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만나다
우리가 처음 만난건 7월 말이었습니다.
전 17살이었고 친구들과 정동진으로 여행을 갔죠.
친구 두명이서 함께 갔습니다.
처음엔 친구 세명과 여자애들 둘 껴서 함께 가려했죠
하지만 여자애들 초대한 남자애가 사정이 생겨서
결국 외로운 남자들 세명이서
오후 11시 40분 청량리발 정동진으로 가는 기차를 탔습니다.
기차는 7시간 반만에야 정동진역에 도착하였고
저희는 일출시간이 넘어 오전 7시 30분 경에야 도착을 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앵두나무집'이라는..
완전 고전적(;;) 스타일의 민박집에서 민박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루종일 놀았죠. 다음날엔 떠나야 했거든요.
말이 2박 3일이지 실제로 1박 2일인 여행이었습니다.
우린 나름대로 즐거웠죠.
단한가지 아쉬움이 있었다면 '여자'였습니다.
오후 11시 30분쯤.. 모레시계 공원을 둘러보던 우리는
'여자'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런표현을 써도 될지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헌팅'이었죠.
결국.. 못찾았습니다.
그시간 되니까 있던 여자들도 다 사라지고 없데요 -_-;
아쉬움에, 다음에 또 여행오면 그땐 여자들 데려오자..
이런말을 나누며 민박집으로 온 순간..
저희 옆방으로..
조금 어려보이지만 대학생일 것 같은 누나들 둘이 막 왔더군요..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습니다.
워낙 고전적이라 마당의 노란 전구 하나 달랑 있었거든요..
누나들 사워를 하더라구요..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한사람 샤워하는데 40분씩이나 걸리데요..ㅋ
저희 셋은 어쩌다 보니 누나들 샤워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잠깐씩 졸기도 하고 어떤 말을 할까 고민도 하면서..
그렇게 마당에서 기다렸습니다..
누나들은 방에 들어갔습니다.
막 이불깔고 티비켜고 이러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함께간 제 친구들이 조금 우유부단했습니다.
그래서 서로 미루기만 할 뿐 누구도 선뜻 말을 걸려 하지 않더군요
그럴만도 하겠죠.. 아직 17살에,
여자경험이 많으면 얼마나 많겠습니까..
또 이런 일은 처음 해보는데..
결국 제친구 한명은 혼자 열받아서 자버리더라구요..
결국 제 친구가 말을 꺼냈습니다.
누나들 방이 우리 방 왼편에 있었고 냉장고는 오른편에 있었거든요..
냉장고에 가려면 우리방을 지나쳐야 했죠..
그 순간에 얼떨결에 제 친구가 말을 꺼냈던 겁니다.
..저..기.. 같이 놀래요???...
한순간 냉장고에 가려던 누나가 웃었습니다..
정말 뭐가 그리 웃긴건지.. 계속 웃더군요..
저희 나이 많은데..하하.. 몇살이세요?? 이런 말을 하면서요..
오히려 우리가 당황스러웠습니다..
혹시 화내면 어쩌나, 그 자리에서 바로 거절하면 어쩌나..
이런 생각만 하고 있었거든요..
그 누나, 거절하지 않고 친구랑 의논하겠다고 하더라구요
우리는 방으로 돌아왔죠.
잠시 후 누나는 함께 술이나 마시자며 술을 가져왔습니다.
누나 친구도 함께 왔지요..
사실 우리도 술을 가져 왔었거든요..
우리는 맥주 6캔에 소주한병을 가져왔고
누나들은 맥주 두캔에 콜라를 가져왔습니다.
아, 참고로 여행 간다고 과외선생님께 특별히 부탁해서 산거에요
평소에도 이러는건 아니구요..-_-;
우리는 금새 친해졌습니다.
누나들은 21살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한살 높여서 말했습니다. 혹시 안놀아주면 어쩌나 하구요 ㅋㅋ
누나들은 미아쪽에 산다고 했습니다.
우리 동네와는 버스타면 20분이면 가는곳이죠
카드게임도 하고 고스톱도 치고
우리가 새로운 게임을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벌써 4시가 다 되어 버렸습니다.
우리는 해가 5시 10분 쯤 뜬다는 주인할머니의 말씀에
그냥 바닷가 산책이나 하기로 했습니다..
바닷가로 가려 하니 문이 잠겨 있더군요..
