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의원이 요즈음 살 맛 나는 모양이다.‘회고록’이랍시고 며칠 전부터 찔끔찔끔 흘리고 다니는 게 격에 맞지도 않지만 갓 쓰고 자전거 타는 꼴이다. 정치계에 발을 담군지 고작 일 년 반가량 되었나, 그리고 대선후보로 도전한 것이 1년이 채 안됐다. 아직 정치 신인이며 정치 물정을 제대로 파악도 못한 신출내기가 회고록 운운하는 자체가 여간 시건방진 게 아니다. 역대 대통령과 정치권의 거물들은 대체로 모두 인생 말기에 회고록 또는 자서전을 내 놓고 평생 정치권에 몸담았던 정치 후일담과 덕목들을 후대에 남기는 게 회고록이 갖는 순수한 의미일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정치역정과 환희와 애환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 한 시대의 획을 긋는 중요한 의미를 담은 게 회고록이요, 자서전이다.
그런데, 근간에 언론 매체에 보도되는 문재인의 회고록은, 사전에 이러 이러한 내용을 담은 회고록이 출간되니 모두 탐독하세요. 라고 주문하는 책장사 같기도 하고 그 수법이 너무 치졸하고 유치해서 뭐라 평가할 가치가 없다. 그 회고록의 줄거리를 보면 대선 패배를 승복 못하겠다는 어깃장과 한 마디로 분해서 못 참겠다는 원망으로 가득차 있다. 그게 무슨 회고록인가, 하다못해 이석기의 사면 복권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당시 상황과 nll사초 실종 사건의 과오 그리고 현충원 참배 때 DJ 묘역만 찾은 이유, 이런 것들이라도 적시 됐으면 그나마 틀은 갖췄다고 볼 수 있으려만 그런 것들은 싹 빼 버리고 한 맺힌 구절만 나열했으니 그건 복수열전 내지 선동지침서일 뿐이다.
야권의 대통령 후보였다는 어드밴티지와 친노 수(首)라는 상징성 때문에 그럴 것이다 생각은 하지만 인격 수양이 안 되어도 너무 안 됐다. 도대체 지난 1년 무엇을 했다고 회고한다는 건가. 정상회담 대화록에의 거짓과 발뺌으로 미꾸라지 정치로 하 세월 다 보낸 자가 진정 국민에게 미안한 감정이 있으면 그렇게 거드름 피워 될 일인가. 대통령 후보였다는 겸손과 미덕은 없고 그것이 큰 훈장이나 되는 양 설치는 게 장돌뱅이 빼 닮았다. 문 후보의 회고록‘1219 끝이 시작이다’에서 대선 패배의 원인을 종북 프레임과 단일화 실패에 둔 것을 보더라도 아직 대선 불복 바이러스에 심각하게 감염된 자 같다. 48%의 지지(支持) 허상에 사로잡히게 되면 판단력 부족으로 인해 정신적 균열 현상이 심해진다. 그것을‘포말인기증후군(泡沫人氣症候群)’하여 자해, 자살의 동기유발의 기초라고 했다. 위험수위를 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종북 프레임은 스스로 자청한 것이고, 단일화 실패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자신의 입으로 안철수를 껴안고‘우리는 아름다운 단일화를 이뤄냈다, 그렇지요, 여러분!' 이라고 유세장에서 얼마나 기고만장했나. 왜, 단일화 실패였다고 했을까? 안철수가 좀 더 일찌가 자기를 밀었으면 대선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원망이 아직 남았다고 보는 것이다. 결국 단일화 실패도 안철수에게 있는 것이라고 덤터기 씌우는 저 악랄한 문재인의 심성이 번뜩이는 대목이다. 회고록 전반에 얽히 내용을 본 새누리당이 일언지하에‘유권자에 대한 모독이자 대선 불복’선언한 문서라고 맹공을 퍼 부은 것은 당연하다. 누가 봐도 그 회고록은 대선 불복 대차대조표 같은 것이었으니 말이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 또한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회고록)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반성과 성찰 없이 남 탓만 하고 있다. 정말 뻔뻔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문 의원이 대선에서 패배한 것은 준비 부족과 실력 부족, 친노(친노무현) 세력이 국민적 지지를 못 받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는데 아주 정확한 지적이다. 그 말은 회고록 어느 구석에도 없었다. 그리고 윤상현 의원도‘종북 프레임의 성공이 박 대통령의 승리에 결정적이었다’고 판단한 대목은 선거를 정치투쟁의 프레임으로 밖에 이해하지 못한 문재인의 한계를 본인이 인식을 못한 것이라고 한 점에 귀 기우릴 필요가 있다.
문재인의 저격수로 잘 알려진 조경태 최고위원은, ‘대한민국 대선후보를 지낸 분이 시작과 끝을 구분 못하는 정치적 한계를 드러냈다고 했다.’회고록 제목,‘1219 끝이 시작이다’를 빗댄 명언이다. 시작과 끝의 구분이 안 되는 자가 4년 후의 대선 출발을 벌써부터 한다고 문재인을 사정없이 후려친 것이 이번 회고록의 출간에 가름하는 명답인 것이다.
오늘 마침내 친노 초선 장하나 의원이 대통령 사퇴하라는 폭탄선언을 하며 문재인의 충견임을 과시했다. 지난 10월말 민주당 초선의원 20명이 내각 총사퇴 주장한데 이어 초선의원의 반란은 나름 이유가 있다. 거의 비례대표 출신이 대 다수다. 알다시피 한명숙 전 대표가 싹쓸이로 끌어 모은 심복들이다. 그들이 밥값 하느라 위기의 민주당 구하기에 나선 것으로 보면 틀림없다. 문재인의 회고록 내용이 만신창이로 두들겨 맞고 안철수 신당의 최고위원 발표에 물타기 하느라 오늘 장하나가 벌침 한 방 쏘고 장렬히 정치생명을 내 던졌다고 보면 된다.
민주당은 개인적 입장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문재인과 친노 민주당 세력들은 내심 환호하며 몰래 숨어서 술 파티 하느라 분주할 것이다. 그리고 문재인의 회고록은 언급한 바와 같이 선동지침서에 불과하여 향후 박 대통령 저격수들이 번질나게 나타날 것이다. 매번 하는 말이지만 민주당이 길길이 날뛸 때는 김대업 처방이 가장 약발이 잘 받는다. 이 시점에 김대업 회고록이 출간되면 단번에 베스트셀러가 되어 민주당을 폭삭 주저앉힐 수 있을 것인데, 정말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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