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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표현(self-expression), 실험(experimentation), 목적(purpose)
`직원들 춤추게 하는` 직함재창조…자아표현의 숨어있는 팁
■ 조직행동학 大家 댄 케이블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
[사진 제공 = Matt Writtle]취업이 쉽지 않은 요즘 직장에 다닌다는 것은 축복이다. 그러나 막상 직장인들은 일을 하면서 기쁨을 느끼기보다는 힘들 때가 더 많다. 직장 내 인간관계, 실적 등에 대한 스트레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퇴사를 하는 경우도 많다. 사실 사람들이 직장생활을 힘들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회사에서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본인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닌 쳇바퀴 돌 듯 짜인 일상, 혹은 회사의 방침대로 일하며 사람들은 생기를 잃어갈 수 있다. 매번 이런 문제로 직원이 퇴사하면 회사 역시 힘들어진다. 새로운 사람을 찾는 데 들이는 시간을 넘어 퇴사자가 늘어나면 해당 회사의 평판이 나빠진다. 그렇다면 회사는 어떻게 직원들이 자신의 본모습대로 일하며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게 만들 수 있을까.
댄 케이블(Dan Cable)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가 올 초 '활기찬 직장 생활을 하는 방법(Alive at work: the neuroscience of helping your people love what they do)'이란 책을 냈다. 케이블 교수는 직원들이 회사에서 스스로의 모습을 잃어간다고 느끼는 이유가 "회사가 그들의 탐색 시스템(seeking system)을 정지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탐색 시스템은 세상을 탐험하고, 살아가는 환경에 대해 배우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충동을 일으키는 인간 두뇌 부위다.
케이블 교수는 회사가 직원들의 정지된 탐색 시스템을 활성화할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직원들이 본인의 아이디어와 관점을 말하는 '자아표현(self―expression)'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하는 '실험(experimentation)', 각 직원의 업무가 세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개인의 '목적(purpose)'이 그것이다.
매일경제 비즈타임스는 케이블 교수와 인터뷰하며 이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봤다. 그는 "직원들의 탐색 시스템이 꺼진 것은 산업혁명 시대부터 내려온 낡은 경영방법이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회사가 이런 오래된 관행을 버리고 사람들의 탐색 시스템을 활성화해야 하는 이유는 "호기심, 기대감, 열정이 활성화한 탐색 시스템으로부터 나오고 이런 긍정적인 감정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탐험하고, 혁신하며, 타인과의 긍정적 관계를 맺는 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그와의 주요 일문일답 내용.
― 직장인들이 '나의 본모습대로 일한다' 혹은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 이유가 회사가 이들의 탐색 시스템을 비활성화시키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 탐색 시스템은 우리 뇌에 실제 존재한다. 미국 카네기멜론대 심리학과의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 기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장점을 생각했을 때 탐색 시스템이 활성화한다. 저명한 신경과학자였던 고(故) 자크 판크세프는 탐색 시스템을 이렇게 표현했다. "해당 회로는 인간이 몰입하고 기쁨을 느끼는 데 크게 기여한다.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물적 자원을 찾고, 긍정적인 삶의 의미를 탐색하는 데 이 시스템이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 탐색 시스템은 직장에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활성화한 탐색 시스템으로부터 나오는 긍정적인 감정들에는 호기심, 기대감, 열정이 포함된다. 이는 개인이 무언가를 탐험하고(exploration), 혁신하며, 타인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개인의 호기심과 무언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 어떤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능력 역시 향상된다.
― 그렇지만 대개의 회사들은 딱딱한 분위기를 고수하고, 오래된 관행을 유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들의 탐색 시스템이 작동되고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며 일하기는 힘들 것 같다.
▷맞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들이 호기심을 갖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며, 무언가를 실험해 배우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 바로 해당 회사의 리더가 겸손한 리더십(humble leadership)을 보이는 것이다. 리더가 겸손한 모습을 보이고 본인의 성장 과정을 나누면 그 말을 듣는 사람들에게 배우겠다는 마음가짐이 생긴다. 이는 많은 연구로 이미 밝혀진 바다. 대대로 내려왔던 고리타분한 리더십은 직위, 통제, 확실성을 기반으로 되어 있다. 누군가를 통제하는 리더십은 결국 사람들로부터 두려움을 이끌어 낸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보너스를 잃게 될까 하는 생각에서 오는 두려움 등이 있다.
