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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는 우스웠다.
"과학" 이라고 하는데, 이 조사 과정이나 조사 결과에 과학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그렇게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이미 다른 과학자들이 다 얘기한 것을 다만 공적 위치라고 불러서 물어본 것에 불과하다.
물론 "물어본다"... 굉장히 중요한 과학적 접근의 첫 출발은 맞는데, 공식력 있는 기관이라고 외부기관에 DNA 검사를 넘긴 것은 거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만약 3군데 중에서 다른 이유로 다른 결과가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가짜라고 100% 확신하지 않으면 이런 일을 하기가 어렵고, 스스로 DNA 테스트 해보고 자신의 이름으로 "공신"을 맞는 것이 옳아 보이는데...
게다가 애초의 의혹인 난자 채취와 관련되어서는 발표된 것도 없고 별로 조사한 흔적도 없다.
여전히 배아줄기세포에서 줄기세포 치료만이 아니라 신약도 나오고... 등등의 말 안되는 얘기에 근거하는 것 같아 보인다.
상용화단계에 거의 갔고 제약을 만들 수 있는 건 성체줄기세포와 관련된 기술이고, 코스탁에 상정된 기업들도 배우줄기세포와 연관된 것은 없다.
물론 황우석 후광 효과를 일부 얻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건 배아줄기세포와 경제적 잠재성과는 무관하다.
1. 제일 실망한 건 KBS이다.
3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생각보다는 많은 일을 KBS와 같이 했었다. 그래서 친한 지인들도 그 안에 좀 있다.
KBS에 대해서 마음을 접은 건 올초의 일이다.
경영위기를 이유로 이런저런 변화를 했는데, 이 변화 과정에서 좀 괜찮게 생각한 사람들이 외곽으로 몰려나고, 별로 안 그런 사람들이 앞으로 배치되었다.
그거야 내부의 의사결정이니까 뭐라고 할 바는 없다.
그렇지만 비교적 초기부터, 그리고 아주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들은 객관적이라는 보도를 보면서 사과 한 번쯤 해야하는 거 아니냐는 생각을 감추기 어려웠다.
물론 KBS 보도국과 MBC 뉴스데스크에 차이가 있느냐... 별 차이는 없어보인다.
세상 살아가는 데에 모든 조직에는 세상사 모든 모습들이 반영되고는 한다...
그렇지만 왜 사과 안해?
아직도 KBS에 대한 애정이 남아 있기 때문에 늦게라도 KBS가 사과했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
사실 경향신문이 사설로 공식 사과를 했던 그 즈음에 KBS도 사과를 했었어야 옳다.
국민의 방송이라면 말이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사과했으면 좋겠다.
2. 원천기술이라는 말...
소위 과학자라고 하는 사람들에 내가 실망한 건 그동안 거대한 흐름에 밀려 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느냐, 난자 채취와 관련된 위험성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았느냐, 배아줄기세포를 치료 목적으로 쓴다는 황당한 소리를 할 때 왜 나서지 않았느냐... 이런 건 아니다.
그 이상을 요구한다면 영웅을 요구하게 되는 셈이다.
내가 실망한 건 "원천기술"이라는 용어를 그냥 떠든다는 점에 있다.
간단히 말하면 R&D라고 표현할 때 Research와 Development를 구분한다.
황우석 교수는 D에 해당하는 개발이 아니라, R에 해당하는 연구에 해당하는 일이다.
기술경제학과 기술정책에서 이런 걸 까다롭게 좀 구분하는 이유는 만들어지는 결과물이 다르기 때문이다.
Development에서는 기술이 나오고, Research에서는 이론 혹은 지식이 발생하게 된다.
연구사업에서 기술이 나온다고 하는 건 사실 웃기는 얘기이다.
만약 기술이 발생하는 단계라면 이미 연구단계가 아니라 연구를 상업적 활동과 결합시키는 Development 단계인데, 연구단계에서 개발에서 발생하는 무엇인가를 놓고 논의하고 있는 셈이다.
Development에 해당하는 엔지니어링 이론의 기억을 잠깐 더듬어보자.
