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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큐버스 #2
결국 그레이먼은 마지막 잡고 있던 이성의 끈을 놓아버리고 말았다.
"짓밟아 버려!!"
하지만 마로니크는 그가 생각하던 것 이상이였다.
고작 14살 짜리가 무영창 마법*과 멀티 캐스팅*이라니...
(무영창 마법* : 무영창 마법이란 주문 없이 바로 시전되는 마법을 뜻한다.
보통의 경우 써클이 올라가면서 점차적으로 하위 써클 마법의 주문을 외우는 속도가 빨라지며 3써클 낮은 마법의 경우 무영창 마법이 가능하다.
하지만 9써클의 마스터 루이와 같은 천재는 단지 1써클 낮은 마법도 무영창 시전이 가능했다고 한다.)
(멀티 캐스팅* : 멀티 캐스팅은 동시에 여러 주문을 외우는 것을 말한다.
그런만큼 캐스팅 속도는 느려지지만, 한번에 여러개의 마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만큼 위력적이다.
하지만 멀티 캐스팅은 무영창 마법과는 달리 같은 써클의 마법사라 하더라도 강한 정신력을 '타고난' 사람만이 가능하다. )
거기에 체르니까지 오러가 맺힌 검을 들고 가세하자 그레이먼의 기사들은 공격을 막기에 급급했다.
"매직 미사일(Magic Missile), 파이어 볼(Fire Ball)"
콰광 쾅 콰앙!
연신 날아오는 마법 세례에 기사들은 대열이 흐트러졌고 마법을 막느라 기사들의 정신이 팔려있을 때 체르니는 빈틈을 파고들어 한방씩 먹였다.
칼등으로 쳤기 때문에 피가 나거나 목숨에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였지만 기절시키거나 전투불능으로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현명한 주군이라면 기사들이 2-3명씩 조를 짜 포위망을 깨지 않으면서도 마법과 검에 동시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겠지만 그레이먼은 그만큼 총명하지 못했다.
그는 하나둘씩 쓰러져가는 자신의 부하들을 멍청하게 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8명의 기사들이 각개격파 당하는 것은 순식간이였다.
체르니와 마로니크의 실력이 그들이 상상하던 것 이상이였던 이유도 있지만, 기사들이 꼬맹이의 코묻은 돈을 뺏는 건달마냥 조직화된 행동을 보여주지 못한 탓이 더 컸다.
하긴, 좀 전 그들의 모습은 영락없는 뒷골목 건달이였긴 하지만말이다.
"천한 놈"
기사들이 모두 정리되자 마로니크의 빨간 두 눈이 그레이먼을 살벌하게 노려보았다.
주위는 온통 어둠에 파묻혀 있었음에도 그의 두 눈은 살기로 번뜩였다.
마로니크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은 그레이먼은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공포로 덜덜 떨기만 할 뿐이였다.
마로니크는 그런 그를 고개를 휙 돌려 무시하며 아직도 훌쩍이고 있는 여인에게로 다가갔다.
"괜찮나?"
"네..."
여인은 얼굴을 살짝 붉히며 고개를 숙인채로 주저하더니 이내 힘들게 말을 꺼냈다.
"아리.. 아리아입니다."
"응?"
"제.. 이름이요..."
"난 마로니크다."
"난 체르니! 반가워 아리 아리아~"
아리아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는 어느새 둘 사이에 끼어든 체르니가 자신의 이름을 이상하게 부르자 급히 손을 내밀어 휘휘 저었다.
"아리 아리아가 아니라, 그러니까 아리.. 아니, 아리아예요"
"아니 아리아?"
"아리아. 바보 동생아."
"나.. 나도 알고 있었어!!"
어느덧 마로니크-아리아 대화구도에서 마로니크-체르니 다툼구도로 번져가고 있을 때였다.
혼절한 기사들을 끌고 가지도, 그렇다고 혼자서 도망가지도 못한 채, 아직도 덜덜 떨고 있던 그레이먼의 표정이 활짝 펴지며 그가 소리질렀다.
