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37)는 출퇴근 문제로 지난 4월 경기도에서 서울 서초구의 한 다가구 주택으로 이사했다. A씨가 계약한 집은 보증금 1억원에 월세 35만원으로 주변 시세 대비 상당히 저렴한 수준이다.
A씨는 그러나 “월세만 놓고 보면 강남에서 이 정도 집을 구하기 쉽지 않지만 관리비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월세 60만원짜리 집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집은 1980년대에 지어진 4층짜리 다가구주택으로, A씨는 1층 1.5룸에 거주하고 있다. 그가 매달 납부하는 관리비는 25만원이다. 수도세·전기세·TV요금 등은 전부 별도다.A씨는 “관리비가 어떻게 쓰이는지는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6월부터 소규모주택 관리비 투명화 방안을 단계적으로 시행한다고 22일 밝혔다. 원룸, 오피스텔 등의 임대인이 과도한 관리비를 부과하는 관행을 막고, 임차인(세입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50세대 미만의 공동주택, 다가구(원룸), 오피스텔(준주택) 등은 관리비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다. 때문에 임차인이 매물을 구하거나 계약할 때 관리비가 얼마나 부과될지, 해당 관리비가 부과되는 세부항목 등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
직방·다방 등 온라인중개플랫폼에 게시된 매물의 경우 관리비 부과여부 및 액수를 확인할 수 있지만 이 역시 각 관리비가 어디에 쓰이는지에 대한 세부항목은 나오지 않는다.
국토부는 앞으로 전·월세 매물 광고시 월별로 일정 금액이 부과되는 ‘정액관리비’가 10만원 이상일 경우, 부과내역을 세분화해 표시하도록 하고, 온라인 중개플랫폼에도 표준화된 입력기능을 마련해 임차인이 해당 매물의 관리비 부과내역 등 정보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공인중개사 역시 임대차계약 전 임차인에게 관리비 정보를 명확히 안내토록 할 방침이다. 임대차계약서에도 비목별 관리비 내역을 작성하도록 개선해 매물광고부터 계약까지 전 과정에 관리비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도록 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번 대책으로 관리비가 ‘제2의 월세’로 악용되는 구조를 차단하고, 임대인이 부당하게 관리비를 올리는 관행을 끊어내 임대차 시장이 더욱 투명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