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莊子 外編 14篇 天運篇 第2章(장자 외편 14편 천운편 제2장)
송宋(상商)의 태재大宰(태재) 탕蕩이 장자에게 인仁에 대해 물었다.
장자가 대답했다. “호랑이와 이리가 인仁입니다.”
태재가 물었다. “무슨 말입니까?”
장자가 대답했다. “호랑이와 이리는 부자간에 서로 친합니다. 어찌 인仁이 아니라 할 수 있겠습니까.”
탕이 물었다. “최고의 인仁에 대해 묻겠습니다.”
장자가 대답했다. “최고의 인仁은 친함이 없습니다.”
태재가 물었다. “나는 듣건대 친함이 없으면 사랑하지 않게 되고 사랑하지 않으면 어버이에게 효도하지 못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지인至仁이란 불효라 해도 괜찮습니까?”
장자가 말했다.
“아니, 그렇지 않습니다. 지인至仁이란 그보다 나은 것이 없는 최상의 경지입니다. 효는 진실로 그 지인至仁의 경지를 말하기에 부족합니다. 〈지인至仁은 불효不孝라는〉 이 〈당신의〉 말은 효孝보다 나은 말이 아니라 효孝에도 미치지 못하는 말입니다.
무릇 남쪽으로 여행하는 나그네가 초나라 서울 영郢에 이르러 북쪽을 바라보아도 한韓나라의 명산冥山이 눈에 보이지 않게 되는데 이는 무슨 까닭인가. 너무 멀리 떠나와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을 하는 것입니다. ‘존경하는 마음으로 효孝를 실천하기는 쉬워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효를 실천하기는 어려우며, 사랑하는 마음으로 효를 실천하기는 그래도 쉽지만, 어버이를 잊기는 어려우며, 어버이를 잊기는 그래도 쉽지만, 어버이로 하여금 나를 잊게 하기는 어려우며, 어버이로 하여금 나를 잊게 하기는 그래도 쉽지만, 천하의 모든 사람을 잊기는 어려우며, 천하의 모든 사람을 잊기는 쉽지만, 천하의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나를 잊게 하기란 어렵다.’
〈지인무친至仁無親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덕德이 요순堯舜을 안중에 두지 않을 정도로 뛰어나더라도 새삼 나서서 일하지 않으며, 은택이 만세에 미치더라도 천하의 누구도 그것을 알지 못하는데 어찌 다만 저 세속사람들처럼 크게 탄식하면서 인仁이다 효孝다 하고 말할 뿐이겠습니까.
무릇 효제인의孝悌仁義와 충신정렴忠信貞廉 따위의 가르침은 모두 스스로 억지로 힘쓰게 해서 본래의 참다운 덕을 부리는 것인지라 족히 존중할 만한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지귀至貴는 나라에서 주는 작위 따위는 물리쳐 돌보지 않고, 지부至富는 나라에서 주는 재물 따위는 물리쳐 돌보지 않고, 지원至願은 세속적인 명예를 물리쳐 돌보지 아니한다.’ 이 때문에 참된 무위자연의 도道는 변하지 않는 것입니다.”
商[宋]大宰蕩 問仁於莊子
莊子曰 虎狼 仁也
曰 何謂也
莊子曰 父子相親 何爲不仁
曰 請問至仁
莊子曰 至仁無親
大宰曰 蕩聞之 無親則不愛 不愛則不孝 謂至仁不孝可乎
(상[송]태재 탕이 문인어장자한대
장자왈 호랑이 인야니라
왈 하위야오
장자왈 부자상친이어니 하위불인이리오
왈 청문지인하노라
장자왈 지인은 무친이니라
태재왈 탕은문지호니 무친즉불애하고 불애즉불효라호니 위지인을 불효 가호아)
송宋(상商)의 태재大宰(태재) 탕蕩이 장자에게 인仁에 대해 물었다.
장자가 대답했다. “호랑이와 이리가 인仁입니다.”
태재가 물었다. “무슨 말입니까?”
장자가 대답했다. “호랑이와 이리는 부자간에 서로 친합니다. 어찌 인仁이 아니라 할 수 있겠습니까.”
탕이 물었다. “최고의 인仁에 대해 묻겠습니다.”
장자가 대답했다. “최고의 인仁은 친함이 없습니다.”
태재가 물었다. “나는 듣건대 친함이 없으면 사랑하지 않게 되고 사랑하지 않으면 어버이에게 효도하지 못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지인至仁이란 불효라 해도 괜찮습니까?”
☞ 상[송]태재탕商[宋]大宰蕩 : 송宋나라 태재 탕蕩. 탕蕩은 인명人名. 태재大宰는 춘추전국春秋戰國시대에 각국各國이 설치하고 있었던 관명官名으로 백관百官을 총괄하는 재상격에 해당하는 요직이다. 상나라 시대에는 태재라는 관명이 없었으므로 송宋나라로 보는 것이 옳다.