5시 이전엔 문을 열지 않나봐요.
누나들이 모레시계 공원에 가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우리 민박집을 지나 반대쪽으로 쭉 돌아가면
공원에는 들어갈 수 있을거라 말을 했죠..
친구들끼리 그 길을 걸어갔을때도 조금 먼 거리였지만
누나들과 함께 가니 금방 한시간이 지났습니다.
공원쪽 문도 잠겨있었구요.
우리는 돌아와 카메라 등을 챙기고
다시 바다로 가니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해는 예정시각보다 10여분 뒤인 5시 25분 경 떠올랐습니다.
정말 멋진 장면이었습니다.
사진으로도 찍어왔지만 직접 보지 않으면 말로 표현못할..
바다엔 많이 가봤지만 해가 뜨는 모습은 처음 봤거든요..
그리고 그 시간..
함께 했다는 이유만으로 무언가 특별함이 느껴졌습니다.
함께 그 아름다운 무언가를 본것에 대한 동감이랄까요..
우리는 함께 사진도 찍었습니다..
민박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곯아떨어졌습니다.
일어난 건 11시가 넘어서 였습니다.
제가 아침에 씻고 오는데 누나를 만났습니다.
바로 냉장고 가려던.. 뭐가웃긴지 계속 웃던 누나였습니다..
누나가 잘잤니? 라며 웃으며 물었습니다.
나는 그순간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습니다.
마음속으로는 잘잤어요! 누나는요? 하고 되묻고 싶었지만
도저히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입으로 무언가 웅얼거려 봤지만..
들리지 않은 모양이죠..
누나는 잠깐이었지만 무안한 표정으로 지나쳐 갔습니다..
12시가 되어 누나들은 떠나려고 했습니다.
이제 강릉으로 간대요..
난 누나들을 버스타는데까지 안내했습니다.
누나는 서울가면 꼭 연락하라고 했습니다.
맛있는거 사줄테니까 꼭~ 하면서요..
우리는 그렇게 새로운 경험으로 가득 찬 정동진에서
서울로 돌아가는 2시 기차를 탔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난 곳이였죠..
기차를 타고 가는동안 누나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누나 버스 잘 탔어요? 끝까지 못 바래다줘서 미안해요 라구요..
고맙다고, 서울가서 꼭 연락하라는 답문을 받았습니다.
난 기차타고 가는동안 계속 누나를 떠올려 봤습니다.
하지만 같이 놀았던 친구녀석도 누나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죠..
그래서 전 누나생각 안하는 척 했습니다.
중간중간 누나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여기 기차 에어컨 되게 빵빵해요ㅋ 거긴 덥죠?
그럴때마다 친절하게 오는 답문..
처음으로 연상과 해보는 문자였습니다..
우리는 저녁 9시쯤 청량리에 도착했습니다.
또 그럴때마다 문자를 보냈죠
누나 우리 잘 도착했어요ㅋ 누나들도 조심히 잘 놀다 오세요
역시나 친절하게 답문이 왔습니다.
다음날 오후 5시쯤, 누나는 서울에 도착했으니
다음에 꼭 연락하라고, 맛있는거 사주겠다고 했습니다.
누나와 같이 놀았던 친구의 핸드폰으로 온 메시지 였습니다.
기분이 약간 이상해 지더라구요..
왜 나한텐 아무말도 안하는건지.. 나랑 더 친해졌던게 아닌건지..
나중에 알고봤더니 저랑 친구폰으로 동시에 보낸 메세지였습니다.
제 폰으로는 약1분 후에 도착했던거죠..
같이 있던 다른 친구가 반말을 해보라고 하더군요..
존댓말로는 더이상 친해질수가 없다.. 라면서..
그때부터 존댓말 반말 섞어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가수가 이런 노래를 부르더군요..
누난 내여자니까.. 너는 내여자니까..
#2 사랑하다
누나와 전 꽤 빨리 친해졌습니다.
그 후로 전 심심할때마다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때마다 친절하게 답해오는 누나였죠..
누나에게 받은 문자와 제가 누나에게 보낸 문자는
고스란히 저장해 놓았습니다.
매일 처음부터 다시 읽어보면서요
그때부터 누나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수유리의 한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영화와 요리를 좋아하고
보드카페나 노래방 가는것도 좋아하고..
