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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거이 다 그런거이여
또치러와는 지금까지 대종을 이루던 스크린골프장과
차원이 달랐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거의
1년 넘게 출입하지 않은 사이 스크린골프장의
시스템이 이렇게 발전한 줄 몰랐다.
올인 멤버들이 스크린골프장을 기피한 것은 두 가지
이유였다.
공기청정기를 가동하긴 하지만 스크린골프장의 실내
환기는 공기청정기만으로 해결되지 않아,
기관지계통이 약한 제비의
경우는 예외로 한다 해도 진회장이 스크린 갔다 오면 심한 기침을 했다.
진원 추적결과 매트에
아이언이 접촉하는 순간 일어나는 비산먼지 때문이었다.
두 번째가 더 중요했다.
스크린을 보며 매트에서 퍼팅을 하는 것은 현장감도
없고 정확도가 없는 대략퍼팅이다.
골프에서 제일 섬세하고
중요한 퍼팅을 대략적으로 한다는 것은 자신의 기량을 흩트려 놓는 결과다.
가장 짧지만 가장 길고,
가장 쉽지만 가장 어려운
것이 퍼팅이라는 골프지론을 가지고 있는 제비에겐 스크린골프장의 그린만은 피하고 싶은 것이었다.
이런 이유들로 올인 멤버들은 스크린골프장 출입을
거의 하지 않았던 것이다.
허지만 또치러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스크린골프로
올인의 멤버들을 현혹시켰다.
인테리어 자체가 달랐다.
단면스크린은 삼면스크린으로 교체되었고
시스템제어기계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시뮬레이션카터가 자리했다.
화면도 스크린에 골프장을 비춰주던 렌즈 빔
아날로그 방식이 아니고 레이저4D
올
디지털시스템이었다.
인간상상을 초월한 획기적인 신기술의
멀티미디어였다.
3개의 디지털렌즈와 다채널레이저렌즈가 입체적인
화면을 영사하는 파노라마멀티비전은 골퍼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종전의 컴퓨터제어박스가 놓였던 자리엔
1인승카터모양의 시물레이션이
자리했고,
스크린골프장에서 제일
재미없었던 퍼팅은 실제그린형태로 발전됐다.
미래형 하이브리드스크린골프
시스템이었다.
먼지 풀썩거리던 매트도
없었다.
골프매트대신
평면투명우레탄이 탄생했다.
우레탄매트는 분명히
평면이지만,
마치 천연잔디처럼
착시현상이 일어나는 위생매트였고,
실제 밟아보면 천연잔디로
착각할 정도의 촉감이었다.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느낌이 천연잔디와 구별할 수
없었다.
더 놀라운 것은 티박스에서 골퍼가 실시간 티를
꽂고 공을 쳐야한다는 사실이다.
종전의 방식처럼 캐디머신이
공을 무제한 제공해 주는 것이 아니고 타자가 직접 우레탄에 티를 꽂아야한다.
자세히 보면 신축성 있는
미세한 구멍이 우레탄매트를 관통하고 있고,
이 구멍에 티를 꽂도록
되어 있다.
그 구멍은 티를 꽂는 용도
외에 더 중요한 기능이 있었다.
마찰로 일어나는 모든
먼지를 흡입하는 첨단기능이다.
올인 멤버들은 또치러와의 시스템을 확인하며 탄성을
질렀다.
“와!
워떻게 이런 일이 다
있냐?”
“죽이네유!”
“여기 그린피 비싸겠는데요.”
“어머머,
세상에.
어머머,
어머머.”
“이 기계 개발한 사람은 이제 잡스도 부럽지
않겠네.
완전
수박이야!”
제비의 수박이라는 감탄사를 실수로 여긴 최사장이
냅다 질렀다.
“오메,
요겐 무식헌 인간들은
출입제한해야 쓰겄어!
수박이
머이여?”
제비가 최사장의 빈정거림을
비웃었다.
“허긴 그래!
좌무식우무식左無識右無識 겸비하고 상하무上下無매너인간은 골프란 용어도 못쓰게 하는 세상 되는
새 세상에서 생존하고 싶다.
수박이란
수퍼빅뱅,
즉 수퍼대박이란 뜻인데
먹다 걸신들린 인간처럼 수박을 워터메론 어쩌구저쩌구 주절대는 저런 인간 안 잡아가고 귀신들은 뭐하는 거야?
휴가
갔나?
쯧쯧쯧 구제불능
귀신들!”
“머씨라?”
최사장이 한방에 제비에게 KO당했다.
반론의 여지나 기회가
없었다.
또 반론한다 해도 더
궁지로 몰릴 것이 자명하다는 것을 알기에 쁘리쌰가 드라이브를 카터에서 뽑았기 때문이다.
첫 타자로 올라 간 쁘리쌰가 우레탄매트에 티를
꽂으며 감탄했다.
“어머머,
땅에 티 꽂는 느낌
그대로에요.
세상에
세상에.”
쁘리샤가 우레탄매트에 티를 꽂자 한 개의 공이
카터머신의 핸들에서 쏘옥 올라오면서 5차원 조명이 가동됐다.
블랙라이트의 일종인 디지털매직램프가 켜지면서
티박스는 마치 천연잔디 티잉그라운드 같은 착시현상에 빠지게 했다.
마치 SF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레이Ray테크닉이었다.
쁘리쌰가 공을 티 위에 올려놓고 실제라운드처럼
스크린 속의 골프장 페어웨이를 응시했다.
지금 쁘리쌰는 또치러와인도어를 현장골프로 착각한
것 같았다.