보통의 엔지니어링은 basic engineering, process engineering, 그리고 detailed engineering의 3단계로 나눈다.
어떤 기술이 있다고 하는 기본 개념도가 basic engineering이고, 이걸 배치하고 공정을 만드는 단계를 process engineeering이라고 부르고, 마지막으로 현장에 적합한 설계도면, 즉 집행도면을 만드는 과정이 detailed engineering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detailed engineering 이라고 하는데 강한 반면에 basic engineering이 대단히 취약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원천기술에 해당하는 건 basic engineering에 해당하는 일인데...
황우석 실험에 사용된 조작기술을 원천기술이라고 부르는 건 사실 뭔가 맞지 않는다.
과학의 가설에 대한 실험과정에서 소위 젓가락 기술이라고 부르는 것을 불어로는 procede라고 부르는데, 이 부분을 원천기술이라고 부르기 위해서는 이게 표준화되거나 상업화될 수 있는 시기, 그러니까 최소한 앞으로 20년 이후에 부를 수 있는 일이고...
현재로서는 실험 기법에 관한 일이다.
그래서 이걸 원천기술이라고 부른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인데, 황우석 교수는 그렇게 말해도 되고, 언론도 그렇게 말해도 되지만, 과학자들도 그게 원천기술이라고 부르고 원천기술이 있느냐 없느냐... 라고 말하는 건 좀 우스워보인다.
원천기술이 영어로 뭘까? original technology? 그건 독창적 기술이다.
Fundamental technology? 그런 말은 없다.
Basic engineering이 이 경우에 가장 유사하지만, 이건 development 단계에서 논할 수 있는 얘기이다.
3. 그리고 실망한 사람
잘 안보는 100분토론을 봤는데, 손석희 앵커가 피디수첩이 방영되어서는 안된다는 진영에 섰던 사람일 것라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새로운 생각이 들었다.
보도국쪽에서 MBC 사과 방송을 주도하고, 피디수첩이 방영되면 안된다는 의견이 일각에서 일었었는데, 정도의 차이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손석희 앵커가 MBC를 반대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인 논지의 흐름이나 이런 거야 크게 얘기할 것 없고 또 내가 상관할 바도 아니지만...
인제대 강신익 교수가 비교적 초기에 손석희에게 "그러니까 언론이 아직도 자성이 덜 끝났군요"라는 말을 했다.
순간 손석희가 "아, 저 말씀이십니까..."
이게 말 속에 뼈가 들어간 말인지 아니면 상황 속에서 돌발적으로 나온 말인지는 모르겠다.
하여간 뭔가 상황은 미묘했다.
내가 약간 손석희의 입장에 대해서 생각해본 것은
"흔들흔들"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였다.
MBC가 그렇게 하니까 "흔들흔들"한 것 아니겠느냐고 지나가는 말로 한 이 단어에서...
최근에 "흔들흔들"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사람은 단 한 사람 있다.
유시민되겠다... 대체적으로 절차 민주주의를 붙들고 지금까지 여기에 온 개혁당 계열의 사람들의 인식은 유시민에 멈추어서있는데, 이 사람들의 인식표 같은 '흔들흔들" 이라는 말이 손석희 앵커의 입에서 나오면서 약간은 생각이 정리되었다... 그랬었겠군...
스테피가 얘기한 숫자를 가지고 국익이 300조라는 얘기를 할 때... 뭐 실수라서 크게 뭐라고 할 생각은 없지만, 300조가 얼마나 되는 돈인지 알고나 하는 애기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경제가 600조짜리 경제이고, 우리나라 경제의 전체 크기에 해당하는 숫자이다.
스테피가 얘기한 숫자는 30조인데, 이 때에도 상당한 가설이 들어가 최소가 있고, 최대가 있는데, 최대가 30조이다.
그러니까 300조는 순간적으로 동그라미 하나를 틀린 숫자이다.
우리끼리는 "오더가 바뀌었다"고 표현한다.
업무상 비밀에 해당할지도 모르지만 경제학자들이 시장규모를 추정할 때 오더만 맞으면 일단 맞춘걸로 본다.
