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근혜 공천’의 면면들
대구 중남구에 결정된 김희국 전 국토부 2차관은 ‘4대강 살리기 기획단’ ‘4대강살리기 추진 부본부장’ 등을 지내며 4대강 사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진두지휘한 공으로 차관 자리를 얻은 인물이다. 애초 공천 신청한 경북 군위·의성·청송의 여론조사에서 후보자 5명 중 꼴찌를 해 낙천했음에도 오히려 당선이 더 확실시되는 대구에서 전략공천을 받은 것이다. 역시 ‘4대강 전도사’ 이재오와 함께 4대강 사업의 정당성을 강제하려는 얕은꾀다.
부산 해운대기장을에도 결국 하태경 열린북한방송대표가 공천을 받았다. 극우인사로 알려진 그는 지난해 8월 서울시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가 실시됐을 때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 대변인을 맡아 무상급식 반대투쟁을 주도하기도 했다.
서초갑에서 이혜훈 의원을 밀어내고 공천을 받은 김회선 전 국정원 2차장은 2008년 8월 정연주 KBS사장이 검찰에 전격 체포된 다음 날, 최시중 이동관 나경원 등 여권 실세들과 함께 'KBS관련 언론대책회의'에 참석한 사실이 알려져 민주당으로부터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을 당한 전력의 소유자다. 그는 권재진 법무장관, 노환균 법무연수원장등과 친분이 두터운 전형적인 검찰내 MB인맥이다.
한미 FTA 굴욕협상, 4대강 죽이기, 파탄 난 남북관계, 언론장악 등 이명박 정권의 폭정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총망라된 것이다. 비례대표의원이었다가 이미 부산진구갑에 전략공천된 나성린 의원 등 수두룩한 친재벌주의자, 부자감세주의자들까지 곳곳에 낙하산투하된 것을 고려하면 새누리당은 한나라당의 환골탈태가 아니라 완벽한 복제품에 불과한 것이다.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이명박 대통령 사이에 어떤 암거래가 있었기에 막판에 이런 공천이 이루어질 수 있었는지는 당분간 알 수가 없을 것이다. 꾀를 내다내다 죽을 꾀를 낸 것인지, 이 정도로도 이길 수 있다고 자신만만한 것인지, 아예 민심과 야당을 우습게 본 것인지 그것도 아직은 모른다. 분명한 것은, 그리고 다행인 것은, 이로써 이번 총선이 다시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프레임’으로 짜여 질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박근혜는 이명박의 공범이었음을 스스로 만천하에 드러냈기 때문이다.
‘박근혜=이명박’ ‘새누리=한나라’, 그들의 운명
지금은 누가 한미 FTA협상을 시작했는지, 누가 제주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만들자고 결정했는지를 두고 맞대거리 할 때가 아니다. 누가 왜 시작했는지보다도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 민주주의의 근본가치에 대한 물음이 더 핵심이 된 상황에서 물귀신과 싸우며 계속 허우적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지금은 야권연대의 강력한 에너지로 4대강 등 이명박 정권의 폭정을 끝장내겠다는 결기를 과시해야 할 때다. 악취 진동하는 친인척‧측근 부패, 저축은행 비리를 다시 끌어내고 박근혜표 맞춤복지의 허구성을 강하게 추궁해야 한다. 최근 터져 나오고 있는 민간인 불법사찰과 그 은폐시도에 대한 의견을 물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박근혜 위원장이 둘러쓴 ‘원칙과 소신’의 탈을 벗겨 내고 그 안에 숨겨진 ‘오만과 독선’을 드러내야 한다.
똑같은 물건을 내놓고는 화려한 언술로 “이건 전혀 다른 서울물건”이라고 우기는 친구들과, 그 친구들에게 속절없이 당하는 정남이를 보면서 폭소를 터뜨리는 것은 ‘개그콘서트’로 족하다.
지금 우리가 관람하고 있는 것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류의 공포소설이다. 지킬 박사로 돌아가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하이드 씨처럼 한나라당은 최소 대선 때까지만이라도 효력을 유지하고자 아주 센 약을 복용했지만 약효가 총선을 앞두고 벌써 사라져 버렸다. 새누리당은 도로 한나라당이 됐다. 그것이 그들의 운명이다.
강기석 / 홈페이지 편집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