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총량의 법칙 - 이상욱 힘든 날 눈을 뜨니 살아 있다는 것을 알았고 떠나보내는 것이 그렇게 두렵지 않고 쉽지도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
삶의 고통이 엄습하는 순간 그렇게 달래고 속을 끊여도 고통은 없어지지 않고 다만 견딜 수 있게 될 뿐이네
살아온 세월을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삶의 흔적은 씨앗으로 남아 마음 한구석에서 싹을 틔우네
측은지심이 자라나서 정성껏 기름진 거름을 뿌렸지만 늘 나의 기대치보다 튼실한 과실을 주지 않았네
야속하기도 하고 배신감이 들어 서운하기도 했지만 스스로 내려놓고 비우는 데 고뇌의 시간이 필요했었다네
바위는 모진 풍파를 견디며 깨지고 닳아 둥근 자갈로 굴러서 하구 삼각주에 이르러서는 보드라운 은빛 모래가 된다네
이제 헤어 나와 들여다보니 이곳에서 얻은 것들이 저곳에 쓰임을 알게 되었고 인생 총량이 있음을 알게 되었네
내가 은사적으로 베풀어 누군가가 그것을 얻어 기쁨이 있다면 나에게 베풀었던 누군가의 호의가 다시 전해지는 것을 알게 되었네
그 쓰임새가 지금은 없더라도 우리는 슬퍼하지 말자 언젠가는 희망으로 돌아오리라
ㅡ 시집『인생 총량의 법칙』(샘문, 2022) *************************************************************************************** 모든 물질에 총량의 법칙이 존재한다는 말이 그럴듯하게 들립니다 사랑도 미움도 총량이 있어서 넘치게 되면 더이상 나아가지 못한다지요 인생 희노애락마저 그렇다면 보잘것없는 능력 따위야 더 이상 할말도 없겠지요 언필칭 내로라하는 거물도 샅샅이 들여다보면 어처구니 없는 과거가 발목을 잡듯이 때가 되면 그냥 사라집니다 어제 지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조금 당혹스러웠습니다 판단을 바라는 내용인데 뭐라고 그렇다고 동의할 수도 없는 어색한 대화였지요 관계되는 분에게 얘기를 전하고 상호 이해를 꾀한 뒤에 잊기로 했거든요 그런데 오늘 신새벽에 전화벨이 울리고 그분 이름이 뜨길래 받으려는데 절로 끊어지데요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만남과 관게의 축복에도 총량이 있는 것일까요? 호의와 배려는 끊임이 없을 것이라 믿고 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