쁘리쌰가 타켓을 결정한 후,
두 번의 헛스윙을 가볍게
한 후 드라이브를 날렸다.
“티앙!”
경쾌한 음이 피아노우측건반소리
같았다.
짜릿한 손맛이 손가락에서 손목으로
전해졌다.
쁘리쌰가 친 공은 4m
전방의 스크린을 향해
날아갔지만 실제 느끼는 시각효과는 완전한 자연상태의 골프장 라운드 그대로였다.
양쪽 벽면과 전면이 스크린으로 설치되어 있고
다각렌즈빔에서 쏟아져 나온 영상은 3D로 조영되어 전혀 실내에서 골프한다는 생각을 잊게
했다.
종전의 스크린처럼 공을 따라 화면이 확대되는 것이
아니고 스윙한 공이 착지할 때까지 화면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오로지 육안으로 날아가는 공을 확인해야
했다.
쁘리쌰의 공은 3D화면 속으로 까마득히
날아갔다.
실제 골프와 똑 같았다.
“오우!
굿샷!”
제비가 쁘리쌰의 스윙에 추임새를 넣자 세 남자
모두 제각자의 추렴스타일로 쁘리쌰를 응원했다.
“베리 굿!”
“나이스 샷!”
“파인 플라이!”
쁘리쌰가 티박스에서 내려오자 차례대로 티박스위로
올라가서 드라이브를 휘둘렀다.
드라이브샷을 끝낸 다섯 사람 모두 한결같이 현실과
착각에서 헤매는 듯한 소리를 내 뱉었다.
진회장이 말했다.
“인제 골프장 망했서유.
누가 기름값들이면서
골프장가겄시유?”
드라이브 에러를 낸 배장로가
말했다.
“화!
정말
놀랍습니다.
제가 에러 낸
것,
다 이 시스템
때문입니다.
아직 제가 이 시스템을
완전 접수하지 못했거든요.
하하합 !
제가 뭔 일이든지 접수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립니다.
그래도 기분은
째집니다.”
쁘리쌰가 말했다.
“그럼 에러 내지 않은 다른 사람은
천운인가요?
오호호.”
배장로가 다시 말했다.
“다 주님의 뜻입니다.
할렐루야!”
최사장이 말했다.
“흐미.
장로님이 에러낸 건 교회
다닝께 그런거지라?
니 시작은 미약혀도 나중은
심히 창대할꺼잉께,
글케
배웠응께?
앙그렇쏘?
우리 부처님도 대기만성이라
안캅디야.
안그렇소?”
혼자 지독한 에러내고 머쓱했던 배장로가
300인의 스파르타 지원을 받은 사람처럼 눈이 번쩍
띄었다.
“맞습니다.
지당한
말씀입니다.
최사장님이 부처님처럼
보입니다.
하하하합!”
“인자 장로님이 참말로
인간됐소.
부처님이 따로
있소?
마음이 선하면 곧 부처요
마음이 악하면 사자使者라 안캅디요?
앙그렇소?”
제비가 말했다.
“만약 우리가 실제 골프장에서 이렇게 노닥거린다면
퇴장당하고도 남겠소.
아무리 스크린골프라 해도
이렇게 노닥거리며 시간 끌면 그건 낭비야.
이제 필요 없는 사담은
만둡시다.”
최사장이 아주 불만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흐미.
씹고 깨고 찌르고 박고
터지고 그러면서 골프하는 거인디.
워째 제비는 공자처럼
군다요?”
진회장이 최사장을 거들었다.
“맞네유.
최사장 말이
맞네유.
인자 골프장 안
갈거이구먼유.
요기가 유기농골프장인디
시간낭비하면서 천연합성골프장은 왜 간대유?
인자 우리는 골프장 안갈
거이구먼유.”
쁘리쌰가 번개처럼 진회장의 말 꼬리를
물었다. “어머머!
잘됐네요.
이제 나는 제비님하고
단둘이 골프하게 생겼어요.
그렇죠옹?
제비니임?”
제비가 고개를 꺼덕이기도 전에 최사장이 촉새처럼
쁘리쌰의 말을 가로챘다.
“흐미,
고거이 무신
말이어라?
본인이 언제 골프장
안간다했쏘?”
“방금 진회장님이 여기 시설에 빠져 다시는 골프장
안간다했잖아요?”
“머씨요?
안되여.
고건
안될말이여.
이무로운 쁘리쌰가 가는디
본인이 빠져서 될거이당가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져도 본인은 골프장 간당께.”
진회장이 최사장을 째려보며
말했다.
“나는 한동네 산다고 최사장
편들었는디,
침 튀도록
배신한대유?
서운해유.
우리 사이가 어떤
사인감유?
눈물이
나네유.”
최사장이 진회장을 완전 무시하고
말했다.
“인간이란거이 다 그런거이여.
아부떠는 사람우에 배신하는
인간 따로 있는법이랑께요.
고거이
진리랑께요.
안그렇쏘?”
진회장이 입술을 꽉 깨물고 최사장을 노려 볼 때
쁘리쌰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어머머!”
![](https://t1.daumcdn.net/cfile/blog/2164594755AEDF310D)
첫댓글 골푸장 이야기 잘들었슴니다.
빨간립스틱님
주말 즐겁고 신나게 잘보내셨죠?
이번주일도 행복하시기바랍니다
골푸장 이야기가 사람살아가는 모습 그대로 입니다.
골프를 인생에 비유하는 사람들이 많죠?
희비애락이 그곳에 있으니까요
최사장과 제비는 항상 라이벌 관계이군요.
라이벌은 서로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만 원수가되어서는 안되겠죠?
그렇게 될겁니다
신나는 새 주일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