"세.. 세이단 경! 여기야, 여기!!!"
...
척! 탁.탁.탁.탁.탁.
그레이먼의 기사들과는 달리 은빛 풀플레이트 갑옷으로 무장한 로이스트 세이단 백작의 기사들이 나타났다.
한 걸음을 내딛더라도 동작이 딱딱 맞아 떨어지는게 이들이 얼마나 잘 훈련된 기사인지 말해주었다.
중무장을 한 기사들의 맨 앞에 선 수수한 양복 차림의 사내가 바로 로이스트 세이단이다. 그는 은빛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파란 두 눈을 감고는 예를 취했다.
"로이스트 세이단, 그레이먼 알레고리 공자님과 마로니크 아르셀 공자님을 뵙습니다."
역시나 이번에도 그레이먼과는 달리 어둠속에서도 머리카락 한올한올 모두 셀 수 있을 정도의 시력을 가진 그는 뛰어난 기사였다.
"세이단 경! 저 건방진 마로니크가 나의 기사들을 이꼴로 만들었어! 본때를 보여줘!!"
로이스트는 침을 튀겨대며 소리치는 그레이먼과 조용히 지켜보는 마로니크를 보며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쩜 글레이먼님은 마로니크님보다 세 살이나 더 많은신데도 저리 차이가 날까..'
"그건 곤란합니다. 공자님."
"어째서지? 저놈은 나를 모욕했어!"
"그렇다면 정정당당히 1:1 결투를 신청하셨어야지요."
"뭐라고?!!!"
"아니면 적어도 공적인 자리에서 항의를 하셨어야 합니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다수의 기사가 마로니크님 한분을 상대로 싸운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당연히 마로니크 혼자서 그레이먼의 기사들과 싸운 것은 아니지만 신전과 집에만 꽁 박혀있는 체르니를 세이단 백작이 알아볼리 없다.
설사 알아볼 수 있다 하더라도 큰 눈과 작은 입술, 코가 아기자기하게 자리잡은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는 체르니가 기사들을 상대로 싸울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하여튼 8:2였건 8:1이였건 자신의 행동이 부당하다며 명을 거부하는 세이단 백작을 그레이먼이 가만히 놔둘리 없다.
"네.. 네놈이 내 명을 거역하는 것이냐! 지금 너는 내가 씻을 수 없는 치욕을 당한 것을 이렇게 넘기겠다는 것이냔 말이다!!"
"곤란합니다. 그레이먼 공자님께서는 제 주군이 아니시니 방금 하신 말씀을 명이라고 칭하시기 보다는 지시라고 하시는게 더 어울릴듯 싶습니다만..
그리고 마로니크 공자님, 제가 그레이먼 공자님을 대신해서 사과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부디 이번 일은 잊어주십시요."
"네가 아버지의 총애를 받는다고 내가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기고만장해 있는 모양인데 내 오늘 이일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로이스트가 명 아니, 지시를 거역한 것보다 마로니크가 준 모욕이 더 컸는지 글레이먼이 자신의 발언을 수정하는 것은 금방이였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어서 저 건방진 놈을 응징하고 내 치욕을 대신 갚아라!"
"곤란.."
로이스트와 글레이만의 대치가 비슷한 구도로 지속될 듯 싶자 기사들의 중앙에서 호위받던 한 여인이 결국 참지 못하고 로이스트의 팔을 가슴쪽으로 잡아 끌었다.
"로이니임~ 공작님이 명하신 대로 글레이먼님을 찾았으니 우린 이만 다른데로 가요- 네에?"
씨익.
한 여인으로 인해 방금전까지 로이스트와 글레이먼 사이에 흐르던 긴장은 산산이 흩어지고 말았다.
로이스트의 입가에는 절로 행복한 미소가 걸렸고 곧 그의 두눈은 한 여인으로 가득찼다.
