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좋은 성적을 낸 데는 홈어드밴티지도 한몫을 했다. 홈팀 선수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홈어드밴티지의 주요한 요인 중 하나는 경기 중 급증하는 선수들의 테스토스테론 때문이라고 한다. 홈어드밴티지와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을 어떻게 연관지어 설명할 수 있을까? 축구 경기 뿐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호르몬은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최근 문제가 되는 호르몬 교란물질은 무엇이며 그 피해 사례로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자.
보통 어떤 팀이든 홈그라운드에서 열리는 경기에 강하다. 일명 홈어드밴티지다. 안방으로 손님을 불러들이면 실력 외의 힘이 솟구친다는 뜻이다. 영국심리학회에서는 홈어드밴티지를 설명하는 주요인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급증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한바 있다. 실험을 통해 선수들의 테스토스테론 양을 측정한 결과 연습경기와 원정경기를 앞두고는 남성평균수치를 나타냈으나 홈경기를 앞두고는 평균을 훨씬 웃돌았다. 보통 라이벌팀을 상대할 때는 평균보다 40%, 치열한 라이벌팀을 상대할 때는 평균보다 67%가 높았다. 또 재미있는 사실은 골키퍼의 경우 그 변화가 가장 심하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연습경기에서는 선수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으나 홈경기를 앞두고는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연구자들은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텃세와 관련지어 홈어드밴티지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동물의 경우 지배력, 자신감, 공격성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홈경기에서 선수들은 자기 영역을 지킨다고 느끼게 되어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특히 골키퍼는 수비와 가장 관련되기 때문에 그 수치가 급격하게 높아진다고 한다.
남성을 남성답게 만들고 여성을 여성답게 만드는 성호르몬은 크게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으로 나뉜다. 남성호르몬에 속한 모든 호르몬을 통틀어 안드로겐이라 부르는데, 대부분이 고환에서 분비되는 테스토스테론이다. 난소에서 생성되는 두 종류의 여성호르몬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있다. 주로 자궁에 작용하는 프로게스테론은 자궁내막을 증식시켜 수정란이 착상하기 쉬운 상태로 만들고 에스트로겐은 유방의 팽대나 몸매의 형성 등 2차 성징을 발현시킨다.
이런 성호르몬 대신에 유사 호르몬 물질이 정상적인 성기의 성장이나 성기능 작용을 방해할 수 있는데 환경전문가들은 이러한 화학물질을 호르몬 교란물질(endocrine disruptor)이라 부른다. 호르몬 교란물질은 두 종류로 구분된다. 하나는 디디티(DDT) 따위의 살충제이고, 다른 하나는 다이옥신이나 다염소화 비페닐(PCB)처럼 플라스틱이나 종이와 같은 생활필수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원료로 쓰이거나 부산물로 생기는 산업용 제품이다. 50종이 넘는 것으로 확인된 호르몬 교란물질은 대부분이 유기염소화합물이다. 유기염소는 독성이 강할뿐 아니라 잘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지구 전역에 걸쳐 공기, 바다, 토양 등 어느 곳에나 스며 있다. 특히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통해 물고기나 새는 물론이고 인체의 지방조직에까지 높은 농도로 축적되어 있다. 유기염소는 에스트로겐을 흉내내기 때문에 모체가 유기염소에 노출되면 태아가 성인으로 자라나는 과정에서 생식기능의 발달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유기염소에 의해 극도로 오염된 지역에서 서식하는 여러 야생동물의 비정상적인 생식기능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사례가 보고된바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는 가죽을 얻기 위해 수백만달러를 투입하여 호수에서 악어를 사육했는데, 60% 이상이 비정상적으로 작은 음경을 달고 있었다. 영국의 오염된 강물에 사는 물고기 수컷들은 오로지 암컷의 알에서만 발견되는 단백질을 만들어냈다. 캐나다 퀘백주의 강에 사는 흰돌고래 수컷은 고환과 함께 자궁과 난소를 갖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재갈매기들이 암수가 짝을 짓는 대신에 암컷끼리 알을 낳는 둥지가 발견되었다. 우리나라 낙동강 하구의 괭이갈매기는 거의 번식력을 상실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환경오염으로 인한 호르몬 교란물질이 동물의 생식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좋은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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