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날 관곡지 연꽃구경가다
방경희
오랜 가뭄 끝에 오늘은 비가 내린다.
비닐하우스 밖에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 소리가 가슴 뿌듯하다.
주말 농장에 시들은 채소들이 비를 맞고 새파랗게 웃고 있다.
가뭄에 바싹 마른 이파리들이 감로수를 마시고 팔팔 춤을 추는 것 같다.
이렇게 기분 좋은 날!
詩수업을 마치고 여기서 가까운 시흥시 관곡지 연못으로 연꽃구경 가잔다.
관곡지 연못은 조선시대 농학자인 강희맹이 중국 난징에 있는 전당지에서 연꽃 씨를 채취 귀국한 뒤 관곡지에서 연을 재배해 전국으로 확산 시킨 연못으로 향토유적 제 8호로 지정된 유명한 연못이다.
연꽃은 7월부터 피기 시작하여 8월에 절정을 이룬다고 한다.
지금은 6월말이니 아직 꽃이 피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도 그냥 가보기로 한다.
세차게 내리던 비가 그곳에 도착하니 가는 빗줄기로 살살 내린다.
연못이...한마디로 장관이다.
작은 양산만한 연잎이 서로 겹쳐서 완전 초록 양탄자를 깔아놓은 것 같다.
연잎위에 맺힌 빗방울이 초롱초롱 영롱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연못에 연잎으로 완전 덮혔다. 초록 연잎위에 빗방울이 데굴데굴 또르르 굴러 내리고 있다.
저 끝에 쯤에 연꽃 몇 송이가 먼저 피어있는 것이 보인다.
하얀? 아닌 연 연분홍색으로...
성스럽다고 할까? 고상하다고 할까?
갑자기 숫타나 반야경에 나오는 한 구절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이 떠 오른다.
연못아래 진흙 펄은 전연 보이지 않게 저 넓은 연잎으로 완전 덮어버렸다.
맑고도 싱싱한 초록 세상! 투명하거나 빛나지도 않으면서 부드러운 초록빛이 곱다..
더러운 진흙에 물들지 않으면서 맑은 향기를 간직한 저 연꽃의 자태가 성스럽기까지 하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주위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으면서 맑고 청정한 향기로 꽃을 피우는 연꽃의 속성이 세상의 모든 욕망과 시름에서 초탈한 존재로 추앙받나보다.
예정에 없었던 오늘의 나들이가 그것도 비를 맞으며 관곡지 연못에 오게 된 것이 큰 행운인 것 같다.
눈앞에 펼쳐진 연잎과 연꽃의 황홀한 파노라마가 지상의 모습이 아니라 어느 극락정토에 들어선 기분이다.
연못가를 한참을 도는 중에도 작은 빗방울이 또르르 구르며 계속 떨어진다.
햇볕 나는 것 보다 보슬비내리는 지금이 오히려 더 낭만스럽고 좋다.
가슴이. 뇌가 따라 정화되는 것도 같다.
그냥 조용히, 깨끗하게 순수하게 고와서 어떻게 딱 맞게 잘라 표현할 수 없지만....복잡 혼돈스런 내 마음을 그 순한 향으로 깨끗하게 맑혀 주는 것 같다.
며칠 전 안국동 조계사 근처에 있는 연잎밥집에서 식사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그 연 잎 속에 쌓여있던 찰밥과 하얀 연근 조림을 먹으면서, 참 소박하고 담백하여... 먹는 자신의 몸이 정결하게 되는 기분을 느꼈던 생각이 갑자기 떠 오른다.
다분히 종교적(불교) 어떤 이미지 때문에 느끼는 감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쨋던 다른 꽃이나 잎에서 느껴지는 그런 자극적 美의 느낌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기독교에서는 샤론의 꽃.... 불교에서는 연꽃.... 이런 이분법적 말도 안 되는 생각도 해보다가 어느듯 수련이 피어있는 연못까지 왔다.
수련은 연꽃보다 작고 다양한 꽃모양들이지만 연못에서 자라는 수초라 닮은 점이 많다.
정원에서 피는 목련이나 장미가 아닌 아무데서나 피는 야생화처럼 수련은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지만 작고 얌전한 모습이 참 에쁘고 곱다.
그에 비해 연꽃은 참 고상하고 우아한 모습으로 오전 10시에서 11시에 활짝 만개하고 수련은 새벽빛으로 깨어난다고 한다.
다시 올 기회가 있다면 그 시간에 맞추어 와서 그 숭고하고 거룩한 개화의 순간을 꼭 보리라 하고 마음으로 다짐을 한다.
우산을 쓰고 연못가를 걷고 있는 시인들의 모습이 영화의 한 장면같이 멋지다.
빨강 자켓을 입은 시인의 모습이 초록 연잎과 너무 잘 어울린다.
몰래 사진을 찍어둔다.
방경희 시니어기자
첫댓글 사진 속의 연잎에 눈이 다 환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직접 보면 얼마나 좋을까요?!
7월의 어느 날 저 연꽃 속에 서있게 되기를...
김영희기자님!
꼭 한번 가보세요...!
제가 다 표현하지 못했지만~
진짜 아름답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시와 비와 연꽃과 시인의 모습이 너무 어울립니다 ~
정기자님!
봐 쥬셔서
감사합니다.😝
넓다란 이파리가 빗방울을 구슬로 담아냈다가 또르르 굴려내리는 관곡지의 연밭~
그냥 사진 한컷이어도 좋은데 아직 못가본 사람의 게으름을 탓하려는 심산인지, 활동사진으로 엮으셨네요.
샤론의 꽃이 양의 서쪽에서 일컫는 연꽃이었군요.
안국동의 연잎밥이 느닷없이 허기를 돋웁니다.
글 잘 봤습니다~!
서정기자님의 댓글이 너무훌륭하니...
본문을 부끄럽게 하네요. 감사합니다.
강화평 님! 감사해요.
가슴과 뇌가 정화 되는 것 같다는 필자의 글이 공감이 되는 느낌~
비오는 날 저도 관곡지에 가서 연잎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며 청량함을 체험 했거든요~
이영옥님!
먼저 가 보셨군요.
색다른 맛의 자연경관이었지요...!댓글!감사해요.
비와 연꽃
멋진풍경과 필자의 연꽃같은 마음이 와닿네요
구춘지 시인님!
감사합니다.
시인님의 시선은 시로 풀어 가시는 듯 감미롭게 감상했습니다.
꽃순이님!
댓글 감사합니다.
수련과 연꽃 잘보았습니다
박영자기자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