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서 공개된 일본 영화 '스바라시키 세계'(니시카와 미와 감독)는 살인죄로 13년에 걸쳐 감옥에서 복역한 야쿠자가 출소한 뒤의 이야기다. 감옥에서 출소하기 전에 주인공 미카미 마사오(사카이 히로시)는 카타기로 살아갈 것을 맹세한다. 카타기란 야쿠자의 반대어로 보통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즉 주인공은 야쿠자로서의 과거를 모두 잊고 성실한 사람으로서 평범하게 살아가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런데 출소해 보니 13년간 사회는 크게 바뀌었다. 야쿠자를 철저히 배제하는 사회가 된 것이다. 생활보호 신청에 구청에 갔더니 담당 공무원은 감옥에 들어가기 전 미카미의 직업을 물었다. 조직폭력단과 관련된 이력이 있으면 생활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미카미의 보호자로 함께 구청에 온 남성은 그가 생활보호를 받지 못하면 다시 조직폭력단의 생활로 돌아갈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사실 그렇다. 조직폭력단 생활에서 벗어난 사람이 일자리도 없고 생활보호도 받지 않으면 단지 '살기 위해' 다시 조직폭력단이 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야쿠자의 잃어버린 13년, 그 후의 책임은
말하자면 일본에서 야쿠자의 존재감이 이전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옛 영화에는 혈기 왕성한 젊은 야쿠자가 자주 등장했지만 요즈음은 영화에서도 거의 볼 수 없다. 1992년 폭력단 대책법이 시행된 영향이 크다. 조직폭력단에 대한 규제와 단속을 강화한 것이다.
야쿠자 전성기는 버블 경제 때였던 것 같다. 이때는 부동산과 주식이 오를 만큼 오르면서 돈을 벌는 '경제야쿠자'가 힘을 얻었다. 영화 '스바라시세계'의 미카미도 '외차를 탔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이 시기의 야쿠자는 꽤 화려한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카타기에서 살겠다고 결심했지만 일을 찾는데 고생하고 낙담한 미카미는 결국 교제가 있던 야쿠자를 찾아간다. 하지만 좋은 생활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 지인은 미카미에게 “지금은 야쿠자로서 살아갈 수 없다. 은행 계좌도 만들 수 없다”고 가르친다.
조직폭력단을 사회에서 쫓아낸 것은 좋지만, 쫓겨난 사람들의 인생은 어떻게 될까. '훌륭한 세계'를 볼 때까지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 문제였다. 2020년 일본에서 공개된 당시 개인적으로 그 해에 본 일본 영화 중 최고로 좋았던 작품이 '훌륭한 세계'였다.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 때문인지 한국에서 공개되기까지 2년이나 걸렸다. 게다가 요즘 '한산 : 용의 출현' '헌트' 등 한국영화의 대작이 잇따라 공개돼 주목받고 있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영화 관계자들의 평가는 높다.
한국의 저출산, 높은 사교육비의 영향
버블 이야기로 돌아오면 제가 초등학생 때인 1990년대 초 버블경제가 붕괴되었고 당시 10~20대는 나중에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는 시대를 살았다. 버블경제 때는 쉽게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지만 버블 붕괴 후에는 부동산과 주식이 폭락해 많은 사람과 기업이 차입금을 돌려줄 수 없게 됐다. 90년대는 은행 관계자가 사살되는 사건도 잇따라 일어났지만, 범인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미디어에서는 아마 조직 폭력단에 의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당시의 불길한 분위기가 기억된다.
최근 한국에서 일본 버블 붕괴와 잃어버린 20년을 언급하는 기사와 방송을 보는 것이 많아졌다. 아마 한국의 향후를 생각하기 위한 힌트를 얻으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도 부동산과 주식 폭락으로 버블 붕괴 위험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물론 일본 때와는 다른 점이 많지만, 이웃나라의 실패가 참고가 되는 부분은 분명한 것 같다.
그런데 '잃어버린 20년' 동안 내가 개인적으로 불행했는가 하면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취업빙하기에 한국으로 건너와 대학원에 다니는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즐거운 10~20대를 보냈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에서 태어나 자랐다면 치열한 입시경쟁 속에서 과연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을까도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것은 1인당 GDP가 가까이 일본보다 한국이 높아질 것이란 소식을 봤기 때문이다. 이미 교통비를 제외하면 많은 물가도 한국이 일본보다 높은 것 같고, 연평균 임금도 일본보다 한국이 높다고 한다. '역전'이라는 단어를 자주 듣게 되었다. 그런데 자살률은 일본보다 한국이 높고 출생률은 한국보다 일본이 높다. 행복은 주관적인 것이지만 자살률이나 출생률은 어느 정도 행복과 연결되어 있는 수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한국에 살면서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 것은 과도한 사교육이다. 저출산의 배경에도 높은 사교육비가 있다. 아이를 낳고 싶어도 제대로 키울 수 있는 경제력이 없다고 판단해 출산을 포기하는 젊은이는 적지 않다. 과연 거기까지 높은 사교육비가 필요한가. 나는 일본의 힘이 상실된 이유 중 하나가 고령화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은 한국보다 훨씬 전부터 고령화가 시작되어 2020년에는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29.1%를 차지했다. 한국은 2021년 16.5%였다. 한국의 낮은 출생률을 보면 언젠가 일본보다 심각한 고령화 사회가 올지도 모른다.
드라마 '우영우 변호사는 천재피부'에서도 아이 해방군 총사령관 판구환(쿠교환)씨가 과도한 사교육 문제를 지적했다. "아이들은 지금 놀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학원에 가는 버스를 탄 초등학생을 산으로 납치(?)하고 함께 놀던 판구봉씨의 행동은 범죄였지만 매일 밤 늦게까지 학원에 갇혀 공부했고, 저녁 식사도 편의점에서 사이에 맞추는 초등학생을 현실에서 해방시킨 행위에는 충분히 동감했다. 드라마 속 판구봉씨의 주장을 듣는 성인은 우영우뿐이었다. 어머니들은 모두 「학원에서 공부하는 것은 아이들의 미래 때문」이라고 하지만, 과연 그런가.
'우영우 변호사는 천재 피부'의 각본을 쓴 문지원 씨는 “재미있는 사람은 우리가 사는 사회를 변화시켜 풍요롭게 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우영우도, 판구폰도, '훌륭한 세계'의 전 야쿠자 미카미도 미카미가 만난 장애인 청년도 모두 사회가 존중해야 할 중요한 존재다. 그것은 그들을 향한 것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를 향한 것입니다.
나리카와 아야 / 모토 아사히 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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