는 것, 그런 열린 마음으로 나의 아이의 장애를 대하는 부모들의 인식전환이 절실한 때입니다. 이게 제 주관의 방향입니다. 결국 우리가 바래야하는 세상은 부모에게 달려있기에 이런 점에서 제 역할을 찾아야 하는데... 완이와의 씨름은 그래서 이번 여름에 끝내야겠다 생각할 수 밖에 없지요.
위에 인용한 그래프에서 보면 아무리 심한 자폐증이라도 전두엽 발달 전 단계까지는 와야 합니다. 그래야 뭘 가르치거나 함께 하더라도 뇌에서 반응하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언제든 원점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뇌상태는 아직 그 단계까지도 못 왔기 때문입니다.
지미봉둘레길 2km를 엄청나게 솟구쳐오르는 땀세례 속에서 무사히 마쳤습니다. 미칠 것 같은 촉각방어 폭발에다 입병까지, 완이는 만사가 힘든지 표정은 완전 굳어있습니다. 신神이시여, 완이에게 기적을 내려주소서!
산책마치고 세화해수욕장과 하도리해수욕장을 돌아보니 관광객들이 바글바글합니다. 그들을 피해 달려온 우리만의 깨끗한 바닷가, 이 곳은 아무도 이용한 적이 없는 외진 곳이지만 성산일출봉이 바라다 보이는 멋진 해안입니다. 태균이만 신났습니다.
여러가지로 힘든 완이는 결국 물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자꾸 누우려고 하니 서둘러 집으로 가는 수 밖에... 그 좋아하는 물에도 시큰둥한 걸보니 힘들기는 힘든가 봅니다. 그저 사랑만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게 되길 바라는 것이 바램으로 끝나질 않길...
첫댓글 고생 넘 많으시네요.
오늘도 행동수정의 중요성에 대해 공부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