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의 찜질방은 별로였다. 동네 목욕탕 같은 사우나 시설에 헷갈리는 통로로 연결된 찜질방. 그나마 이런 찜질방이라도 있어서 내 여행경비를 줄여준다는 것에 만족해야만 했다. 조금은 답답하고 음침한 '남성 수면실'이 싫어서, 나는 확 트인 헬스방 구석에 자리를 잡고 자고 있었다. 전화벨 소리가 들렸다. 비몽사몽..... 나는 내 핸드폰 소리에 잠을 깨야만 했는데, 찜질방 안이었고, 주변엔 몇 사람이 잠을 자고 있었다. 그 소리가 더 이상 울리지 않게끔 얼른 핸드폰을 열고는, 나는 서둘러 일어나 밖으로 나오면서, "예..." 모기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문아!" 목소리로 나는 그가 내 대학 동창이란 걸 알았다. 술이 취해 있다는 것까지도. "그래, 웬일이야?" "나, 지금 술 마시고 있는데......" "응, 그런 것 같구나." "니 생각이 나서......" '?.. (이 밤에?..) 이 친구가 이러긴 처음인데......' "나, 내일 제주도로 떠난다." "응? 그 게 무슨 소리야?" "제주도로 간다고......" 뭔가 느낌이 좋질 않았다 그래서, "왜? 무슨 일로?" 하고 물으니, "언젠가 내가 말했잖아? 내 친구 중의 하나가 제주도에서 감귤 농사를 짓는다고......" "그래......" "그 친구와 얘기가 돼서, 나도 그 부근에 한 농가를 인수해서.. 낼 떠난다." "농사지러?" "응......" "가족과 함께 가지는 않을 거고(그는 대학과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있다.)......" "나 혼자......" "그래?" "나중에 놀러 와!" "그래, 놀러가는 거야 뭐.. 어렵겠냐만, 뭔가 갑작스런 일이라 좀......" "근데, 너는 어디야?" "나? 지금 여행 중인데... 자고 있었어......" "어딘데?" "경북... 한 찜질방..." "너도 팔자구나......" "그런 거 같어......" 그렇게 전화를 끊었는데, 나는 가슴이 아련해지고 있었다. '그는 왜 제주도 행을 택했을까?' 무엇보다도 그가 취한 상태라 자세한 얘긴 물어보지 못했는데, 그래도 그렇게 결정하기 까지 겪었을 그의 심정 변화가 자꾸만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해서... 좋은 기분일 수는 없었다. 아, 우리네 인생이란...... 그제야 핸드폰 시계를 보니, 막 열두 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나는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와, 조용히 누우며 잠을 청했다. 다른 사람들은 별 동요 없이(?) 자는 모습들이어서 다행이었다. 그런데, 한번 깬 잠은 다시 잘 들어주질 않았는데...... 나는 바닷가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 어쩌면 내 고향 '군산' 부근 바닷가의 개펄 같은 지형에 내가 앉아 있었는데, 밀물이었던지 잠깐사이, 나는 물속에 갖혀버리고 말았다. 순간적인 일이라 물을 피해 도망칠 겨를도 없었다. 물의 색깔은 옥색이었는데, 이미 나는 물속에 빠진 모습이었고, 내 키를 넘는 물이 나를 감싸고 있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지?' 하는 생각은 했지만, 나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다만, 물색만이 선명하게 보였을 뿐이다. 그렇게 죽어가나 보았다......
"안 돼!" 하면서 발버둥을 쳤고, 나는 땀을 뻘뻘흘린 상태로 꿈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허망했고, 또 그게 꿈이어서 다행이었다. 영주 찜질방에서 꾼 꿈이었다.
근데, 이게 무슨 꿈이지? 좋은 꿈일까, 나쁜 꿈일까? 예사로운 꿈 같지는 않은데...... |
첫댓글 친구와의 대화 마지막 부분이 웃겼습니다. ㅎㅎ
그런가요?
남자들이 대충 그렇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