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부터 3일 동안 영덕 삼사 해상공원 및 강구항 일원에서는 영덕 대게축제가 열린다. 올해로 12회를 맞는 대게축제에서는 영덕대게 원조마을에서 여는 축제기원제를 시작으로 풍물마당, 대게낚시체험, 대게요리대회, 대게잡이 어선 승선체험, 대게가마솥탕, 대게라면 시식회, 대게요리대회 등 대게와 관련한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축제기간 날마다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열리는 깜짝 경매 행사에서는 10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박달대게를 싼 가격에 낙찰 받을 수 있으며, 강구항에서 신청자를 대상으로 대게잡이 어선 승선체험 행사도 마련된다.
다음달초 3일부터 3일 동안은 울진군 후포면 후포항 일원에서 울진국제대게축제가 열린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프랑스, 일본, 중국, 태국 등 8개 나라에서 온 게요리 전문가들이 각국의 특선요리를 선보이며 맛경연을 펼친다. ‘도전! 100m 울진대게 김밥말이’를 비롯해 울진대게 무료시식회, 울진대게잡이 체험, 울진대게 먹기대회 등이 분위기를 돋운다. 울진을 비롯한 해안지역의 공동체놀이인 ‘영등 할마이 달넘쇠 놀이’가 재현되고, 옛날 뗏목배를 타고 떼배 노젖기도 체험할 수 있다.
23∼31일에는 경북도 지원 축제인 의성 산수유 축제가 의성군 사곡면 화전리 산수유마을에서 막을 올린다. 산수유 꽃 개화기를 맞아 산수유 꽃길 걷기, 봄나물 캐기, 산수유차 시음회 등 다양한 체험 및 부대행사가 마련된다.
27∼31일에는 청도군 화양읍 상설소싸움 경기장에서 청도 소싸움축제가 열린다. 올해 상설 개장을 목표로 축제 장소를 예년의 이서면 서원천변에서 상설소싸움 경기장으로 옮겼다. 경기 방식도 조별 우승소를 가리는 챔피언십 대신 전국대회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둔 싸움소 100여 마리가 출전하는 라이벌전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밖에 소사랑 미술대전, 향토작가 특별전과 소띠 무료입장 등 다채로운 이벤트 행사도 마련된다.
이맘때쯤이면 어머니는 으레 가스불에 큼지막한 솥을 얹는다. 미리 쪄 둔 큼직한 대게는 딱지를 열어 뭉근히 끓이고 그 위에 큼직하게 썰어낸 미나리, 파, 마늘을 풀어낸다.
맛이 오를 대로 오른 고소한 게를 맛보려는 마음은 급한데 왠지 대게탕은 더디 끓는다. 어머니도 이 때만큼은 대게를 대접에 퍼내는 손 인심이 후하다. 통통히 살이 오른 대게 다리가 대접 위에 올라오면 누가 듣건 말건 ‘쪽쪽’ 소리를 내며 빨아먹는다. 그리고 쌉쌀한 국물 한 모금. 매정한 냄비가 바닥을 드러낼 즈음이면 마음은 동해의 작은 항구에 닿아있다.
▶이른 아침 게가 줄서는 위판장 경북 울진군 최남단에 자리하는 후포항은 요즘 이른 아침마다 작은 어선들로 선잠을 설친다. 며칠 간 신명나게 대게를 잡아올린 어부들은 그 흥이 채 가라앉기 전에 수천마리의 대게들을 위판장 바닥에 풀어놓기 시작한다. 3월에서 4월 사이 대게는 살이 가장 통통하게 오른다. 잡아올리는 것마다 기분 좋게 묵직하다.
어른 머리 만한 대게를 어부들은 숙련된 손놀림으로 빠르게 던지고 나르고, 배열한다. 게의 상태에 따라 급수를 매기고, 오른쪽부터 줄지어 나열한다. 몸통 너비가 30㎝에 달하고, 집게다리가 모두 건강하게 달려있으면 보통 1급으로 친다. 1급 대게에는 ‘영덕 대게’,‘울진 대게’라는 붉은 ‘완장’을 다리에 붙인다. 대게 한 마리 가격은 보통 3만~18만 원에 이른다.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수천 마리의 게들이 위판장 바닥을 가득 메워 일대 장관을 이룬다. 빨간 집게다리를 일제히 바들바들 흔들면 흡사 주황빛 꽃밭에 와 있는 듯 하다. 이곳 위판장에는 멀리서 영덕대게를 사가려는 장사꾼들로 늘 북적인다. 보통 정오가 되기 전에 동나는데, 이른 아침 부지런히 항구에 나온 장사꾼들이 으레 질 좋은 대게를 얻어간다.
