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후기는 소문들으셨겠지만 역대급 관크가 아닌 공연자 해프닝으로 쓰기 전에 저녁을 좋은 분들과 많이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하게 거칠고 독한 표현이 있음을 미리 양해드립니다
세종문화회관 공연장을 오랫만에 가보니 주변이 일요일이라 어수선하면서도 활기찼습니다
그리고 세종문화회관이 이렇게 컸었나 싶을 정도로 커서 들어가서 공연장 여기저기 둘러보며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죠
고등학교가 광화문에 있었던지라 한때 제 나와바리였고 지금도 동창회갈 일이 많아서 광화문거리를 자주 다니지만 세종문화회관 부근은 일요일 풍경이 많이 달라졌어요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의 내부는 웅장하고 화려하기까지 한 여러 장치들이 있어요 대극장이 맞습니다
세종문화회관 막이 내려져 있는 무대입니다
좌석은 1층 C구역 한가운데 비싼 곳입니다 게오르규 보려고 정 가운데 잡았습니다
세종문화회관 좌석은 단차도 괜찮고 사이사이 배열되어 시야확보가 좋은데 앞 좌석 의자 뒤 모니터에 자막이 나옵니다 이건 저는 별로였습니다
기대하던 공연이 시작됩니다
1막 그리고 인터미션, 2막 그리고 인터미션, 3막 총 2시간 40분이나 걸렸는데 3막에서 문제의 해프닝이 일어납니다
1막 첫 씬 에서 성당의 분주한 광경이 펼쳐지고 군중이 오가는 장면에서는 세종 무대가 널찍해서 지난 번 오텔로 군중 씬에서 좀 좁아보였던 예당 오페라 하우스 무대보다 나은 것 같았지만 예상대로 역시 가수들의 목소리가 여간 성량이 크지 않고서는 전달이 잘 안되는 문제가 보였습니다
1막이 끝나고 나서는 전반적으로 큰 감동을 느끼지 못했어요 김재형 테너 목소리는 좋은데 부분부분 전달이 잘 안되는 느낌이었고 안젤라 게오르규는........ 판단이 잘 서지않는 느낌, 나이 든 티가 확연히 나는 안으로 들어가는 목소리, 발성이 쭉 뻗어나가야 하는 부분에서는 성량이 딸리는 것을 테크닉으로 티는 안나게 하지만 뭔가 시원치 않은 목소리가 감동으로부터 멀어지게 합니다
2막은 그야말로 스카르피아의 역할이 가장 많은 부분인데 스카르피아역의 사무엘 윤은 윤기나는 전달력있는 목소리로 스카르피아를 제대로 보여줍니다 다만 게오르규의 육중해진 몸의 움직임이 1막부터 부자연스러워보이는 부분이 좀 있었는데 2막에서는 가히 스카르피아와의 몸싸움에 가까운 실랑이에서 그녀의 연기가 노련하지만 뭔가 극의 상황과 토스카의 절박한 심정을 전달하기에는 부족함이 느껴졌어요 하이라이트인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를 부르는 씬에서 거의 토스카의 타이틀이나 다름없는 그 곡을 그녀는 혼신의 힘을 다해서 부릅니다 그 씬에서는 연기가 노래를 커버한 느낌, 절절한 감정의 전달이 그녀의 연기로는 다가왔지만 노래는 1막부터 느껴졌던 한계가 사라지진 않았습니다 관객은 박수로 환호하면서 그녀의 열렬한 연기에 화답을 합니다
3막은 이제 카바라도시의 시간이죠 첫 부분에서부터 카바라도시 김재형의 호연과 엄청난 성량과 감동의 탄환이 장전된 듯한 <별은 빛나건만>의 열창으로 관객들은 열화와 같은 환호를 시작합니다 정말 오늘 극 전체에서 가장 감동적인 아리아였고 제가 최근 몇 년 동안 들은 <별이 빛나는 밤에> 중에서도 최고였어요
오늘 관객들은 반응이 열렬한 편이었는데 참고로 1막에서 게오르규가 노래를 한 게 아니라 등장만 했을 때도 박수를 보내는 관객들이었다는 것을 참고로 말씀드립니다 그런 관객이다보니 이렇게 열창을 한 김재형 테너에게 대단한 갈채와 앵콜 외침까지 쏟아냅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역대급 공연사고가 발생합니다
상황을 정확히 브리핑하자면
김재형 테너의 <별은 빛나건만>이 끝나고 관객의 박수와 환호가 너무 오래 계속됩니다 아시다시피 이곡은 다른 공연 중에도 보통 앵콜로 한번 더 연주하는 일이 자주 있는 곡이죠
벌어진 상황은 <별은 빛나건만> 이 끝나고 토스카가 들어와서 연기를 이어나가야 하는데 관객의 박수와 환호가 그치지 않자 게오르규가 어정쩡하게 들어와서 연기를 하려나 싶었는데 전 귀를 의심했습니다 갑자기 익스큐즈미가 두 번 연속해서 들립니다 갑자기 웬 영어?
