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운동 나갓다 돌아오니 집사람이 온수보일러가 고장났다고 한다.
방안 벽에 붙어 있는 리모콘에는 빨간불이 점멸하고 있었다.
부엌 베란다 안쪽에 있는 보일러실 문을 열었더니 보일러 콘트롤판넬 커버가 열려져 있었다.
막내가 고쳐보겠다고 열어봤던 모양이다.
막내녀석도 전자과를 나와서 고장난 기기를 제법 고치기도 한다.
판넬 속에는 가스배관과 연소실,통풍관,팬등과 전선이 복잡하게 연결돼 있고
파워 스위치나 리셋트 스위치 같은 것은 하나도 붙어 있지 않았다.
리모콘에도 리셋트 버튼을 찾아봐도 없었다.
가스로 가열하는 온수보일러이면 가스를 공급하는 밸브와 개스에 불을 붙이는 이그나이터가 있으면
연소가 이루어질 것이다. 고장날 것이라곤 없는데 고장이 난 것이다.
고장난 원인이라면 가스가 막혀서 들어가지 않거나 전기가 통하지 않거나 둘중에 하나가 원인이다.
일단 리세트를 시켜봐야겠는데 리세트 스위치가 없으니 벽에 붙어있는 전기코드선을 빼는 수 밖에 없었다.
전기선을 빼었다가 다시 꽂았더니 고장표시로 빨간불이 왔던 것이 꺼지고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마누라는 AS에 전화하라고 하더니만 고쳤졌다고 하니 '아빠 최고!'라고 치겨 세운다.
전기는 길이 없으면 가지 못한다.
전기기기의 고장 원인은 대개 과전류가 흘러 기기보호차원에서 넣어둔 퓨즈가 절단되었거나
콘택터(접촉기)의 엘리멘트에 이상이 발생하여 접촉불량, 혹은 선의 탈락이나 절단이 원인이다.
내가 영국에 있을 때는 쥐가 (천정 속에 들어있는)전깃줄을 갉아먹어 전기선이 끊어져 전기가 들어오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전기고장을 찾으려면 우선 전기도면(배선도)을 읽을 줄 알아야 된다.
도면에 표시된 기호와 실물과 매칭시켜 가면서 트라불슈팅을 한다.
도면도 없으면 그냥 선을 따라가면서 떨어진 곳을 찾으면 된다.
사람도 길이 아니면 가서는 안된다.
'살아 있는 놈이 어딜 못 가?' 하는 식으로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옆길로 새서는 안된다.
잘못된 길을 갔다가는 언젠가는 낭패를 보게 돼 있다.
요즘 미투폭로로 여태까지 물밑에 가라앉을뻔 했던 사건들이 터져 나와 세상이 시끌벅적하다.
'군자 대로행'이라고 했거늘, 바른 길을 간다면 아무 거리낄 것이 없다.
첫댓글 그집은 보일러 고치는 기술자가 벌어 먹을수 없는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