많은 리더들은 자신이 가진 힘을 내려놓으려고 하지 않는다. 일부 리더는 자신 있고 확신에 찬 모습을 보이고 싶어한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지난 40년 동안 권력(power)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를 연구한 결과는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타인을 '물건(object)'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는 것이다. 그들은 타인이나 부하직원으로부터 '사회적 거리감(social distance)'을 두고 싶어 한다. 이 때문에 권력을 가진 리더들이 그렇지 않은 직원들의 말을 듣고 그들과 함께 교류하는 데는 많은 심리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 회사가 직원의 탐색 시스템을 활성화하는 세 가지 방법을 언급했다. 첫 번째는 직원들이 본인의 아이디어와 관점을 말하는 자아표현(self-expression)이다. 자아표현의 예로 미국 비영리단체 '메이크어위시재단(Make-A-Wish Foundation)'에서 직원들이 직접 자신의 직함을 만드는 이야기를 들었다. 본인의 직함을 직접 만드는 것은 탐색 시스템을 활성화하는 것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직원이 자신의 직함에 직접 이름을 다는 것은 개인의 장점을 나타내고, 스스로 조직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알 수 있는 기회다. 이렇게 스스로가 만든 직함을 썼을 때 직원들은 개인마다 차별화된 일을 공공연하게 알리게 됐다. 아이들의 소원을 이뤄 주는 일을 했던 한 매니저는 이렇게 말했다. "내 직함을 듣는 사람들은 '딱 너에게 어울리는 일이야'라고 말한다. 직원 스스로가 본인의 직함을 만드는 것은 일을 하러 가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한다. 만약 '자체 직함' 정책이 없었더라면, 메이크어위시재단 사람들은 서로를 잘 알지 못했을 것이다."
메이크어위시재단은 질병이 있는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기관이다. 이 일에 직원들은 정신적으로 힘들어했다. 수전 펜터스 러치 전 재단 최고경영자(CEO)는 이런 정신적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직원들이 본인의 직함을 스스로 만드는 정책을 도입했다. 러치 전 CEO는 '소원 들어주기 요정(Fairy Godmother of Wishes)', 사무직 보조직원은 '안부 인사의 여신(Goddess of Greetings)', 홍보담당자들은 '기분 좋은 소식 전달자(Heralder of Happy News)' 등으로 직함을 재창조했다.
― 탐색 시스템을 활성화하는 두 번째 방법은 실험(experimentation)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하고 이를 '갖고 노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구글이 도입했던 '20% 자유시간'이 이에 해당된다. 이를 통해 구글 애드센스, 구글톡이 탄생되었다. 구글처럼 다른 회사들이 실험을 할 때 해당 실험이 성장에 기여할 만한지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구글이나 3M처럼 '실험 시간'을 통해 좋은 결과를 내는 경우가 있다. 그렇지만 실험 시간이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생각한다. 실험 시간의 성공 여부를 따지고 이에 상응하는 보상이나 벌칙을 부여하기 시작하는 순간 실험의 영역을 벗어나는 것이다. 창의성과 혁신적인 생각이 얼어붙게 된다.
― 실험 시간에 들어가기 전 직원 본인이 기대하던 결과도 있을 수 있다. 만약 해당 시간을 통해 나온 결과가 기대한 것과 다르다면 이때도 탐색 시스템이 활성화될까.
▷특정한 결과를 생각하면서 실험 시간을 보내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다만 결과에 따라 직원이 보상받거나 벌을 받으면 안 된다. 탐색 시스템은 '위험이 낮은 환경(low-risk environment)'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는 그 행동 자체로부터 자극된다.
― 새로운 무언가를 실험하는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지만 이런 시간을 실제로 갖는 회사는 많지 않다.
▷실험과 배움의 시간에 투자하는 것은 리더에게 힘든 일이다. 혁신의 필요성을 리더가 아는데도 그렇다. IBM의 CEO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리더의 성공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특성은 창의성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많은 리더는 실험이나 혁신을 불러올 수 있는 직원 행동을 못마땅해하고 벌한다. 실험은 말 그대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과정이다. 월매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리더들은 창의성을 싫어한다.
― 탐색 시스템을 활성화하는 마지막 방법은 개인의 목적(purpose)에 있다. 각 직원이 하는 일이 이 세상 혹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아는 것이다. 그렇지만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본인이 하는 일의 목적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을 것이다. 이런 경우 리더는 직원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각 직원이 목적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려 할 때 리더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이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해야 한다. 첫째, 직원이 다른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체험해야 한다. 둘째, 해당 직원이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고 자신이 일하는 이유에 대해 풀어나가도록 리더가 돕는 것이다.