그래서 은근히 제가 말했죠..
누나 노래 부르는거 듣고싶다고..
누나는 조금 즉흥적이더라구요 곧 만나자더라구요
그러자 그때 정동진 함께 간 친구들이 배신자라고 막 그러더라구요
결국 함께 데려가 달라는 말이었지만요..
누나와는 정동진에서 해를 본 지 딱 1주일 만인 금요일에 만났습니다.
정동진에서 혼자 열받아서 자던친구..
그 친구가 얼마전까지 미아에서 살았거든요
그것도 누나동네 근처에서 살았데요
누나랑 말이 진짜 잘 통하더라구요
어디엔 뭐가 있고 어디엔 어떤게 있고..
덕분에 나름대로 생각해 놓았던 대사는 다 잊어버렸습니다..
누나와 밥을 먹고 노래방에 갔습니다.
노래 굉장히 잘부르더라구요.. 저와는 대조적이었죠..
듣고있으면 편안해지는.. 그런 목소리 였습니다.
노래방 다음엔 보드카페에도 갔습니다.
하지만 제 바램과는 다르게..
단둘이 이야기 할 시간은 없더라구요..
조금이라도 단둘이 있게되면 누나는 어색한지 자꾸 고개를 돌리고..
아이스크림을 함께 먹다가 누나를 바래다 주게 되었습니다.
그 전날 한번 가 본, 누나가 아르바이트 하는 빵집이었습니다.
전날 대학로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들렀거든요..
그 빵집은 수유역 근처에 있는, 조금 큰 빵집이었습니다..
누나와는 거의 매일 조금씩 문자를 주고 받았습니다.
만난지 2주일 반이 다 되어 가는 오늘까지
누나와만 500통 가까이 했습니다.
16일이라 치면 하루에 거의 30통이 넘게 한 셈이죠..
누나와 만난날, 사촌동생들이 대구에서 올라왔습니다.
다음날인 토요일에는 사람구경하러 롯데월드에도 데리고 가주었지요
그날 갑자기 문자 메시지를 다 써버린 겁니다.
그날이 월말이었거든요. 월말에는 충전도 안되더라구요.
하루종일 누나생각만 나더라구요..
누나가 롯데호텔 서빙도 한적이 있다고 그러더라구요
그쪽을 바라볼때면 자꾸 누나가 보고싶어집니다..
나중에 누나 만나면 보여줘야지 하면서 사진도 차곡차곡 찍어두었습니다.
다음날인 일요일에 동생들이 모두 돌아가고..
엄마랑 싸우는 일이 생겼습니다.
전 지금 말해도 웃기지만 처음으로 '가출'이라는 것을 했습니다.
친구들 만나고 친구집에서 자기로 했지요.
저녁 먹을 시간이 되니까 계속 친구집에 있을수는 없었습니다
밥먹을 시간에 남에집에 있는다는게 얼마나 눈치보이는지 알았거든요
잠시 혼자 밥사먹고 오겠다며 밖으로 나왔습니다..
누나 생각이 나더라구요..
누나 가게에도 가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저희 동네에서는 누나 가게가 꽤 멀답니다
지하철 7호선을 타야하는데 일단 역까지도 10분은 걸어야 하고
또 노원역까지 가서 4호선을 갈아탄 다음에
수유 역에 내려야 했지요..
괜히 지금 찾아가서 뭐하나 하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그냥 버스 정류장에 앉아있었습니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누나한테 문자를 보냈습니다.
누나 바빠?ㅋ 나 가출했엉ㅋㅋ 이라고..
그랬더니.. 가슴아픈 답장이 오더군요
구라까시네ㅋㅋ 라고..-_-;
그래서 다시 진짜 가출했어 나 지금 밖이야 라고 했더니
뻥치지마ㅡㅡ 라는.. 기막힌 답장이 옵니다..-_-;;
집에서 나올때 가져온 소주병이 가방에 들어있었습니다..
정동진에서 안마시고 가져온 거였죠..
나도모르게 사람들이 잘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3 행복하다
알았어 뻥쳐서 미안해 그럼 이만 이라는 답문을 보내줬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정말 화나는 누나의 반응이었습니다..
정말 위로받고 싶어서 문자보냈던 건데..
진짜 친누나 같아서 기대고 싶어서 문자보냈던 건데..
