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학민의 음식이야기 ] | 2002년09월11일 제426호 |
사진/ 양념한 고기를 은은한 불에 초벌 구워 기름을 빼고 다시 연탄불에 얹어 굽는다.
우리나라 전통가옥의 바닥을 구성하는 구조체에는 온돌과 마루가 있다. 오늘날 흔히 볼 수 있는 한옥에는 이 둘이 으레 설치돼 있어, 온돌과 마루는 우리 주거문화의 가장 큰 특징이다. 그러나 고대 한반도의 남쪽지방에는 온돌이 없었고, 북쪽지방에는 마루가 없었다. 따라서 마루는 남쪽지방에서 발전하여 북쪽지방으로 퍼졌고, 온돌은 추운 북쪽지방에서 발달하여 차츰 남쪽지방으로 보급된 것으로, 조선 중기에 와서야 마루와 온돌이 전 한반도에 걸쳐 보편적으로 한옥에 설치되었다.
온돌은 방바닥을 골고루 덥게 해주며, 습기가 차지 않도록 하여 기거하기에 적합하도록 하며, 화재에도 안전한 이상적인 난방법이다. 그러나 온돌은 실내공기가 건조하기 쉽고, 여름에는 바닥의 습기가 상승하여 눅눅하게 되는 결점이 있다. 온돌을 잘 놓지 못하면 불길이 아궁이 밖으로 나오거나 균열이 생겨 연기가 누출되기도 한다.
또 우리나라 같은 대륙성 기후는 겨울이 춥고 길기 때문에 온돌을 데우기 위해서 장작·솔가지·잡목줄기·낙엽·짚·건초 등 많은 양의 땔감을 소모하게 된다. 부실한 굴뚝과 넓은 부엌 아궁이로 인해 열효율이 떨어져 그 소비량을 가중시켰다. 그리하여 마을 주변의 숲은 땔감 채취로 말미암아 많이 황폐화되고 나무의 질도 퇴화되었다. 이런 상황은 일제 때까지 지속되었는데, 6·25 이후 석탄 가루를 버무려 원통형으로 만든 구공탄이 출현해 보급되면서 점차 수그러들었다.
이후 구공탄은 구멍 수에 따라 9공탄, 19공탄, 22공탄으로 발전되었고, 업소용 32공탄도 따로 나왔는데, 1950, 60년대 도시 주민들의 난방·취사용으로 절대적이었다. 흔히 “박정희 때문에 산에 나무가 많아졌다”고 하지만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시민들이 편의를 추구하며 장작 대신 연탄이나 석유가 난방·취사용 연료로 바뀌면서 나무 채취가 줄어들어 산이 푸르게 된 것이다.
11월 월동준비 때 좀 있는 집은 부엌이나 처마끝에 연탄을 쌓을 수 있는 대로 1천여장 들여놓고 오는 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것에 흐뭇해하는 반면,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산동네 서민들은 100, 200장, 또 그도 안 되는 사람은 아침저녁으로 새끼에 매달린 연탄 한장을 달랑 들고서 추운 겨울을 지낼 준비를 한다.
그러나 80년대에 들어서자 연료로서 연탄도 그 사명을 다하기 시작했다. 산업화 과정에서 다국적 석유회사들을 통해 물밀듯이 들어온 석유는 ‘주유종탄’이니 ‘주탄종유’니 하며 잠시 연탄과 혼재하는 것 같았지만, 곧 연탄을 밀어내버렸다. 이제 연탄은 최소한 대도시에서는 연료로서 자기 사명을 다하고 자취를 감춰 약에 쓰려고 찾아보아도 구경할 수 없다. 간혹 생선구이집, 변두리 소갈비·돼지갈비집에서나 볼 수 있으니, 인공사육, 유전자 조작, 화학조미료투성이인 요즘의 먹을거리에 옛날식 불을 지펴 그냥 향수나 자극하려는 것은 아닌지!
30여년 전 군대에서 휴가올 때마다 막내아들 고기 좀 먹이겠다고 해주신 어머니의 고추장 돼지불고기 맛이 생각나 오며가며 눈여겨보았던 ‘연탄삼겹 고추장구이집’(031-715-9092)에 들렀다. 어머니의 고추장 돼지불고기와는 달리 이 집의 삼겹고추장구이는 껍질까지 합하면 오겹살인데, 양념한 고기를 은은한 불에 초벌 구워 기름을 빼고 손님상에서 연탄불에 석쇠 얹어 다시 굽는다. 이렇게 해야 고기가 새카맣게 타지 않고 노릇노릇 구워지면서 쫄깃쫄깃해진다고 한다.
주인 김재진(56)씨는 서울 강남에서 음식점을 경영하다가 2년 전 이곳으로 내려와 연탄삼겹 고추장구이집을 열었다. 점심 때부터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분당·수지에서는 꽤 알려진 집이 되었다. 맛있다고 돼지고기구이로 너무 배를 채우지는 마시라. 연탄불에 자글자글 끓이는 이 집의 청국장맛을 못 보면 후회한다(삼겹고추장구이 1인분 7천원, 청국장 4천원).
학민사 대표·음식칼럼니스트 hakmin8@hanmail.net
첫댓글 전 연탄구이로 하면 연탄가스 맡는거 같고 또 고기도 잘 안구워져서 별로였는데 제가 잘못하는건가요? 제대로 하는 방법 있음 알려주세요.
여기 지저분하고 맛 없어요
지저분한건 공감이 가는 부분이며... 업주분께서도 신경써주셔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맛은 이곳 맛집 소개란에 소개될 정도의 수준은 된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사람들이 붐비는 데에는 이유가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