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갱년기를 ‘사추기(思秋期)’로 부를 때가 많다. 부른다. 사추기는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사춘기(思春期)에 빗댄 말로 신체적으로 성호르몬의 변화가 진행되는 시기여서 붙여진 표현이다.
다만 사추기는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서울대병원에서 시행한 조사에서도 폐경을 노화의 신호 또는 각종 신체·심리적 증상과 질환의 원인으로 생각하거나, 여성성 감소가 시작되는 시점이라 응답하는 이들이 많았다.
최세경 가톨릭의대 산부인과 교수는 “2021년 국내 여성의 기대수명은 86.6세로, 인생의 겨울을 준비하는 사추기 건강관리가 앞으로의 따스한 30여년을 결정할 수 있다”며 “갱년기는 여성에 있어 신체와 심리적으로 큰 변화를 동반한다는 점을 꼭 명심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갱년기란=여성 갱년기는 여성호르몬의 급격한 저하로 시작된다. 대체로 만 50세를 전후로 해서 시작되며, 여성은 매달 찾아오던 생리의 변화로 갱년기의 시작을 뚜렷하게 알 수 있다.
여성 갱년기의 증상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최세경 교수는 “갱년기가 되면 질환과 증상이 도미노처럼 이어지는데 폐경 초기 여성의 75%는 얼굴 홍조와 밤중 식은땀을 경험하고 50대 중반엔 급격한 기분변화, 기억력감퇴·성기능장애 등을 겪다가 후반엔 골다공증·심혈관질환·치매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증상으로 생활에서 불편을 느끼거나 큰 병에 걸린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많은 이들이 여러 병원을 옮겨가며 진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체로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로 나타나는 증상들로 병원에서 검사를 시행해도 특별한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원인은=갱년기의 가장 큰 원인은 폐경이다.
폐경은 임상적으로 월경을 규칙적으로 한 여성이 1년간 생리를 하지 않았을 때를 뜻한다. 보통 폐경 3~4년 전부터 시작하는 ‘폐경이행기’부터 폐경이 나타난 후 약 1년까지의 기간이 갱년기다. 짧게는 2년, 길게는 8년까지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난소에서 분비되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Estrogen)과 프로게스테론(Progesteron)의 분비가 줄어들거나 중단되면서 갱년기 증상이 발생한다.
◆다양한 변화=갱년기가 되면 여성에게 다양한 변화가 나타난다.
월경이 불규칙해지고 양도 일정치 않으며 결국 폐경에 이르게 된다. 주름살이 부쩍 늘고, 기억력과 집중력도 떨어진다. 자신감을 잃고 우울해하기 쉽다.
갑자기 가슴을 시작으로 목·얼굴·팔에서 오한과 발한을 경험하기도 한다. 여성호르몬이 부족해지면서 뇌 속에 온도를 조절하는 중추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 시력이 점차 흐려지고 안구가 쉽게 건조해진다.
이유 없이 우울한 기분이 지속하기도 한다. 보통 이 시기는 자녀가 집을 떠나는 시기와 맞물려 더 심해진다. 기억력이 떨어져 자주 깜빡하는 일이 생긴다.
이런 심리적 증상들은 인지·기억능력을 담당하는 뇌의 해마 부위에 많은 여성호르몬 수용체가 여성호르몬이 부족해지면서 작동하지 않기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치료는?=갱년기에 따른 초기 안면홍조, 발한·골밀도 감소 등은 규칙적 운동·체중조절이나 뜨겁거나 자극적인 음식 피하기, 금연으로 어느 정도 감소시킬 수 있다.
특히 운동으로 인한 근력 강화는 골밀도를 증가시켜 골밀도 감소에 의한 골절 예방에 도움이 된다. 걷기·등산·수영·요가 등이 추천된다.
가족들의 도움도 필요하다. 특히 미리 갱년기 증상에 대해 가족과 이야기하고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떨어지는 기억력은 냉장고에 메모지를 붙이는 등 보완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최세경 교수는 “갱년기 장애가 심하다면 득실을 따져 호르몬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며 “산부인과 전문의와 주기적인 상담 후 적절히 호르몬치료를 한다면 폐경 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