빈속에 소주를 마셨더니 정말 어지럽고 속쓰리더라구요..
다시 떠올려 보면서 이제 누나에게 문자같은거..
그만 보내도 되겠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지금까지 했던 일들이 회의감이 들더라구요..
누나가 계속 진짜냐고 물어봐도 답장을 안하다가
그래 내가 이런걸로 누나한테 왜 거짓말을해 라고 답문을 했습니다
그러자 누나가 정말이냐구..
거짓말인줄 알았다면서 미안하다고 문자를 보내더라구요.
어디인지 밥은 먹었는지
또 자기가 계속 문자를 보내서 귀찮겠다 등의 문자가 오더라구요
그래서 전 이건 내일이니까.. 잘 지낼테니까 신경쓰지 말라고.. 했습니다
누나가 섭섭하다.. 라고 하더라구요..
자기는 친동생 같아서 걱정한건데.. 그럼 알았다고 하더라구요
순간 누나에게 화난거 보다는 미안하다는 생각이 더 커져버렸습니다.
내가 왜 이런 말을 했는지 후회도 되더라구요
사실 전 상관 말라는 뜻으로 말한게 아니구
괜히 저땜에 신경쓸까봐서 그랬던 거였어요
그렇다고 말을 했지요.. 미안하다고..
오히려 누나가 더 걱정해 주더라구요..
그때 생각했습니다.. 이사람.. 참 좋은사람이다.. 라고..
제가 친구들이랑 다른 얘기 하느라고 계속 답장을 안써줬더니
누나가 전화했었다고 문자가 왔더라구요
그런데 마침 그때 통화중이었었지요..
누나가 걱정되니까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문자보내라고 그러더라구요..
하하.. 웃음밖에 안나왔어요
나에게 왜 이렇게 잘해주는건가..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날은 야영하는 기분으로 친구들과 수다떨면서 잤습니다.
누나얘기도 하면서요..
또 어떤 노래 중 이런 소절이 생각나더라구요..
결국에 넌 내여자라니까..
다음날 일어났을때는 벌써 10가 훨씬 넘었을 때였습니다.
다른곳으로 떠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구들도 친구들 생활이 있고..
저도 방학중에 공부를 해야하는데 자꾸 놀고 있을수만은 없으니까
독서실에 가기로 했지요.
친구집에서 나가기 전 11시쯤 제가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잘 지낸다고 그랬지요..
누나와 처음 통화하는거..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독서실(돈이 없어서 도서관같은 국영으로)에 갔더니
방학때라 그런지 자리가 모두 차버렸더라구요..
집 나오니 갈데가 없었습니다.
중학생도 아니고 고등학생이나 되었으니..
할 수 없이 집으로 돌아왔죠
저의 첫 가출은 그렇게 끝이 나 버렸습니다.
그날은 그냥 자버렸지요.
다음날 일어나서 11시쯤 되니까 누나한테 전화가 오더라구요..
집에좀 들어가라..-_- 고..;;
그냥 걱정된다는 그런식의 통화였습니다.
그래도 첫날보다는 조금 길었지요..
가출얘기 말고도 누나얘기나 내얘기 같은것도 조금씩 했습니다.
하지만 그날 집에 돌아왔다고 하면..
또 누나한테 전화 걸 핑계가 사라져 버리겠지요
아직 친구집이라고 거짓말 했습니다.
그날 밤 누나 퇴근시간쯤에도 전화가 오더라구요..
전 깜짝 놀랐습니다.
전화 받자마자 니 엄마다! 이러더라구요..-_-;;
그냥 요즘 20대들이 그러고 논다네요..-_-;
전 20대가 아니니까 잘 모르겠구요 ㅋㅋ
정말 친누나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계속 날 걱정해주고 전화해주는게..
그 여자가.. 자꾸자꾸.. 좋아졌습니다..
다음날은 제가 먼저 전화를 걸었습니다.
약 40분 정도 통화했었는데..
얘기 많이 했었지요.
누나가 좋아하는것, 좋아하는일
내가 좋아하는것, 좋아하는일
서로 얘기하다보니 서로 많은 부분에서 비슷하다는 걸 알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거의 평범한 것들이지만
많이 비슷하더라구요.
누나는 A형이래요 전 O형이구요
누나는 O형 남자를 만날거라고 했습니다.
