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송구하고 죄송한 마음 올립니다.
지난 1년여 제 마음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연이은 일들로 인해 몰입되지 못하여 폐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영화 감상평 >
그건 과연 기적일까? [안데스 설원의 생존자]를 보고 --------------이광숙
2024.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소식을 듣는 내내 마음이 무겁고 힘들다.
수 많은 속보들 속에 근 한 달 이상 침울한 생활이 지속되었다. 주변 지인의 지인, 누군가의 슬픈 이야기가 전해졌다. 참담하기 그지없었다. 음울하고 음습한 공기가 주변을 맴도니, 그들과 직접 연관되지 않고 상관없는 나 또한 안정된 일상은 파괴되고 마치 강 건너 불 보듯 멀었고 속절없이 애가 탔다.
사고는 제주항공 2216편이 태국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서 출발하여 무안국제공항으로 착륙도중 불명의 이유로 랜딩기어를 내리지 못하고 동체착륙을 시도하던 중에 활주로를 이탈하여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철근콘크리트 소재의 둔덕을 들이받고 폭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 탑승자 181명중 179명이 사망하고 비행기 후미에 탑승했던 승무원 2명만이 부상을 입고 생존하였다. 아직도 진상조사는 계속되고 있다.
문득 24. 01.13 토요일 밤 네플릭스 영화 설원의 생존자들을 홀로 시청하면서 느꼈던 공포와 고립, 무력감에 대한 감정이 떠올랐다. 영화 안데스 설원의 생존자들!
1972년 우루과이에서 럭비 경기 원정을 위해 칠레 산티아고를 가는 비행기가 난류에 휘말려 추락, 고립 무원의 안데스 산맥에 갖힌 생존자들의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주인공 노마의 나레이션으로 시작되고 종결된다. 졸업을 앞두고 법률가를 꿈꾸던 신실한 신앙인이었던 노마는 친구들의 권유로 산티아고행 비행기를 타게 되고 비행기 추락으로 설원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 2달여의 과정을 담담히 노마의 시선으로 풀어낸다.
당시 비행기에는 기장 포함하여 5명의 승무원과 45명의 승객이 있었다. 대부분 젊은이들이었고, 대학에 재학 중으로 장래 유망한 푸른 청춘들이었다.
영화 초반 럭비경기 원정을 향해 떠나는 설레임은 잠깐, 그들이 탄 비행기는 이륙 후 얼마되지 않아 난류를 만나고 좌표를 알 수 없는 안데스 산맥 설원에 추락하면서 비행기는 부서진다. 50여명 탑승자 중 추락 직후 30여명이 생존한 상황.
메이데이! 메이데이! 비행기 추락 후 구조대는 설원 위를 수색하지만 좌표를 알 수 없는 광할한 설원 위를 수색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하루, 이틀, 사흘…… 추위와 굶주림과 공포 속에 시간은 흐르고 인간의 이지(理智)는 점점 흐려진다. 마냥 손 놓고 구조를 기다릴 수는 없다.
비행기 짐꾸러미 속에 라디오를 발견하고 가까스로 연결하여 외부 소식을 듣는데, 10여일 가까운 수색작업은 성과가 없었고 혹한으로 생존가능성을 포기하고 수색이 종료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들은 여기 우리가 살아있다고 절규하였으나, 설원에 고립된 그들의 목소리는 허공에 흩어지고 만다.
모두가 절망하는 가운데 시간이 계속 흐르고, 죽음의 그림자는 서서히 절망의 큰 입을 벌리고 그들의 의식을 삼키고 있다. 설원의 추위, 굶주림, 해가 뜨고 지는 과정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망망한 설원, 사방 주위를 둘러보아도 한없이 펼쳐진 눈뿐이다.
누군가 3의 법칙을 이야기한다. 사람은 공기 없이 3분 숨을 쉬지 않으면 죽고, 물 없이 3일을 버틸 수 있으며 식사하지 않고 3주를 버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과연 며칠이나 버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자조였으리라.
극도의 공포와 허기 속에 하루 하루가 흐르고 3주가 흘렀다. 이들은 살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 급기야 사망자들의 시체라도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숱한 갈등과 딜레마 속에 암묵적으로 시체를 먹게 되는 이들의 표정은 참으로 슬프고 괴롭다.
신실한 크리스쳔인 노마는 최후까지 식육을 거부하며 기도로 버텨 보지만, 그도 어쩔 수 없이 식육을 받아들이게 되는 현실 속에 인간의 무력함이 느껴진다. 이들은 추락한 비행기 속에 고립되어 구조대를 기다리다가 이대로 마냥 손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다고 판단하고 설원을 배회하며 비행기 꼬리쪽에 있을 밧데리와 무전기를 찾아 나선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설원의 밤에 갖혀 버려 체온으로만 버티다가 살아나기도 하고 설상가상 눈폭풍으로 비행기가 다시 눈 속에 파묻히는 사태로 4일가량 비행기 잔해 속에 고립되었다. 노마는 희망을 놓지 않고 눈 위를 향한 탈출을 시도하지만 이 과정에서 비행기 창문을 깨뜨리면서 발목 부상을 입고 감염된다. 고립무원의 설원에서 그들은 2달을 버터 냈다. 서서히 죽음이 임박해 옴을 느끼는 노마는 친구들에게 “내가 죽으면 내 몸을 사용해도 돼” 라고 말하며 쪽지를 남긴다.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목숨을 버리면 그 보다 큰 사랑이 없나니.....” 성경 요한복음 15장에 나오는 구절이다.
절망과 좌절이 지배하던 친구들에게 노마가 남긴 쪽지는 용기를 불어 넣고 설원에도 서서히 봄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미세하지만 계절의 변화를 감지하는 친구들은 구조를 위한 마지막 도전을 한다. 여전히 사방은 설원이다. 그들은 눈길을 걷고 또 걸었다. 밤이면 시리도록 아름다운 하늘의 별들과 풍경은 찬란하리만큼 아름다웠으나, 이들의 감상은 희망이 없기에 더 비극적이다.
10여 일을 걸어 해빙된 물이 흐르는 계곡을 만났다. 드디어 칠레에 도착한 것이다. 한 주민이 이들을 발견하게 되고, 우여 곡절 끝에 안데스 산맥의 추락한 비행기 생존자 소식이 전 세계 속보로 전해지고, 살아남은 16명은 구조된다.
영화를 보는 2시간 내내 내 영혼이 침잠하여 공포와 절망감, 살고자 염원하는 간절함에 몰입되는 것을 느꼈다. 영화 말미에 구조된 생존자들은 2달여 만에 더러워진 옷을 벗고 씻는 모습이 나오는데, 앙상한 뼈와 가죽밖에 남지 않은 그들의 모습이 뇌리에 강렬하게 남는다.
누군가는 살아남은 그들을 기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안데스 설원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체를 먹어야 했던 극한의 공포와 딜레마를 겪었던 생존자들의 입장에서도 우리는 기적이라 말할 수 있을까? 거대 자연속에 한 점 작은 존재였던 인간의 무력함. 살기 위한 도전, 사방 주위가 절망뿐인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구조를 위해 도전하는 끈기는 결국 승리했다. 그러나 그들의 인생에서 안데스 설원에서 2달여의 경험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은 어떻게 살아 냈을까?
1972년 10월에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사람들은 20세기 가장 놀라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 말한다.
‘안데스의 기적’이라고 불렸던 우루과이 공군 571편 추락사고를 다준 안데스 설원의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제주항공 사고 유가족들의 심정을 헤아려 본다.
다시는 이런 비극적이고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사고 희생자들이 고통없는 곳에서 영면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