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원소는 '수소'다.
하지만 수소는 온도가 영하 235도 이하에 놓여야만 액체가 된다.
상온에서 수소는 기체로 존재하는 만큼 다루기가 까다롭다.
매장량은 무한대에 가깝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손수비게 사용하기 어려운 이유다.
현 정부는 '수소 경제'를 추진하고 있다.
수소경제의 핵심은 바로 수소는 산소와 반응시켰을 때 발생하는 전기를 이용해 달린다.
현대자동차는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차 상용화에 성공했지만
아직 충전 인프라스트럭처가 충분하지 않은 점이 수소차 활성화의 걸림돌 중 하나 로 지적된다.
충전 인프라를 확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체'인 수소를 '액체'로 바꾸는 것이다.
수소를 액체로 만들면 기체와 비교했을 때 부피가 800분의 1로 줄어들어 저장 및 운송이 용이해진다.
기체 수소는 탱크로리 1개에 250kg을 담을 수 있는 반면, 액화수소는 3500kg까지 저장 가능하다.
기체 수소는 고압의 환경에서 보관해야 하는 만큼 이 같은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다.
만약 수소충전소에서 수소를 액체로 만들어 저장한다면 보관할 수 있는 양이 많아질 뿐 아니라
충전소 용지 또한 줄일 수 있다.
액체수소를 수소전기차에 넣으면 곧바로 기체로 바뀌는 만큼 기존 차량을 개조할 필요도 없다.
충전 시간도 지금보다 절반 이하로 짧아진다.
액화수소를 이용한 수소충전소 확대가 어려운 대표적인 이유로 액화수소를 만들기 위한 비용,
영하 253도를 유지하는 기술적 어려움 등을 꼽을 수 있다.
비용과 기술이 걸림돌인 만큼 그동안 액화수소는 '경제성'과는 상관없는 부분에 활용돼 왔다.
대표적인으로 '발사체'를 꼽을 수 있다.
지구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로 향하는 발사체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발사체는 주로 '케로신(등유)'과 '메탄', '액화수소'를 연료로 사용한다.
케로신은 상온에서 액체로 존재하는 만큼 관리가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메탄은 재활용 발사체에 사용 가능하지만 큰 폭발력을 내기 위해서는 많은 양이 필요하다.
반면 액화수소는 케로신이나 메탄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어 대형발사체 연료로 주로 사용됐다.
1969년 아폴로 탐사선을 달로 보낸 세턴V도 연료로 액화수소를 사용했다.
현존하는 세계 최대 액화수소 공장은 글로벌 화학기업 린테가 미국 휴스톤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한 액화수소는 주로 인근에 위치한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전달해 발사체 연료로 활용된다.
효성그룹이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 건설에나선다.
효성그룹은 2022년까지 총 3000억원을 투자해
울산, 용인공장 내 용지에 연산 1만3000t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을 신설키로 했다.
하루 생산량 35t으로 NASA 발사체에 연료를 공급하는 린데그룹의 약화수소 공장을 제치고
세계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액화수소의 양은 수소전기차 10만대에 공급 가능한 수준이다.
양사는 이와 함께 전국 주요 거점 지역에 충전 인프라도 구축하기로 했다.
그동안 액화수소 공장이 주로 우리 일상생활과 거리가 먼 곳에 쓰였다면
효성의 이번 도전은 수소경계 현실화를 보다 빠르게 하는 지름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효성은 이미 지난해 8월 전북, 제주에 2028년까지 1조원 투자해 연산 2만4000의 탄소섬유 생산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철보다 10배 강하지만 무게는 4분의 1에 불과한 탄소섬유는 수소차의 연료텡크를 제조하는 핵심 소재로 꼽힌다.
효성은 2011년 국내 기업 최초로 자체 기술로 탄소섬유 개발.공급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10여 년이 넘는 연구개발(R&D) 끝에 효성은 탄소섬유에 이어 액화수소 공장까지 추진하면서
모빌리티 부문의 수소경제 생태계 구축을 견인하는 확고한 기반을 갖추게 됐다. 원호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