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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주교 현장체험 진행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가 16일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주교 현장체험을 진행했다.
현장체험에 생태환경위원장 박현동 아빠스(성 베네딕도 왜관 수도원장)를 비롯해 정순택 대주교(서울대교구장), 권혁주 주교(안동교구장), 김주영 주교(춘천교구장), 유경촌 주교(서울대교구 보좌주교), 이성효 주교(수원교구 보좌주교), 조규만 주교(원주교구장)가 참석했고, 각 지역 신자와 삼척 시민 활동가 약 40명이 동참했다.
이들은 원주교구 성내동 성당에서 삼척 탈핵 운동과 탈석탄 발전 운동의 경과, 현황에 대한 내용을 들었다. 그 뒤, 삼척 시청, 발전소 항만 시설을 짓고 있는 맹방 해변 현장 등을 찾았다.
삼척은 이전에 2010년부터 2019년까지 핵발전소 건설을 백지화시킨 역사가 있는 지역이다. 여론 조사 결과, 삼척 주민 60퍼센트가 현재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삼척에 짓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소는 포스코에너지와 포스코건설 지분 34퍼센트가 투입된 민간 석탄화력발전소로, 2024년까지 예상 사업비는 약 4조 9000억 원이다. 규모는 2기 2100메가와트, 2024년 4월 완공 뒤에는 2054년까지 30년간 가동할 예정이다.
하지만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 석탄 발전은 모두 중단돼야 하지만, 이미 투입한 비용과 진행한 공사를 이유로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또 2022년 기준, 전국에서 가동되는 석탄화력발전소는 57기, 가동 예정인 발전소는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2기를 포함해 4기다.
또 삼척 화력발전소는 해변에서 23킬로미터 떨어진 산속에 있다. 인구의 반 이상이 살고 있는 삼척 시내가 발전소 주변 5킬로미터 반경에 속해 있어, 가동될 경우 삼척 시민이 직접적 환경오염의 영향을 받게 된다.
건설 중인 항만 시설. 설치되는 케이슨은 38층 높이로 거대한 크기다. 이 항만의 영향으로 친수시설은 무용지물이 되고, 근처 해수 온도가 30도 이상 높아진다고 예측하고 있다. ⓒ정현진 기자
삼척 화력발전소가 들어오면서 하역 부두가 필요해 인근 맹방 해변에 항만도 짓고 있다. 현재 항만 건설로 주변 양식장을 비롯한 생태계 파괴, 해변 침식, 태풍 영향 시 항만 파괴 위험 등이 제기되고 있다.
삼척에서 핵발전소 반대 싸움부터 참여해 온 성원기 교수는 “산속에 발전소를 짓고, 인구 밀집 지역을 오염 지역으로 만드는 최악의 입지 조건”이라며,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맹방 해변을 초토화하면서 30년을 가동할 석탄 발전소를 짓는 것은 비이성적, 비합리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이런 결정의 배경 상황은 2012년 이명박 정부 시절, 발전소를 늘려 예비전력량을 늘려야 하는 정책을 세우고, 한전과 같은 공기업뿐 아니라 사기업까지 발전소를 지을 수 있도록 한 데 있다고 설명했다.
또 2017년 당시 김양호 삼척시장이 실질적으로 건설 허가를 막을 기회를 버리고 승인한 것 역시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성 교수는 석탄발전소 문제는 삼척만의 문제가 아니며, 전 세계적으로 절대 과제인 기후위기 차원에서 삼척 발전소 가동 시 온실가스 1300만 톤을 배출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당장 삼척 시민의 삶과 건강이 위협받고, 나아가 기후위기의 주요 원인인 발전소 가동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맹방 해변에서 설명을 듣는 주교들. ⓒ정현진 기자
한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및 가동 중단 문제는 ‘탈석탄법’ 제정에 달려 있다.
'신규 석탄발전소 철회를 위한 탈석탄법'(이하 탈석탄법)은 지난해 9월 시민 5만 명이 청원에 동참해 국회에 회부됐지만 여전히 계류 중이다.
지난해 9월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는 시민사회와 함께 탈석탄법 제정을 촉구하는 5만 국민동의 청원 서명운동을 한 달간 진행했고, 5만 명 달성해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성원기 교수는 법 제정, 이를 위한 국회의원 독려와 압박 등의 행동도 중요하지만, 재생에너지 보편화를 위해 개인과 기관 참여가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그는 150만 원을 재생에너지에 한 번 들이면 30년간 2킬로와트짜리 발전소를 개인, 또는 가정이 가질 수 있다면서, “100만 명이 1킬로와트 발전소를 가지면 핵발전소 1기 용량을 대체할 수 있다. 물론 여러 변수와 상황이 있어 단순 계산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국민이 재생에너지로 가동할 수 있다는 비전이 있다”고 말했다.
맹방 해변. 인근 항만 공사 영향으로 모래가 계속 깎이고 있다. ⓒ정현진 기자
이성효 주교는 최근 독일, 로마, 프랑스에 다녀온 경험을 나누면서, 특히 독일 곳곳의 풍력발전소를 보고 놀랐다며, “바람이 많은 독일은 풍력을 이용하지만, 한국은 그보다 풍부한 태양열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큰 해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한국에서 태양열 산업 자체가 아직 회의적이고 활성화하지 못하는 점이 안타깝다. 우리 교회가 더욱 국민과 함께하면서 운동을 추진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장 순례를 마친 뒤, 참여 주교들은 소감을 나누고 탈석탄 운동을 격려했다.
김주영 주교는 “많은 이의 노력으로 이 지역을 잘 지켜낸 만큼, 이번 운동도 좋은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며, “이 모든 문제는 우리 개개인의 에너지 사용 태도의 차원이다. 불편함, 검소함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에너지를 계속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경촌 주교는 “직접 와서 보니 훨씬 실감이 나고, 핵발전소 반대 운동보다 어쩌면 더 힘들 것 같다. 실제 활동하는 분들은 적지만 시민 60퍼센트가 반대한다고 하니, 꼭 이뤄지도록 함께 마음을 모을 것”이라며, “이 시대에 석탄화력발전소를 여전히 짓고 있다는 건 국제적 망신”이라고 덧붙였다.
정순택 대주교도, 건설 현장과 맹방해변을 보면서 환경 훼손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고, 이는 결국 모두의 문제라고 느낀 기회였다면서, “전국에서 뜻을 모아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다. 인간과 자연이 공생할 길을 찾아나가고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숙제다. 그런 부분에서 더욱 크고 긴 안목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주 주교는 주교 현장 체험을 통해 충남 보령 화력발전소 지역에 방문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지속적으로 화력발전소 건설이 진행되는 것을 보니 지하에서 사탄이 다시 살아난 것 같은 느낌”이라며, “이 지역을 지키기 위해 애쓴 사제, 교우들께 감사하다. 안동교구 역시 삼척의 2차 핵발전소 백지화 혜택을 입었다. 이번 싸움의 승리도 곧 올 것”이라고 격려했다.
한편, 5월 17일 현재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백지화와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활동은 32번째 미사, 376번째 지역 순례, 138일째 손팻말 시위로 이어 가고 있다.
순례 마친 뒤, 모든 참가자와 함께.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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