사람들이 A와 O형이 잘 맞는다고 그러잖아요
저도 A형 여자를 만날거라고 그랬지요
누나는 나같은 남자랑 사귀고 싶다고 그랬습니다..
나도 여자친구가 누나같은 여자면 좋을것 같다고 그랬지요..
하지만 사귀자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당장이라도 사귀자고 하고 싶었지만
조금 더 친해진 뒤에 사귀는게.. 더 오래갈거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누나가 날 좋아하는지도 아직 모르겠구요..
누나는 아래 위로 5살까지면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자신과 취미가 비슷한 사람이랑 사귀고 싶다고 했습니다.
나는 누나가 날 좋아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편해서 그런말을 했을지도 모르지요..
아니면 나는 그냥 동생으로만 보이니까 그랬을수도 있구요..
누나는 나와 통화한 뒤에 내가 편하다고 그랬습니다.
난 그냥 귀여운 동생일 뿐일까요..
#4 운명이라는것
문화상품권 공짜로 생긴게 4장정도 있어서
그걸로 지난번에 놀아준거에 대한 보답을 하기로 했습니다.
누나한테 영화를 보러 가자고 했지요.
아 물론 이 말은 누나랑 만났던날 저녁에 누나에게 한 말입니다.
누나도 좋다고 했지요. 나나 누나나 영화를 좋아하니까요.
누나는 영화표를 모으고 있다고 했습니다.
나도 모으고 있지요.
다시 생각해 봐도 비슷한 부분이 많았어요.. 평범한 거지만.
수요일에는 결국 집에 들어와 버렸다고 말했습니다.
문화상품권은 집에 있었고,
일단 집에 들어간 후에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하는게
더 자연스러울 것 같았기 때문이죠.
그날 밤에는 갑자기 엄청난 소나기가 왔습니다.
옷이 모두 젖었을 정도였죠.
누나는 우산이 없다고 그러더라구요.
그냥 마음 떠보는 셈 치고 누나한테 데리러 갈까?라고 물었습니다.
정말 달려가고 싶었지만 그때는 누나가 퇴근하기 20분 전이었고
그곳까지 가기엔 조금 시간이 늦었었죠.
아직까진 고등학생 이니까.. 그리고 방금 집에 들어왔었기 때문에..
누나한테 정말 미안하다고 하니까 괜찮데요..
꼭 남자친구 같다네요..ㅋㅋ
그때 생각했습니다. 내가 학생만 아니었어도..
정말 달려갔을거라고..
가지 못한거.. 지금 정말 후회하고 있습니다..ㅎㅎ
그날 누나가 다시 얘기를 꺼내더라구요 영화 언제 보여줄거냐구.
금요일에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미아삼거리 역에서 만났지요.
극장에 가니까 서로 영화를 좋아하다보니 거의 다 본 영화였지요.
별 수 없이 공포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누나와 영화시간 기다리며 이야기도 많이 했습니다.
(예전에도 했던 얘기지만)누나는 제주도에 가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남자친구가 생기면 꼭 제주도에 같이 가볼거라고 했지요.
그리고 남자친구가 생기면 매일 남자친구랑 영화보러 갈거라고 그랬습니다..
영화 볼때는 제가 생각해도 조금 무서운 영화였는데
누나가 자꾸 기대어 오더라구요..
사실 내 품에 안겨도 괜찮은데..
그 좋은 사람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란 어떤걸까요..
그때는 아무리 생각해도 해줄 수 있는 일이란 그냥 영화 보여주는것 밖에..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영화가 끝나고 함께 종로 거리를 걸었습니다.
그 사람과 함께 있다면 어디든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시간이 끝나지 않기를 기도했습니다.
제발 이대로.. 조금만 더 있게 해주세요..
오늘 하루만이라도 좋으니까 이대로라도..
왠지 누나는 나와는 다른 종류의 사람인 것만 같았습니다.
그곳에 있는 내가,
누나의 곁에서 걷고 있는 내가
마치 다른 행성에서 온 것처럼 무척 낯설게만 느껴졌습니다.
예전에 했던 얘기지만
자꾸 누가 스토커처럼 누나에게 전화가 온다고 했습니다.
같은학교 다니는 오빠라고,
B형이고 현재는 군대 갔다고 했습니다.
곧 휴가 나오는데 만나자고 한다고,
무섭다고 그랬습니다.
