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숨비소리'는
해녀들이 물질을 하고 바다 위로 올라와
가쁜 숨을 내쉴 때 내는 소리로
해녀들의 힘겨운 삶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나희덕
[오호라 완도] 해녀 숨비소리 - YouTube
[숨비소리]
이따금 첫 물질을 나갔을 때 생각이 나.
처음엔 너무 무서워 태왁만 꽉 붙잡고 있었지.
갑자기 등 뒤에서 어떤 손이 나를 밀어넣었어.
그런데 바닷물은 생각보다 따뜻했고 이상한 해방감마저 느껴졌지.
푸른 피를 흘리는 거대한 짐승 속에서
내 피가 조금씩 씻겨나가는 것 같다고 할까.
그날부터 바다의 피로 밥을 짓고 빨래를 하고 머리를 감았지.
휘이 ─ 휘이 ─ 휘이 ─ 휘이 ─ 숨비고 숨비고 숨비면서 건너는 한 生.
*
둥근 수경을 통해 본 바다는 둥글지 않아.
잘게 부서진 파도는 유리조각처럼 날카롭지.
투명하지만 차갑고 단단한 물결들.
유리창에 부딪쳐 죽는 새들이 있듯 물결에 부딪쳐 죽는 고기들도 있지.
*
[뒤로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굉치기 해변에서
해녀들이 물질을 하기위해 바다로 향하고 있습니다.
붉은 태왁을 이고 들고 가는 모습과
검은 고무 물질옷과 고운 잔디밭과 같은 푸른파래들이 붙은
바윗길을 딸라 저 들은 꿈을 주우러 가고 있습니다.]
어제의 피로가 잠수복 속에 아직 남아 있어.
오늘의 피로가 어제의 피로와 만나 피워내는 냄새.
탄산가스.
만성 두통.
약간의 구역질.
근육마비.
어깨에 박힌 돌멩이 두개.
망사리에 가득한 조개들.
돌멩이처럼 흔한,
돌멩이처럼 무거운 조개들.
조개는 조개를 낳고 조개는 조개를 낳고……
조개를 캐는 동안 몸은 석회질에 점점 가까워지지.
어제의 피로는 오늘의 피로를 낳고 오늘의 피로는 내일의 피로를 낳고……
그래도 익사할 수 없는 것은 어깨에 박힌 두 날개 때문이야.
*
[풍광은 참 평화롭습니다. 그러나 저들의 살믄 얼마나 고달프겠습니까!]
매일 조금씩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야 했지.
검은 물갈퀴는 어둠을 가르고 어제보다 더 멀리 내려갔지.
우리가 죽음의 아가리라고 부르는 그곳까지.
싸이렌들이 빛 속에서 나풀거리는 곳,
몇번이나 넘고 싶었던 그 문턱에서 가까스로 돌아와 휘파람을 불어.
휘이 ─ 휘이 ─ 휘이 ─ 휘이 ─ 내 속에 살고 있는 물새 한 마리.
시집『야생사과』창비 2009
[하기사 저분들의 삶이나 우리들의 삶이나
피차 일반이지요잉~하루 먹고 살기는 다들 힘드다는 것]
* 휴~
우리네 오늘 저녁 삶을 살아내는 소리는 어떨할까요?
생각해 봅니다.
저 또한 그냥
휴~
잘 버터냈내!
이게 다입니다.
이기려고 하지 않습니다.
지지, 않았다! 에 최선이고 최고 이지요! 뭐 있겠습니까?
[큰눈이 다 낡았습니다.
쑥으로 큰눈을 문지르면 물속에 들어갔을 때 습기가 차지 않습니다.]
제주도 해녀 “숨비소리”가 나오더군요.
기본 30년 이더군요!
하기 사, 누가 그 고된 일을 하겠어요! 돈벌이도 그렇고~
그래서 오늘은 숨비소리로 해 보았습니다.
삶이야
5000만명이 사는 대한민국에 6000개의 직업이 있다고 하잖아요!
아침에 나오면서 하늘을 보았습니다.
[아침 나오는 길에 본 하늘]
당연 가을 하늘에다가 비온 뒤라서 날씨 또한 싸늘한 가을 날씨입니다.
추워요! 그것도 엄청!
긴팔로 갈아입고 얇은 점퍼까지 갖추고 나와 습니다.
애국가 3절에 보면요!
“가을 하늘
공활(공활하다 [空豁]. [형용사][여 불규칙 활용] 텅 비고 너르다.)한데
(그건 딱 맞습니다!)~
높고, 구름 없이~(구름 있습니다~ 요잉! 그건 틀리네요잉~)~”
[물질을 해온 오랜 세월이 담긴 물신과 납띠]
태풍이 온다는 징조 이지요~
살다보면
이기적일수록 손해를 보고
편해지려 할수록 불편해지고
사랑받으려 할수록 미움이 늘고
존경받으려 할수록 멸시를 받는 다는 진실을
너무 늦은 뒤 깨닫는 것.
그런 게 삶이라고 하더이다.
[하루에 수십 번씩 물속으로 곤두박질을 쳐야 한다고 하십니다.
삶의 반은 바닷속이였다는 군요.
물 속에 꼬꾸라져 살았다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왕자
어떤 한 나라의 왕이 자신이 다스리는 작은 마을을 방문했다.
그 마을은
사람들간의 빈부 격차가 매우 심했는데,
부자는
가난한 사람을 게으름뱅이라고 욕했고
가난한 사람은
부자를 뱃속에 기름만 잔뜩 낀 비겠덩어리라고 비난하며
서로를 헐뜯었다.
왕은
자신을 위해 마련된 연회가 끝날 무렵 마을 사람들에게 말했다.
"나의 사랑하는 왕자가 볼일이 있어
당분간 이곳에 머물며 지내게 되었으니
부디 내 자식을 사랑으로 잘 대해 줄 것을 부탁하노라."
왕은
마을 사람들의 간곡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끝내 왕자가 몇 살이며
어느 곳에서 누구와 살고 있는지 밝히지 않고 그 마을을 떠났다.
그 뒤 마을 사람들은
어느 아이가 왕자인지 몰라
거리에서 만나는 모든 아이들에게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했다.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하다 보니
어른들끼리도 서로 헐뜯지 않았고
마침내는 서로 웃으며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마을은 점차 사랑과 인정이 넘치는 곳으로 변해갔다.일 년이 지난 뒤
왕이 다시 그 마을을 방문했을 때 마을 촌장이 말했다.
"왕이시여,
얼굴도 모르는 왕자님 때문에 우리 마을이 이렇게 달라졌습니다.
이제 왕자님이 누구인지 밝히시고
궁으로 데리고 가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촌장의 말을 들은 왕은
한바탕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리며 대답했다.
[제주 해녀의 삶, 물질을 마치고]
"궁궐에 잘 있는 왕자를
또 어디로 데려간다는 말인가?
내가 이곳에 남겨 놓고 간 것은
사랑이라는 이름의 왕자일세.
그 자식이 잘 커서
이 마을을 이토록 아름답게 만들었는데
내가 어찌 데려가겠는가!"
=『마음을 밝혀주는 인생의 지도』이도환 이가출판사
* 사랑에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완전한 사랑은 두려움을 쫓아냅니다.
두려움은
벌과 관련되기 때문입니다.
두려워하는 이는
아직
자기의 사랑을 완성하지 못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