탐색 시스템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개인의 목적이 느껴져야 한다. 목적은 논리적이거나 합리적이지 않다. 목적은 듣고 난 후 인지하며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애덤 그랜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와튼스쿨) 교수는 앞서 말한 메이크어위시재단의 기금 모금활동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기금 모금활동 전문가들은 본인의 관리자(supervisor)가 아닌 기금을 받는 장학생들로부터 감사의 말을 들었을 때 (탐색 시스템이) 더 활성화됐고, 더 큰 기금을 마련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관리자들이 말하는 일의 목적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보였지만, 기금을 모금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와닿아 탐색 시스템 활성화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누군가에게 나의 일의 목적을 얘기하는 것은 좋은 책을 추천하는 것과 같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본인이 직접 읽지 않은 책을 읽으라고 타인에게 얘기하진 않을 것이다. 이처럼 직원들은 단순히 좋은 일이기 때문에 일을 하지 않는다. 본인의 마음을 두드리는 일을 하며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일을 하는 것을 일의 목적으로 삼는다.
― 리더의 도움이 있어도 현실적으로는 모든 직원의 목적을 실현시키긴 힘들 것 같다.
▷모든 직원이 돈을 넘어서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해 생각한다고 믿는다. 밤낮으로 하는 일을 하는 이유를 알고 일의 목적을 깨달으면 각 직원이 매우 좋은 결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실험하며, 목적을 깨닫고 이를 달성한 세 가지 탐색 시스템 활성화 방법이 다 적용된 예가 있나.
▷네덜란드 스히폴공항에 배치된 KLM항공의 이야기를 소개하겠다. KLM 승무원 중 (고객과의 소통·교류를 위한) 소셜미디어 사용을 실험할 사람들이 모여 소규모로 도전정신을 발휘한 적이 있다. 자발적으로 이 실험에 동참한 사람들에게 주어진 예산은 1만유로였다.
해당 승무원들이 처음으로 한 일은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KLM을 '멘션'하거나 포스퀘어를 사용해 KLM에 '체크인'하는 사람들이 고객들 중 누군지 파악하는 것이었다. 직원들은 소셜미디어를 잘 아는 고객들을 깜짝 놀라게 할 방법을 생각했다. 소셜미디어상에서 공개된 고객들의 프로필을 기반으로 개개인을 놀라게 할 수 있는 창의적인 방법을 강구했다. 마지막으로 고객들이 탑승한 비행기가 떠나기 전에 그들을 찾아가 깜짝 선물을 선사했다. 무기한 출장을 가는 한 고객에게는 '집이 그리울 때 열어보는 박스(homesick package)'를 준비해 그가 출국하는 날 공항에서 선물을 전달했다.
KLM항공은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관심 있고 좋아하는 분야에서 새로운 일을 시도하도록 시간을 내주고 약간의 예산을 지급했다. 결과적으로 직원들의 활기를 북돋았고 그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고객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방법을 찾게 했다.
― 탐색 시스템이 활성화된 후 직원들의 생기를 유지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까.
▷탐색 시스템을 활성화하는 게 단발성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리더는 꾸준히 투자해 직원들이 자아표현을 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자신이 해당 일을 하는 목적을 깨닫는 데 심리적으로 안정된 기업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 커리어를 쌓는 동안 당신의 탐색 시스템 역시 꺼진 적이 있었나.
▷물론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하는 과정에서 부침을 겪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어떤 일을 하면 성공하고, 그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를 깨달았다. 그 일을 반복해서 했다. 그러다 보니 결국 같은 일을 반복해서 하는 '꼭두각시'가 되어 있었다.
이렇게 일을 하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성공을 불러올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 지속되진 않는다. (이런 패턴을 극복하기 위해) 타인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내 자신이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을 장착했다. 새로운 수업을 맡고, 새로운 연구 주제를 정하며, 나의 연구와 교육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 He is…
댄 케이블 교수는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심리학 학부 과정을 마치고 코넬대에서 노사관계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5년 조지아공과대 경영학과 부교수로 임명됐다. 2010년부터 런던비즈니스스쿨의 조직행동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직원 몰입도, 조직문화, 리더십 마인드셋이다. 2018년 싱커스 50의 '주목받는 경영사상가 30인'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