☞ 장자莊子 : 장주莊周를 말함. 이 문답도 우언寓言일 것이지만 송宋은 B.C.286년에 멸망滅亡했으므로 작자作者는 이 일을 그 이전에 일어난 사건으로 묘사하고 있다.
☞ 호랑인야虎狼仁也 : 가장 사나운 것으로 보이는 범과 이리가 사실은 인仁을 행하는 짐승들이라는 뜻의 역설.
☞ 지인무친至仁無親 : 이 장章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결국 지친무친至親無親, 대인불인大仁不仁의 경지에 가야 비로소 유가儒家의 효제인의孝悌仁義와 충신정렴忠信貞廉을 초월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 무친즉불애無親則不愛 불애즉불효不愛則不孝 위지인불효가호謂至仁不孝可乎 : 논어論語 학이學而편의 “효와 제는 인을 실천하는 근본이다.”라고 한 내용과 안연顔淵편의 “인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라고 한 유가儒家의 사상을 천박하다고 야유한 표현.
莊子曰 不然 夫至仁尙矣 孝固不足以言之
此非過孝之言也 不及孝之言也
夫南行者 至於郢 北面而不見冥山 是何也 則去之遠也
(장자왈 불연하니라 부지인은 상의라 효 고부족이언지니
차는 비과효지언야라 불급효지언야로다
부남행자 지어영하야 북면이불견명산하논든 시하야오 즉거지원야일새니라)
장자가 말했다.
“아니, 그렇지 않습니다. 지인至仁이란 그보다 나은 것이 없는 최상의 경지입니다. 효는 진실로 그 지인至仁의 경지를 말하기에 부족합니다. 〈지인至仁은 불효不孝라는〉 이 〈당신의〉 말은 효孝보다 나은 말이 아니라 효孝에도 미치지 못하는 말입니다.
무릇 남쪽으로 여행하는 나그네가 초나라 서울 영郢에 이르러 북쪽을 바라보아도 한韓나라의 명산冥山이 눈에 보이지 않게 되는데 이는 무슨 까닭인가. 너무 멀리 떠나와 버렸기 때문입니다.
☞ 지인상의至仁尙矣 효고부족이언지孝固不足以言之 : 세속에서 말하는 효孝로는 지인至仁의 경지를 표현함이 당연히 부족하다는 뜻. 상尙은 상上 또는 고高와 같은 뜻이고, 고固는 진실로, 또는 당연하다는 뜻.
☞ 차비과효지언야此非過孝之言也 불급효지언야不及孝之言也 : 차此는 송宋의 태재 탕蕩이 앞에서 말한 ‘지인불효至仁不孝’를 가리킨다.
☞ 영郢 : 춘추전국시대 초楚나라의 서울. 지금의 호북성湖北省 강릉현江陵縣 서북西北쪽에 있었다.
☞ 명산冥山 : 명산冥山은 당시 한韓나라에 속해 있었다. 송宋의 서울 상구商丘에서 명산冥山까지는 남남서南南西로 약 300㎞ 거리이고 명산冥山에서 楚나라의 영郢까지는 남서南西로 약 270㎞ 거리이다. 따라서 명산冥山은 두 곳의 정중간에 있다. 그러므로 상商이 불급효不及孝, 명산冥山이 세속의 효孝(친親‧애愛), 영郢이 과효過孝(효孝보다 뛰어난 ‘지인무친至仁無親’)를 각각 비유한 것이다.(池田知久)
☞ 거지원야去之遠也 : 앞의 池田知久의 설을 따르면, 송宋의 서울 상구商丘를 떠나 초楚나라의 영郢까지의 중간쯤 되는 지점에 명산冥山이 있는 것으로 보아, 송宋의 태재 탕蕩이 말하는 지인至仁은 불효不孝라고 하는 효孝에도 미치지 못하는 불급효不及孝의 경지를 출발해서, 중간 지점인 명산冥山 즉 세속의 효孝(친親‧애愛)의 경지를 거쳐, 다시 멀리 초나라의 서울 영郢에 이르는데, 여기가 지인무친至仁無親의 최고의 경지이다. 따라서 너무 멀리 떠나와 버렸다는 말은, 불급효不及孝에서 출발해서 세속의 효孝를 통과하여 지인무친至仁無親의 최고의 경지(세속의 효孝를 초월한 과효過孝의 경지)까지 너무 멀리 떠나와 버려 세속의 효孝 즉 명산冥山이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되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故曰 以敬孝易 以愛孝難 以愛孝易 而忘親難 忘親易 使親忘我難 使親忘我易 兼忘天下難 兼忘天下易 使天下兼忘我難
(고로왈 이경으로 효는 이하고 이애로 효는 난하며 이애로 효는 이하고 이망친이 난하며 망친은 이하고 사친으로 망아 난하며 사친으로 망아는 이하고 겸망천하 난하며 겸망천하는 이하고 사천하로 겸망아 난하니라)
그래서 이렇게 말을 하는 것입니다. ‘존경하는 마음으로 효孝를 실천하기는 쉬워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효를 실천하기는 어려우며, 사랑하는 마음으로 효를 실천하기는 그래도 쉽지만, 어버이를 잊기는 어려우며, 어버이를 잊기는 그래도 쉽지만, 어버이로 하여금 나를 잊게 하기는 어려우며, 어버이로 하여금 나를 잊게 하기는 그래도 쉽지만, 천하의 모든 사람을 잊기는 어려우며, 천하의 모든 사람을 잊기는 쉽지만, 천하의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나를 잊게 하기란 어렵다.’
