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길이 320m 3단 폭포설 악산 '3대 폭포' 중 하나 잦은 등반 사고로 45년간 출입통제 2015년 개방 토왕골 기암괴석 '별을 따는 소년'도 절경
장마가 지나간 한 여름. 빼어난 자태를 자랑하는 설악산 토왕성 폭포를 찾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고 가장 높은 높이를 자랑하는 토왕성폭포는 설악산 국립공원 내 외설악 쪽에 자리하고 있다.
토왕성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옛 토성왕이 성을 쌓은 듯하다'하여 붙여졌다는 설과 '오행설에 따라 토기가 강해야 암봉(바위 봉우리)들이 무너져 내리지 않는다'라고 하여 토왕성이라고 붙여졌다는 설로 나뉜다.
조선시대 전국 지도인 '여지도서' 양양도호부 편에 "토성왕은 부(양양) 북쪽 50리 설악산 동쪽에 있으며 돌로 쌓은 성인데 그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다. 세상에 전해오기를 옛날에 토성왕이 성을 쌓았다고 하며, 이곳에는 폭포가 있는데 석벽사이로 천 길이나 날아 떨어진다"라고 쓰여있다.
지역단위 지리지인 '양양부 읍지'에도 같은 내용이 실려있고, '조선지지자료'에도 토왕성이 도문면 토왕성리에 있는 것으로 돼 있다. 따라서 토왕성이라는 이름은 인위적으로 축조된 성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월간지 '문화유산'에 따르면 조선후기 문신 성해응(1760-1830)은 '기관동산수'에서 토왕성폭포의 웅장한 모습을 묘사했고, 김창흡(1653-1722)은 '설악일기'에서 토성왕폭포는 중국의 '여산폭포'보다 낫다고 표현했다.
토왕성폭포는 2013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제96호)'로 지정됐다 설악산국립공원 내 10대 명승은 비룡폭포, 울산바위, 대승폭포, 십이선녀탕, 수렴동·구곡담 계곡, 비선대와 천불동, 공룡능선, 용아장성(출입통제), 내설악 만경대(출입통제) 그리고 토왕성폭포다. 이에 앞서 2011년에는 국립공원 대표 경관인 '국립공원 100경' 가운데 하나로 선정됐다.
마치 선녀가 비단을 바위에 널어놓은 듯 아름답다 하여 ‘신광(神光) 폭포’로도 불린다. 토왕성폭포는 외설악 칠성봉 북쪽 계곡에 위치하며 상단 150m, 중단 80m, 하단 90m로 계단식으로 이어지는 320m 연폭(連瀑)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길이를 자랑한다.
마치 하늘에서 내리는 듯 산 정상부에서 떨어지는 폭포수의 물줄기가 포근하게 감싼 바위 계곡으로 떨어지면서 웅장함과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바람이 거세게 불 때면 용이 승천하듯 폭포수가 하늘로 올라가는 경이로운 모습을 선사하기도 한다.
다만 산 정상부에서 떨어지는 폭포이기 때문에 비가 온 뒤 2-3일 정도만 폭포수가 흘러 평소에는 힘찬 물줄기를 보기 힘들다. 기자가 현장을 찾았을 때에도 폭포수가 말라 토왕성폭포 전망대에서 바라봤을 때 겨우 실줄기 같은 물줄기만 눈에 띄었다.
토왕성폭포는 내설악 장수대에 위치한 대승폭포, 오색방향의 독주폭포와 함께 설악산 3대 폭포로 불린다. 일부 자료에는 중국 황궈수폭포, 득천폭포와 함께 아시아 3대 폭포라고 불리기도 하고, 우리나라 3대 폭포로도 불리는데 공식적으로 인정된 내용은 아니다.
잦은 등반 사고로 45년간 출입통제 토왕성폭포는 지난 2015년 45년간의 출입통제를 풀고 일반인들에게 공개됐다. 설악동 소공원에서 비룡폭포까지 2.4㎞의 기존 구간에서 400m 구간을 연장 토왕성폭포 전망대까지 개방한 것이다.
1970년 설악산 국립공원이 지정된 이후 토왕성폭포 지역에 낙석과 눈사태 등 우려로 일반인들의 출입을 통제했었던 것이다. 심산유곡을 자랑하는 설악산 외곽 외설악에 자리한 토왕성폭포는 산세가 험하고 가파른 수직 절벽을 오르는 험한 등산로 때문에 등반 사고가 잦았다. 1969년 유창서 등이 토왕성폭포 빙벽을 오른 것이 첫 기록으로 남아있다.
1973년 1월 2일. 폭포 상단 자유 등반(등산화 바닥에 다는 크램폰만 차고 등반) 도중 추락해 1명이 사망한 기록이 나온다. 이후 동계 사망 사고 9건으로 18명이 사망했다.
가장 큰 사고는 1998년 1월 14일 눈사태로 토왕골 삼거리에서 8명이 사망한 사고였다. 당시 경북대 산악부원 6명과 이들을 구조하던 전북산악연맹 소속 산악인 2명이 2차 눈사태로 희생됐다.
이들은 전문 산악인들로 등반 허가를 받아 갖가지 장비를 갖추고 사전 답사를 진행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등반에 나섰지만 토왕성폭포는 이들의 도전을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암벽 등반과 겨울철 빙벽 등반의 명소인 토왕성폭포가 통제된 것은 이 같은 위험 때문이다.
설악산 국립공원 토왕성폭포 계곡에 위치한 '별을 따는 소년' 바위. 토왕성폭포를 품은 토왕골을 따라 오르면 기암절벽들이 마치 울타리를 친 듯 웅장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이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절벽 암봉이 선녀봉이다. 선녀봉을 이루는 바위 봉우리들은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모양새로 날카롭게 솟아올라 보는 이를 감탄케 한다.
그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바위 봉우리가 있는데 '별을 따는 소년'이라고 이름 지워진 곳이다. 왜 별을 따는 소년이라는 동화 같은 이름이 붙여진 걸까.
그 형상을 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폭포 쪽에서 토왕골 아래쪽으로 바라보면 한 소년이 두 손으로 산등성이를 잡고 암벽 등반을 하듯 오르는 모습의 바위가 눈에 확연히 들어온다.
하늘에 수놓은 별을 따기 위해 높은 곳을 오르는 소년이라는 표현 그대로다. 선녀봉에서 흘러내리는 2개의 바위능선 가운데 오른쪽 봉우리다.
이곳은 최고 등반 난이도 5.9로(1급에서 6급으로 나뉘며 6급으로 갈수록 어려운 코스) 일반인이 오르기에는 버거운 코스다. 사전 허가를 받아야 오를 수 있는 '별을 따는 소년' 코스는 전문 암벽 등반객들에겐 유명한 등반 코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