뭔가 못마땅한 게오르규가 이건 리사이틀이 아니다 자신을 존중해 달라는 메세지를 영어로 겪하게 지껄이고 나갑니다
다시 김재형테너와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눈으로 사인을 맞추고 <별은 빛나건만>을 다시 한번 부르고, 근데 열정높은 관객은 또 박수를 크게 치지만 이번에는 토스카가 들어오고 극이 계속 진행됩니다
좀 웃긴 것은 게오르규는 그 순간부터 1막 때는 전혀 들을 수 없던 소리를 내기 시작하네요 엄청 온 힘을 다해서 부릅니다 (진작 좀 그렇게 하지) 그리고 모든 극이 끝나고 커튼 콜이 시작되는데 여기서 그녀는 또 놀라운 행동을 합니다
결국 오늘 오페라 타이틀 롤은 토스카 이다 보니 그녀가 제일 마지막에 등장하기를 기다립니다
그런데........ 그녀는 한참 동안 관객의 박수에도 나타나지를 않습니다 설마...... 점점 불안과 분노가 올라오는데 그녀가 무대 왼쪽 끝에서 얼굴만 살짝 보이면서 팔을 무슨의미로 휘젓는지 알 수 없는 제스처를 하고 그냥 들어갑니다 들어가는 그녀 뒤통수에 일부 관객은 야유까지 합니다 정말 막장이었습니다
그녀의 이런 행동에 대한 제 뇌피셜은
게오르규는 한물 갔지만 최정상 소프라노로 한때 여겨졌던 가수이다보니 관객의 환호와 갈채에 길들여져 있었겠죠
그리고 메트도 아니고 한국 팬들이 뭐 그리 자신의 약해진 기량을 알까 하는 오만함을 베이스로 깔고 공연을 시작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비씨 바르테를 혼신의 힘을 다해 불렀을 때는 관객반응이 쓰러질 정도는 아니었는데 카바라도시의 <별은 빛나건만>가 끝나고 대단한 관객반응과 앵콜 요청으로 극이 계속 진행되지 못하는, 자신이 등장해야하는 씬이 지연되는 상황을 당하자 오만함에 자격지심까지 더해져서 폭발한 거라고 봅니다
실력으로 밀리는 듯한 평가에 당황한 그녀가 3막을 그렇게 잘 부른 이유도 그 때문이었으리라 추측이 들어요
다만 거기까지였어도 엄청난 데미지인데 그녀는 커튼콜에서는 인성의 밑바닥을 보여줍니다
아마도 김재형 테너의 인사가 끝나고 게오르규가 등장해야 되는 데 무대 뒤에서 관계자들과 한참 실랑이를 하다가 억지로 무대 끝에 얼굴만 빼꼼 내민 것 같습니다 그게 더 나빴다는 생각도 들어요 무대와 관객을 모독하는거죠
이런 공연을 보게 될 줄이야 ...... 나오는 모든 관객의 뇌리에는 오늘 <토스카> 공연의 좋은 부분은 하나도 기억 안나고 게오르규의 진상만 기억에 남게 되는 역대급 불호 공연이었습니다
오늘은 3월에 지인들과 함께 보려고 일찍 좋은 자리 예매하고 끝나고 디너도 예약한 날이었어요
저녁먹는내내 게오르규 욕만 하게 될 줄 진정 몰랏습니다
이 사건은 반드시 모든 신문에 크게 나고 해외에도 알려지길 바라고
안젤라 게오르규는 입국금지시켰으면 합니다
오늘 공연의 모든 부분이 나쁜 건 아니었어요
공연 전의 기대감도 좋았고 오랫만에 광화문거리도 좋았고
무대 세트도 좋았고 오케스트라 연주, 합창, 아이 독창, 테 데움 씬도 좋았습니다
마지막 해프닝으로 공연의 모든 부분이 얼룩지지는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