쉬운 말로 동그라미 갯수만 맞으면 대충 맞춘 걸로 본다는 셈이다.
오더를 바꾸어서 우리나라 경제의 절반 크기가 황우석의 줄기세포에서 나올 수 있다... 는 말을 한 셈이다.
만약 정말 그렇게 나온다면 나야말로 지금부터라도 황우석 구명운동에 전면으로 나설 생각이 있다.
정말로 그렇다면 건설업도 줄여도 되고, 모든 복지정책도 전면 재검토 해도 될 정도의 규모이다.
여담이지만 스테피의 국익 계산은 원래 경제학에서는 잘 안 쓰는 이상한 방법을 사용하기는 했다. mature market 즉 시장이 극도로 커졌다는 걸 전제해서 전세계 시장 규모를 추정하고, 그 다음에 한국의 몫이 18%라는 가정을 해서 소위 market share를 계산한 것이다.
그게 스테피가 추정한 방법인데, 시장이 그렇게 가겠느냐 그렇게 가지 않겠느냐라는 논란이 있지만, 해볼 수 있는 추정방법이기는 하다.
그런데 손석희 아나운서가 얘기한 그 숫자는 사실 또 스테피 연구결과에 나온 논리도 아니다.
1억명인지 난치병 환자수를 거론하고, 그 사람들을 치료할 때 이 숫자가 나오는 거 아니냐...
황당한데, 이건 스테피 연구와도 다르고 정부 문서들과도 다르고 그냥 무작정 국익파에서 대충 떠드는 소리를 하는 걸 보고는 좀 황당했다.
경제학적으로 얘기하면 기본적으로는 stock과 flow가 뒤바뀌어 있다.
쉽게 표현해서 장애인을 다 치료할 수 있다고 할 때 전체 난지병 환자의 숫자와 수술단가를 곱한 숫자를 market potential이라고 한다.
시장잠재성이라고 하는데, 시장이 전체가 움직이면 얼마가 되겠느냐라는 것이다.
이 때 전세계의 전체 환자수를 가지고 시장잠재성을 찾으면, 이건 stock 변수 즉 저량변수이고, 전체적 총량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연간 국익이라고 표현을 한다고 하면, 이 stock으로 되어있는 market potential로부터 나오는 1년간의 유량변수 즉 flow에 해당하는 개념이다.
Potential은 그렇다고 하고, 연간 어느 정도의 flow가 나오느냐....
물론 stock과 flow를 헷갈렸다고 뭐라고 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손석희팀이 손석희에게 준 정보 문건은 유시민이 한 얘기와 황우석 국익파들이 대충 해보는 얘기들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절차민주주의에 함정에 빠진 개혁당추진세력과 형식민주주의의 한계... 하는 범주에 들어가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가치지향이나 내용에 해당하는 또 다른 단계에서는... 별 거 없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 해롭다...
이건 손석희 앵커 개인의 문제는 아니다. 이미 시대가 그렇게 바뀐 것인데, 예전에 옳게 추론할 수 있던 방식이 이제는 한계를 드러낸 셈이라고 보아야 한다.
4. 앞으로 좋아질까?
아직도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서울대는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황우석이 기술을 부풀려서 있다고 했고, 그 바람에 온 국민이 깜빡 속았고, 네이처지도 속았다... 게다가 정부도 속았다... 이게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경제학도 마찬가지이지만, 과학 심지어는 엔지니어링도 마찬가지로 점차적으로 "uncertainty' 즉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을 살아야 한다는 점이다.
Uncertainty와 risk를 구분한다면, risk는 확률변수로 다를 수 있지만, uncertainty는 구조적 이유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확률변수로 취급하거나 계량화할 수 없는 변수이다.
솔직히 정부가 제시하는 경제적 타당성을 포함한 많은 문서들은 대개는 뻥이다... 그건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 정확한 검증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이 나빠서 고의로 이상하게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지만, 사람이 착하다고 해도 생기는 문제이다.