울 뻔 했다고도 했습니다.
군대 간 사람이 계속 만나자며 전화가 온다고 했습니다.
내가 사귀었던 사람이냐고 묻자 그건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자기가 사겼던 사람은 A형이었는데
정말 성격이 이상하다고, 정말 싫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혼자 생각했습니다.
내가 과연 이 사람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이 무얼까.
다시 생각해 보았었지만
정말 그때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빨리 세월이 가기를 바랄뿐.
내가 언젠가 대학생이 되기를 바랄뿐.
그때 누나의 남자친구가 되기를 바랄뿐..
#5 이별
미아쪽에 갈 일이 생겼습니다.
미아쪽에서 살다 온 친구가 함께 가자고 그러더라구요.
가는 김에 누나 가게에 놀러간다고 그랬죠.
그랬더니.. 누나가 오지 말라네요
오늘같은날은 바쁘구 사모님두 계신다구
그냥 누나 가게 가서 팥빙수나 하나 사먹을까 했는데
누나는 단순히 놀러온다고 들었던 거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지만
그때로는 많이 기분이 나빴습니다.
그 즈음 누나가 갑자기 바쁘다며 문자를 잘 안보내기 시작했거든요..
처음으로 하루종일 문자를 주고받던 날만 해도
내 덕분에 심심하지 않았다며 웃던 누나였는데..
조금 섭섭하더라구요..
내가 속이 좁을지도 모릅니다. 이해심이 없을지도 몰라요.
그래도.. 섭섭한건 섭섭한거 더라구요..
미아에 갔다가.. 말도 안하고 누나 가게에 찾아갔습니다.
심통부리는 거였지요..
인사도 안하고 그냥 막 들어가서는
팥빙수 되죠? 팥빙수 하나만 주세요 그랬지요..
가게에 일부러 핸드폰을 두고 왔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나도 모르게 밑에 내려놓고 왔지요.
집에 다 와 갈때쯤 친구 폰으로 제 폰에 전화를 했지요
다행히 누나가 받았습니다.
당연히 떨어뜨린것 같다고 했지요.
학원 가지도 않으면서 학원간다고 또 거짓말 했습니다.
그날 못가지러 갈수도 있다고 그랬지요.
일부러 안갔습니다..
퇴근시간 넘은 후에 누나에게 전화를 걸어서
다음날 가지러 가겠다구 했습니다..
다음날 친구가 두 세번 전화가 오더라구요..
누나가 자기한테 전화온다구, 핸드폰 찾아가라 그런다구
일부러 안갔습니다. 아니, 반은 못간거구요
갈수 있을때도 많았지만, 일부러 가지 않았어요.
퇴근시간 맞추어 가려고 했습니다.
나름대로 머리를 쓴거지요.
어떤말을 할까 미리 생각도 해보구요..
10시에 출발했는데 가게근처에 가니까 아직 30분밖에 안되었더라구요.
별 수 없이 30분동안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잘 안보이는 대각선 방향에서 계속 바라보았죠.
누나가 일하는 모습, 손님 맞는거, 청소하는거..
나도 모르게 누나 참 힘들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오면 힘들었냐는 말이라도 한마디 해주려 생각했지요.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문득 누나 가게 맞은편으로 와버린 겁니다.
아마.. 누나가 나를 본것 같네요.
계속 내쪽을 쳐다보던데..
아마 봤을거에요..
그런 모습으로 있고싶지는 않았는데.
누나가 막 퇴근하려고 그러더라구요.
가게로 들어갔습니다.
누나가..
약속 있다고.. 그러더라구요..
얘기도 한마디 제대로 못해보고..
누나는 그렇게 가버리더라구요.
집에오는 지하철에서 내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날밤 누나 전화번호, 사진 다 지워버렸어요..
다신.. 떠올리지 않기로..
누나같은거, 이제 잊어버리기로..
누나는 함께 제주도 여행갈 남자친구가 필요하고
누나는 매일 영화보러 같이가줄 남자친구가 필요하고
누나는 비올때 우산 가지고 뛰어와줄 남자친구가 필요하고
누나는 누나를 이상한 사람들로부터 지켜줄 남자친구가 필요하고
누나는.. 힘들때 함께 술마셔줄 남자친구가 필요한 거니까..
나는 한가지도 제대로 해줄 수 없으니까..
