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베르니 모네의 집 정원, 수련 연작의 현장이다

▶ 2012년 7월 30일(월), 흐림, 오후에는 비
- 프랑스, 지베르니(Giverny)
파리 외곽 순환도로를 타고 지베르니를 향한다. 어제 파리는 비가 내렸다. 오늘 아침기온 16도.
늦가을처럼 춥다. 거리의 행인들은 두툼한 옷을 껴입고 종종걸음 한다.
도시를 지나가다 그 도시 규모의 대소를 짐작하는 데 이력이 붙었다. 도시 초입변두리에 맥도
날드가 있거나 거리에 중국집이나 일식집 간판이 보이면 어지간히 큰 도시다.
세느 강 옆의 베르농(Vernon)이 꽤 큰 도시다. 지베르니는 세느 강 건너 베르농을 마주보고 있
는 아주 조그만 마을이다. 마을 어귀부터 꽃길이다. 주차장은 나무그늘 아래 너른 잔디밭이다.
주차장을 나와 길옆에 여러 꽃 핀 화단들이 보여 머뭇거렸더니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의 집은 한참 가야 한다.
꽃동네다. 집집마다 꽃으로 넘쳐난다. 꽃길을 간다. 울 넘어 접시꽃이 활짝 핀 화판을 내밀고,
울 밑에는 물봉선화와 봉선화가 다소곳하다. 한 예술가의 힘은 대단하다. 시대와 국경을 넘어
그의 발자취를 찾는 사람들이 세계각지에서 몰려드니 ….
우리는 모네의 집 방문을 미리 인터넷에서 예약을 했던 터라 길게 줄서지 않고 바로 입장한다.
온통 꽃밭인 너른 정원을 소로의 동선 따라 구경한다. 눈에 익은 꽃들도 더러 보인다. 달리아,
초롱꽃, 풍접화, 수국, 원추리, 클레마티스, 후쿠시아, 수레국화, 루드베키아, 글라디올러스, 라
벤더, 한련, 백합, 코스모스, 자주달개비, 백일홍, 금송화, 플록스 ….
이 무리 중 도라지꽃이 보인다. 반갑다 말을 할까. 도라지꽃을 이국 하늘 아래 여기에서 보다니.
정원 동쪽의 큰 나무그늘아래 쉼터에 등벤치가 놓여있다. 모네는 ‘정원의 여인’으로 여기서 놀
던 여인들을 그렸다. 그림 속의 나무는 참오동나무다. 그때가 옛날. 가늘었던 참오동나무는 몰
라보게 거목으로 자랐다.
1. 모네의 집 앞

2. 모네의 집 앞길

3. 모네의 집 정원에서

4. 모네의 집 정원에서, 달리아

5. 모네의 집 정원에서, 달리아

6. 모네의 집

7. 모네의 집 정원

8. 모네의 집

9. 모네, 화장실 입구에 붙여있다.

10. 모네의 집 마당 그림

11. 모네의 그림, 가운데 나무는 참오동나무다

12. 모네의 그림

13. 모네의 그림

모네가 살던 집은 박물관으로 꾸몄다. 모네는 1840년에 파리에서 태어났으나 1883년에 이곳으
로 이사하여 1926년 죽을 때까지 43년간 살았다고 한다. 벽에 걸린 그의 그림은 모작이리라. 그
가 생전에 수집하였다는 일본의 목판화 우끼요(浮世繪)가 전시되어 있다.
19세기말 파리는 일본문화의 열풍에 휩쓸렸다고 하니 모네는 그 중심에 있었다. 모네의 ‘수련’
연작은 자연에 대한 우주적인 시선을 보여준 위대한 걸작으로 평가 받는데, 그 산실인 연못은
일본의 냄새가 짙게 풍긴다. 아치형 다리가 그렇고, 대나무, 버드나무가 그렇다.
그래서인지 일본 사람들의 단체관광객이 많다. 일본의 아이치현 토요하시 시(愛知縣 豊橋市)는
1998년 5월 25일 토요하시 시의 명산이라는 감나무와 영산홍을 기념식수까지 하였다. 굴다리
지나 연못으로 간다. 햇볕 쨍쨍한 한낮. 능수버들 늘어진 연못에 뭉게구름은 한가하고 수련(垂
蓮)은 존다. 연못가 대나무 숲 아래에서 저 빈 조각배는 하마 여인네들이 타고 놀던 그때를 그릴
까?
머위를 화초로 가꾸었다. 머위 잎이 우산만큼이나 크다. 무릇 흔한 것이 귀한 것이라고 했다. 그
런 생각이 바다 건넜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닌가 보다. 자주 보고 그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아
무렇지도 않은 풀이라도 무척 정성들여 가꾼다. 토끼풀, 민들레, 방동사니도 화초다. 물봉선화
는 귀한 화초로 지근(至近)에서 뭇 사람들의 카메라 세례 받는다.
모네의 집, 정원과 연못을 둘러보고 나오는 걸음이다. 유정지((劉廷芝, 651~680)의 ‘代悲白頭
翁’이 생각난다.
해마다 피는 꽃은 같아도 年年歲歲花相似
해마다 사람 얼굴은 같지 않아라 歲歲年年人不同
14. 태피스트리

15. 칸나

16. 달리아

17. 바닥에 깔린 건 한련

18. 달리아

19. 달리아

20. 모네의 정원 연못, 수련이 활짝 피었다

21. 초롱꽃

22. 모네가 수집한 일본 우끼요

23. 왼쪽에서 두 번째가 모네

24. 모네 집을 찾는 행렬

25. 모네 집 밖 담의 물봉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