많은 경우는 가치를 가지고 정보의 불확실한 부분을 메우면서 판단을 하는 수밖에 없는데, 이게 가능하기 위해서는 불확실한 부분들을 서로 인정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판단을 하기 위한 사회적 훈련과 절차 같은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의 98%는 "국익이 있다"는 경우에 정보의 불확실성을 메우는 방식이 바로 국익이라는 점을 우리가 새로 배운 셈이다.
황우석 연구의 경우는 여성인권과 국익이 충돌한 경우이다.
황우석 교수가 자살골을 넣는 바람에 진실 논쟁처럼 되어버렸지만, 문제의 본질은 여전히 난자의 채취와 관련된 기술의 타당성에 그 본질이 있다.
성체줄기세포와 배우줄기세포의 차이점에서 발생한 이 기술 사이의 차이점에 대한 각자의 가치지향에 대한 사회적 의사결정 과정이 이 사건의 본질이다.
내가 아프다고 가정해보자.
물론 나는 사회활동을 못할 정도로 심하게 장애인은 아니지만, 군의관이 보자마자 군대는 못간다고 할 정도의 다리 장애를 가지고 있다.
절 하는 건 하지못한다... 그리고 무릎피부에는 아직 감각이 없다.
그러나 장애인이라고 엄살피울 정도는 아니고, 사고에도 불구하고 죽지 않았다는 점을 아직도 감사하면서 살고 있다.
그러나 다른 이유로 나도 심하게 아플 수 있다.
성체줄기세포는 나의 골수나 혈액을 뽑아서 배양한 무엇인가로 내가 치료받는 것이다.
배아줄기세포는 내가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내가 아닌 어느 "여인"의 "어떻게인지" 모를 난자가 필요하다. 그건 내가 여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게 객관적인 상황이라고 할 때, 나와 어느 여성의 난자와의 관계가 판단에 개입할 수 있고, 극단적으로 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아주 극단적인 아나키즘의 한 분파적 생각이 판단에 개입할 수도 있다.
그러나 98%까지 높아졌던 황우석 지지율에 개입한 것은 "국익"이라는 모호한 추상적 생각이다.
이걸 reductionism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 일종의 국익환원주의인데, 황우석은 사라져도 이 국익환원주의는 사라지지 않는다.
5.
황우석이 틀렸기 때문에 국익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아쉽다...
황우석 연구에 애당초 국익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분노한다...
이런 생각들은 국익환원주의의 또 다른 양상에 해당할 것이다.
지지하는 이유나 지지하지 않는 이유는 다 같다.
국익이 있을 것이냐 있지 않을 것이냐?
환원주의의 또 다른 표현이 일원주의(monism)라고 한다.
2원주의는 dualism이라고 한다...
국익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의사결정에 등장하는 불확실성을 메우는 사람들이 더 많이 필요할 것 같다.
그렇다면 대안이 있는가?
그건 쉽지 않다.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철학 혹은 가치관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이다...
훌훌털면서...
세상에는 국익 말고도 세상을 살아갈 이유가 많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내년에는 국익환원주의의 망령이 우리에게 또 몇 번이나 찾아올 것인가?
이 무서운 예측을 하기가 더욱 두려워진다.
더 많은 황우석 사건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Itzhak Perlman, violin
Samuel Sanders, piano
Bits and Pieces 앨범
2005/11/21 리알토
첫댓글 I wish you good luck.Thanks.
ㅎㅎㅎ 탱스님께서는 한글을 읽으시기는 하나 ㅋ쓰시기는 못하시나봐욤?~ㅎㅎ웃자고 드리는 댓글입니데이~타국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모국어를 듣기는 하나 말하기가 아니되는 경우 종종 보았거덩요^^ㅎㅎㅎ
타국이 아니라 부천에 사시는데요. ㅋㅋㅋ
development 단계에서 부디 조용히 끝나기를 바래봅니다..
좋은의견과 좋은음악을 잘듣고 갑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넘 어려워요.
험험.. 공자 앞에서 문자 쓸 수는 엄꾸... 잘 읽고 갑니다. 그래도 development 단계는 안되욧! 무우라도 자르고 집어 넣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