그렇게 그는 글레이먼을 무시한 채 '무언가에 홀.린.듯.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그래요. 우리의 밤은 짧으니까..."
...
"흐음... 이상한데..."
"?"
"이상해.. 뭔가 기분이 묘~한게.."
로이스트 세이단 백작은 의문의 여인과 떠났다.
글레이만과 그의 기사들은 로이스트의 기사들이 데리고 갔고 아리아 역시 집에 무사히 들어갔지만 체르니는 아까부터 무언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그런 거겠지."
"... 아니야.. 틀려.. 그런게 아니라.."
"아니면 신전인가?"
"아니라니까!!"
체르니는 팔짱을 낀 채로 두눈을 감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이상했다. 로이스트의 여인에게서 느껴지는 위화감...
하지만 너무 늦은 밤이였다.
분명히 아빠, 아르셀 공작이 찾고 있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체르니는 마로니크와 집으로 귀가할 수밖에 없었다.
뭔가 개운치 못한 찝찝함을 느끼면서..
...
'그대 나를 그런 슬픈 눈으로 바라보지 마요.
그대 두 눈에 담긴 다른 사랑에 내 마음은 찢어지죠.
잊어요.
오늘밤은, 지금 이 순간은 그대와 나.
두 사람뿐이죠.
.
달콤한 속삯임이 귓가를 파고들어와
머리가 터질 듯한 황홀감에 젖어요.
우리 모두.
붉은 달빛에 젖어
그대, 깊은 잠에 빠져요.
사랑해요.
아아- 그대의 심장박동이 느껴져
그것은..
너무나도 탐나는 그대의 마음이죠'
매혹의 노랫소리와 한달에 한번 뜨는 붉은 보름달, 루나(Luna)가 공명한다.
세상을 붉은 와인 빛깔로 물들인 달빛 아래 커다란 아름드리 나무가 작은 언덕 위에 솟아 있다.
두 연인은 나무에 기대어 핏빛 사랑에 젖어있다.
남자는 여자의 무릎을 베고 누워있고 여자는 그의 머리카락 한올한올을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살랑이는 바람이 두 사람을 아스라히 보듬어 주었고 두 사람의 머리카락은 물결치듯 흩날렸다.
여인은 서서히 감고 있던 눈을 떴다.
그녀의 눈에는 또 다른 루나가 담겨있다.
그것은 로이스트에겐 거부할 수 없는 마력과 같았다.
로이스트는 그녀, 유리아의 두 눈에 취해 귓볼을 간질이는 달콤한 속삯임을 들었다.
"로이.."
"..."
"마로니크를.. 죽여요..."
...
'라라~ 라~ 라라~ 라라~♪'
...
샤르니는 오랜만의 외출에 신났다.
얼마전 순례 여행에서 돌아온 고참 성기사가 말해준 바깥 세상 이야기를 들은 그녀에게 아라엘 신전은 답답하기 그지 없는 세상이였다.
바깥 세상과는 달리 신전에서는 지루한 예배를 매일같이 하는 것은 물론이고 복도에선 발소리를 내지 말아야 했고, 식사할 때에는 입을 크게 벌려도 안됬으며 쩝쩝거리는 소리를 내도 안됬다.
성기사들과의 대련도 박진감이 없었으며 신전에서 나오는 음식도 매일 같은 맛이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신전의 담을 넘은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었다.
그녀는 사람이 사는 듯한 활기를 느꼈고 새로운 맛을 느꼈으며 재밌는 경험을 했다.
그렇게 축제에 푹 빠져 시간가는 줄도 모르던 샤르니에게 어디선가 아름다운 노래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저쪽인가'
샤르니는 노랫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했다.
수상하다.
루나와 공명하며 퍼지는 노래..
그것은 그녀와 같이 마력을 가진 누군가에게 손짓하고 있었다.
'이리와요.'
...
휘익-!
"으앗! 뭐야?"
노랫소리에 귀 기울이던 샤르니는 누군가 다가오는 기척도 느끼지 못한 채, 목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언니!"