느즈막히 여관방을 나온 관광객들은 조판장 한켠에서 떨이로 나온 대게를 한참동안 흥정한다. 그렇게 산 대게는 근처 식당에 부탁하면 대게찜이나 대게탕으로 요리해 준다. 항구에 적막이 깔리는 늦은 오후에도 식당들은 연신 하얀 김을 뿜어낸다. 손님을 끄는 아주머니들의 시원한 목소리만큼이나 대게 맛도 시원 쌉싸름하다.
▶영덕 대게 vs 울진 대게 영덕이냐, 울진이냐. 두 이웃 도시 어민들에겐 ‘죽느냐, 사느냐’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는 문제다. 대게 주산지로 영원한 라이벌 관계를 이루고 있는 영덕과 울진은 올해도 비슷한 시기에 대게 축제를 연다. 영덕군은 3월 20일부터 강구항 일원에서, 울진군은 4월 3일부터 후포항 일원에서 각각 축제를 갖는다.
그 지명도에 따라 대게의 가격이 오르내리고, 한해 매출이 좌우되는 만큼 지자체 관계자는 물론 어민들에게도 민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최근엔 경북도청에서 두 축제를 통폐합하거나, 한쪽 축제에만 지원금을 몰아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경북도청 관계자는 “인접한 두 도시에서 비슷한 시기에 같은 축제를 연다는데 대해 여론이 좋지 않다”면서도 “주민들의 실익과 맞닿아 있는 만큼 한쪽 손을 들어주기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 영덕과 울진 대게는 거의 차이가 없다고 봐도 좋다. 같은 동해에 사는 대게가 영덕에서 잡히면 영덕 대게이고, 울진에서 잡히면 울진 대게이다. 영덕과 울진은 선 하나를 맞대고 인접해 있어, 파도 따라 몇십 미터 흘러갔던 영덕대게가 울진대게로 둔갑하기 십상이다. 교통이 불편했던 옛날, 울진에서 잡은 대게는 영덕을 거쳐 ‘영덕 대게’라는 이름으로 곧잘 팔려나갔다. 영덕산 대게도 영덕대게, 울진산 대게도 영덕대게였으니, 두 도시에 사는 대게들의 막강 파워가 오늘날 ‘영덕 대게’의 유명세를 이뤄낸 셈이다.
그래도 두 도시 주민들은 여전히 두 대게 사이에 선 긋기에 고심하고 있다. 영덕군청 관계자는 “울진 대게는 진흙에서 주로 자라지만, 영덕 대게는 모래 위에서 자라 맛이 맑고 깨끗하다”고 말했다. 이에 울진도청 관계자는 “영덕과 울진 대게의 맛의 차이는 거의 없다”고 못을 박은 뒤 “울진군의 대게 생산량이 영덕의 2배에 달하는 만큼, 울진에서 더 저렴한 가격에 대게를 맛 볼 수 있다”고 맞대응했다.
대게찜
▶지금 영덕, 울진에 가면 대게 축제가 한창 영덕대게축제는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간 강구 삼사해상공원과 강구항, 축산 대게원조마을 등지에서 열린다. 그중 ‘대게 깜짝 경매’는 작심하고 기다려볼 만한 행사다.
참가자들은 경매를 통해 시중에서 10만 원을 호가하는 박달대게를 저렴한 가격에 낙찰 받을 수 있다. 행사 기간 오후와 오전 한차례씩 삼사해상공원에서 열린다. 21일과 22일 강구항에선 대게잡이 어선 승선체험이, 22일엔 영덕대게요리대회를 진행한다. 대게를 가마솥에 뭉근히 끊여낸 대게탕과 대게라면을 맛볼 수 있는 시식회도 있다.
울진대게축제는 4월 3일부터 5일까지 3일 간 후포항에서 벌어진다. 울진대게축제는 넉넉한 ‘대게 인심’을 앞세우고 있다. 울진대게 무료시식, 울진 대게먹기 대회 등 먹거리 행사가 풍성하다. 울진대게 다리살로 만드는 ‘울진대게 100미터 김밥’도 또다른 즐길 거리다. 완성된 김밥은 축제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나눠 먹는다.
새벽 바다에 배를 띄우고 대게를 잡아올리는 선상체험과, 어린이들을 위해 대형 튜브에 바닷물을 채우고 그 안에 든 대게를 잡게하는 대게잡기체험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