한마디로 누나의 행복과 거리가 먼 사람이니까..
매일 누나한테 얻어먹기만 하고
아무것도 누나한테 해줄 수 없으니까..
그런 내가 한심하니까
그런 내가 미우니까
그런 내가.. 정말 화나니까..
이제 누나 전화번호 잊어버리려고..
계속 누나랑 만나고 문자하면 나만 힘들어질것 같아서.
...
다음날 친구에게 누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누나가 그날.. 계속 전화가 왔다구..
약속있는데 어떡해야하는지.
그친구 말로는 한시간에 한번 꼴로 전화가 왔다고 하네요..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시작하기도 전에 난 도망치고 있는건가..
한번 부딫혀 보지도 않았으면서,
누나한테 아무런 얘기도 해보지 않았으면서,
나혼자 멋대로 판단을 내리는 건가..
그래, 오늘은 마음 잘 정리하고
내일 누나한테 그날일 사과를 핑계로 전화해서 다시 전처럼 지내보자..
다음날,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정말, 어떤말을 해야할지 다 생각해 놓았는데
전화기를 들고 얼떨결에 번호를 눌르니까
어떤말을 해야하는지 다 잊어버려 지더라구요..
아.. 어떤말부터 꺼내야 할까..
그러는 순간 누나가 전화를 받았습니다.
여보세요?
아, 나야..
응, 왠일이야?
지금 할일 많아?
응.. 지금 좀 바쁜데, 왜?
아, 그렇구나.. 아.. 뭐라구 해야되나.. 전에 핸드폰 놓고왔을때 있잖아..
응, 그때 뭐?
그.. 누나가 약속있는지 몰랐어..
아, 괜찮아 괜찮아! ..나 지금 쫌 바쁘거든?
아, 그래?.. 그럼.. 다음에 얘기하자..
응..
전화를 끊고 한동안 멍하게 앉아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다시 핸드폰을 들고 문자를 썼죠..
아직 할말 많은데ㅋ 나 문자 다썼으니까 듣고싶으면 연락하도록 하세요
...
누나 남친 생겼어ㅋ 지금 같이 있어서ㅋㅋ 축하해줘ㅋ 그날일 괜찮아ㅋㅋ 공부 열심히해ㅋㅋ
순간, 할말, 해주고 싶은말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뭐? 왜그랬어? 뭐하자는거야? 얼마전까지 그런거 없었잖아
설마 하루이틀 만나서 사귄다는거야?
나 누나 좋아하는거 몰랐어?
솔직히 눈치 챘을거아냐 그거 못챘으면 바보지
아무리 바보라도 내가 그정도까지 말했으면..
하지만 그 말들보다..
..가장 해주고 싶던 말을 했습니다..
축하해요ㅋㅋ 누나 행복할거에요ㅋㅋ 오래오래 가길 빌게
누나 좋은사람이잖아ㅋㅋ 담에봐ㅋㅋ
누나가 이 글을 보고 있을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모두 잊어버릴것 같습니다.
만약, 혹시라도 누나의 친구라도 이글을 보고있다면..
누나에게 전해주세요..
그때.. 정동진에서 해뜨는거 같이 봤던 사람이 아직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누나가 지금 왜이러는지, 난 아직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다시 만나는날엔 꼭.. 알려달라고..
난 누나가 무얼 하든 상관없으니까..
또 누나도 내가 무얼 하든 상관없겠지만,
혹시 그날 기억이 난다면..
혹은 남자친구가 힘들게 한다면..
내 번호 지우지 말고 있다가.. 전처럼 문자 날려달라고
언제라도 영화는 같이 봐줄수 있으니까..
카페 게시글
☆ 친목도모 사랑방~
잡담
그냥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제목을 뭘로 할지도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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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이런 므흣한 일이 ^^; 아무쪼록 좋은 기억으로 서로 맘안다치길 기원들립니다 ^^므흣
혹시 자작 소설? ㅎㅎ 훌륭하네여
논픽션 자작소설이죠.. 훌륭하다는 말 같은건 듣고싶지 않네요..
ㅡ0ㅡ 누난 내여자니까 ~ -0-;;;
오 멋집니다~ 실제맞아요?
글솜씨가 있군요 재밌네요 좋은것만 기억하세요 첫사랑은 이뤄지지않아서 더 아름다운법이지요^^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