"체.. 체르니?"
체르니였다.
어쩐지 신전에서 보이지 않는다 싶더니 자기처럼 축제에 오고 싶어서 땡땡이 친건가 보다.
"언니도.. 혹시.. 노랫소리를 듣고?"
"응.. 뭔가 짐작가는거 없니?"
"글쎄.."
"나를 부르고 있다."
체르니의 뒤에서 한 소년이 불쑥 튀어 나왔다.
타오르는 화염을 연상시키는 붉은 머리와 눈동자..
하지만 살짝 올라간 눈썹과 날카로운 눈매, 굳게 다문 입술 때문에 화염과는 대조적으로 차가운 인상을 주는 소년이다.
"누구시죠?"
"우리 오빠야~"
"그런데 당신을 부르고 있다니요?"
"그냥 그런 느낌이군."
"그렇다면 위험한 것 아닌가요? 누군가 고의적으로 당신을 끌어들이는 거라면.. 도움을 요청하는게 좋지 않나요?"
"우선 확인해 봐야겠지."
"난 지금 들어가면 다시는 못 나올꺼야 흑흑.."
...
"시끄럽군."
노래가 흘러나오는 진원지로 도착한 마로니크는 언덕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와 동시에 울려 퍼지던 노랫소리가 멈췄다.
가만히 로이스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던 유리아는 살며시 일어나 체르니들을 맞았다.
"이렇게 찾아오시다니, 용감하신 분들이군요."
"그렇지 않으면 계속 시끄럽게 울어댈 것 같아서 말이야"
유리아는 마로니크에게 매혹의 눈길을 보냈다.
이성을, 사고를 마비시키는 매혹의 눈길을..
하지만 로이스트조차 사로잡은 그녀의 매혹적인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음에도 마로니크는 코웃음만 쳤다.
"하아.. 역시 지금으로선 당신처럼 강한 마력을 가진 사람에겐 통하지 않는군요."
"시끄럽군. 용건만 말해."
"어리석은 사람. 편히 보내주려 했건만.."
스르릉
유리아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나무에 기대고 있던 로이스트가 검을 뽑았다.
붉은 달빛을 받은 로이스트 세이단 백작의 검이 적의 피를 머금은 것과 같은 섬뜩한 피빛 섬광을 내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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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 힘들었습니다..
이번편은 나름 분위기 조성(?)하느라고 고생했네요..
... 고생한게이겁니다.. ㅋㅋ
중간에 등장하는 서큐버스의 노래에서 설명을 좀 덧붙이자면요
현실의 삶은 그냥 잊고 자기가 거는 유혹에 빠지라는 겁니다
(~ 잊어요, ~ 머리가 터질 듯한 황홀감에 젖죠 + 깊은 잠에 빠져요)
그리고 마지막 부분은 그 사람의 목숨을 노린다는 것을 뜻합니다.
(~ 너무나 탐나는 그대의 마음이죠)
심장(heart)를 마음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잖아요.. 거기서 착안한 겁니다.
하하하.. 허접한 노래를 해석하자니 제가 다 부끄러워 지네요 ㅠ
오늘로 드디어 시험도 끝났습니다.
서술형 문제 엄청 써재끼고 왔더만
타자 칠 때마다 손목이 나갈거 같네요 ㅠㅠ
첫댓글 잼있어 담편이 기대되요
매번 감사합니다~ ㅎㅎ ^^
젬있게 보고가요~~
헤헤헤, 소설 쓰다가 댓글 달렸나 보고 쓰다가 달렸나 보고 그랬어요 ㅋㅋ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감사해요 ~ ㅎㅎ 다음편 기대해주세요~
잼있어요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완전 짱!!
ㄷㄷ 많이 부족한 소설인데 감사해요 ㅎㅎ
주로 언제 올려주세요??조금이라도 더 일찍 보고 싶네요^^
일요일 늦은 저녁이나 월요일 점심 쯤에 업데이트 할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