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콥스키(러시아)의 ‘수족관’
수족관 유리 위로 달팽이들이 알을 까며 슬슬 기어올라가고 있다 내려갔다 하고 있다. 수족관은 사방으로 돌아가면서 유리로 되어 있으나 그 속에는 수초와 돌맹이들이 많이 들어 있어서 진짜와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고기들도 자주 거기다 주둥이을 대고 새로운 수초를 보고 싶어 하였다. 이따금 장소를 바꾸어 보고도 싶을 것이다.
그들은 이 안에 있는 작은 모래알 하나, 풀잎 하나까지도 알고 있다. 이따금 컴컴한 수족관 저편 구석에서 이름 모를 큰 고기 한 마리가 움직인다. 그놈은 다른 고기들과 달리 더 크고 몸에 파란 빛을 띠고 있었으나 꼬리 부분에 선명한 빨간 줄무뉘를 두르지 않았다.
달팽이는 모두 유리관 위로 슬슬 기어올라갔다 내려갔다 하였다. 때때로 그들은 유리관 위에 알 까며, 그럴 때마다 유리는 뿌연 회색빛으로 변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왜 고기들이 처음 보는 수초나 달팽이가 없는 곳으로 가기를 원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들은 젊고 서로 꼬리를 물고 돌아다닌다. 그들을 보아주는 것은 누구였을까? 컴컴한 저편 구석에 사는, 꼬리 부분에 빨간 줄을 두르고 있지 않은 큰 고기였을까? 하지만 큰 고기는 병이 들어 수면에 떠다니는 마른 가재고기도 먹지 못했다.
달팽이들만 기어올라갔다 내려갔다 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신에 유리간 저편은 참 재미 있었다. 거기에는 수많은 수초들이며 돌멩이들, 꼬리에 빨간 줄무뉘를 두르고 있는 이름모를 고기들이 있었다. 때때로 그들은 아주 가까이 다가 왔으나 그들과 인사를 할 수 없었다.
그들은 함께 다니면서 늘 서로 보아 왔었다.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큰 고기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자기가 있던 구석에서 나왔다. 온 몸이 퍼렇게 되고 숨쉬기조차 힘든 것 같았다. 다음날 아침 큰 고기는 자기가 살던 구석으로 돌아가 조용히 처박혀 있었다.
다른 고기들은 모두 줄을 지어 꼬리에 빨간 줄무뉘를 두른 조그만 고기들이 나오던 유리관 저쪽으로 가려 했다.
큰 고기가 자기 구석에 조용히 틀어박힌지 사흘째 되던 날 수놈 한 마리가 몸이 편치 않았다. 암놈은 어째서 낭군이 자기 뒤를 따라다니지 않고 그렇게 숨을 헐떡이고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암놈은 곁에 가서 그의 기분을 달래 주고 싶어 했으나 그는 줄곧 암놈 곁에서 떠나려 했다.
수놈 자신도 자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다. 다만 큰 고기가 있는 컴컴한 구석으로 자꾸만 가고 싶어 했다. 그리고 결국에 그곳으로 갔다.
배를 뒤집고 가기란 여간 불편하지 않았으나 수놈은 계속해서 몸을 바로 하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그는 도저히 바로 설 수가 없었다. 그것은 정말 보기가 딱했다. 하지만 수놈은 얼마 안 있으면 유리관 저 쪽에 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마음이 편해 보였다.
수족관에는 달팽이들만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