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제주도 땅을 밟았다. 이번 여행은 특별히 준비하지 않고 다소 급하게 3박 4일 일정으로 꾸려졌다. 그 과정에서 당연한 줄 알고
있었던 상식이 잘못된 정보라 당황했다. 울산공항에서 직항으로 제주도로 가는 줄 알았는데 한 주에 3일만 운항한다는 것도 알았고, 비수기라도 며칠
전에 예매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래서 처음에는 거가대교를 둘러보고, 통영의 동피랑을 거쳐 전주한옥마을로 자동차로 일주하는
계획이었는데 필자를 잘 아는 측근 한 사람은 “그렇게 가고 싶던 제주도를 이참에 꼭 다녀와야 후회하지 않는다”고 강변했고,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3박 4일 제주도여행을 다녀오게 됐던바 직항로가 없어 예상치 못했던 하루치의 손실분은 을숙도생태공원과 부산 감천문화마을
탐방과 자갈치 시장에서 곰장어양념구이를 저녁으로 먹으며 메꾸었다. 울산과 가까운 거리의 부산이어서 평소 친숙했지만 일박하면서 바라본 부산의
바닷가야경은 또 다른 풍경으로 다가와 느낌이 색달랐다.
김해공항에서 아침 일찍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는 아직 두터운 외투가 필요했고, 긍용차도 히터를 켜야 했다. 공항 인근의
도로변으로 막 피어나는 목련은 이제 개화해서 절정 치달으며 만개할 것이다. 오전 6시인데도 공항 주차장은 빈자리가 얼마 남아 있지 않았다.
공항에는 국제선과 국내선을 타고 가는 승객들로 붐비었다. 모든 수속을 끝내고 일행과 함께 제주도를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하자 곧이어 미니어처처럼
작게 보이는 거가대교가 스쳐 지났고, 다도해의 섬들이 보였다. 비행기는 구름 위를 지나며 한 시간을 비행 후 제주공항에 안착했다.
제주도로 가는 우리 일행의 주된 목적은 ‘이기풍 선교기념관’ 취재이었다. 나머지는 자유여행이었다. 미리 취재한다고 알리지 않았어도
20여 년 그곳을 지키고 있던 사무국장은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이했다. 미리 연락을 취하지 않았기에 차라리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환담했고,
기념관을 둘러보며 취재거리를 만들었다. 현장탐방의 장점은 아무리 인터넷으로 검색해 뒤져보고 책을 봐도 몰랐거나 놓쳤던 자료를 수북이 챙겨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방문했던 코스 중 고운 모래알 입자를 자랑하며 고즈넉하게 깔려 있던 이호테우 해변 풍경도 좋았거니와 그 곳을 조금 지나
제주극동방송국을 끼고 도는 애월 해변도로의 풍경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이래서 “제주도, 제주도!”하는구나 싶었다. 제주도의 특징은 화산폭발로
검은 현무암이 지천으로 널려있다는 것이고 바람 많고 날씨가 수시로 변한다는 것이다. 이런 자연적인 배경 속에 애월해변을 끼고 수년 전부터 조성된
커피숍들은 천양지차로 건축물의 모습이 달라 지루하지 않았다. 그리고 기존 상권의 횟집을 비롯한 식당가와 호텔들과 펜션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도로와 연하는 자전거 길도 잘 조성돼 외국인 연인들도 봄바람을 맞으며 자전거여행의 낭만을 즐기는 중이었고, 엄마와 함께 무개차 스포츠카를 타고
나온 딸도 도로를 신나게 질주했다.
바람 많은 제주 바다는 푸른빛이 독특했다. 필자는 울산이 고향이라 바다의 풍경은 수도 없이 봐왔지만 바닷물이 맑고 투명하고 푸른
색깔이었다. 서해바다보다는 이곳이 너무 좋다는 관광객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또 애월읍에 있는 곽지과물해변도 절경이었고, 그곳의 한
커피숍은 안산인해를 이루었다. 필자가 빌린 렌트카 업체의 책자에 실린 할인쿠폰은 일언지하에 거절해서 아쉬웠지만 갓 구운 향긋한 빵맛을 제공하는
베이커리를 함께 운영하고 있었고, 제주특산품 한라봉으로 만든 주스는 신선한 맛이 일품이었다. 그 좋은 해안풍경을 배경으로 수많은 관광객들이
사진을 촬영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기사입력: 2017/03/22 [18:58] 최종편집: ⓒ 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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