☞ 이경효이以敬孝易~사천하겸망어난使天下兼忘我難 : 상商으로부터 남행南行하여 명산冥山을 거쳐 영郢에 이르는 과정. 또 경敬과 애愛는 외적外的인 예禮[경敬]와 내적內的인 사랑의 심정心情[애愛]으로 대비.
夫德遺堯舜而不爲也 利澤施於萬世 天下莫知也
豈直大息而言仁孝乎哉
(부덕이 유요순이불위야하며 이택이 시어만세호대 천하막지야하나니
기직대식이언인효호재리오)
〈지인무친至仁無親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덕德이 요순堯舜을 안중에 두지 않을 정도로 뛰어나더라도 새삼 나서서 일하지 않으며, 은택이 만세에 미치더라도 천하의 누구도 그것을 알지 못하는데 어찌 다만 저 세속사람들처럼 크게 탄식하면서 인仁이다, 효孝다 하고 말할 뿐이겠습니까.
☞ 덕유요순이불위야德遺堯舜而不爲也 : 유遺는 망기忘棄. 요순堯舜을 망기忘棄한다는 것은 요순堯舜을 안중眼中에 두지 않는다는 뜻.
☞ 기직대식이언인효호재豈直大息而言仁孝乎哉 : 지인무친至仁無親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크게 한숨 쉬면서 인仁과 효孝를 떠들고 다닐 정도의 사람들과는 차원次元이 다르다는 뜻이다. 그러니 짐짓 크게 탄식하면서 인仁이니 효孝니 하고 떠들어 댈 필요가 어디에 있느냐는 뜻도 된다.
夫孝悌仁義忠信貞廉 此皆自勉 以役其德者也 不足多也
故曰 至貴國爵幷焉 至富國財幷焉 至願[顯]名譽幷焉 是以道不渝
(부효제인의충신정렴은 차 개자면하야 이역기덕자야라 부족다야니라
고로 왈호대 지귀는 국작을 병언하고 지부는 국재를 병언하고 지원[현]은 명예를 병언이라하나니 시이로 도 불유니라)
무릇 효제인의孝悌仁義와 충신정렴忠信貞廉 따위의 가르침은 모두 스스로 억지로 힘쓰게 해서 본래의 참다운 덕을 부리는 것인지라 족히 존중할 만한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지귀至貴는 나라에서 주는 작위 따위는 물리쳐 돌보지 않고, 지부至富는 나라에서 주는 재물 따위는 물리쳐 돌보지 않고, 지원至願은 세속적인 명예를 물리쳐 돌보지 아니한다.’ 이 때문에 참된 무위자연의 도道는 변하지 않는 것입니다.”
☞ 역기덕자役其德者 : 본래의 덕, 자연의 덕을 혹사酷使한다는 뜻.
☞ 지귀국작병언至貴國爵幷焉 : 지귀至貴는 무위자연의 도道를 체득한 사람을 지칭한다. 병幷은 병屛으로 물리친다, 버리고 제거하다는 뜻. 국작國爵은 맹자孟子 고자告子 상上편의 인작人爵(사람이 주는 벼슬)에 해당한다.
☞ 지부국재병언至富國財幷焉 : 무위자연의 덕을 갖춘 경우에는 나라에서 주는 재산 따위를 물리쳐 돌아보지 않는다는 뜻.
☞ 지원[현]명예병언至願[顯]名譽幷焉 : 무위자연의 도와 덕에 대한 동경憧憬을 가진 사람의 경우에는 세속적인 명예를 물리쳐 돌보지 아니한다는 뜻. 원願은 모慕(그릴 모)이다.
☞ 도불유道不渝 : 변하기 쉬운 것들, 예를 들어 덧없는 지위‧재산‧명성과는 달리 무위자연의 도道는 영원히 변함없는 것이라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