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이아리] 를 읽고.
아리는 연애를 하고 있다. 서울로 상경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만난 사람이였다. 친구도 많고, 성격도 좋은 그 사람과 연애를 하며 아리는 행복했다. 그와의 연애가 마냥 행복한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점점 아리를 압박했다. 아리의 옷차림을 지적하기도 하고, 핸드폰 안의 연락처를 모두 삭제하기도 했으며, 아리가 자신의 통제 안에 있지 않으면 불안에 떨었다. 그는 아리에게 말했다.
"나는 질투가 많아"
아리는 그런 그와 함께 하며 점점 지쳐갔다. 그러다가 어느 날은 그와의 이별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그 사람은 아리를 구석으로 끌고 가서 폭언을 늘어놓았고, 뺨을 쳤다. 비가 쏟아지는 날이었고, 신고 있던 구두는 이미 벗겨진 채였다. 다음 날에 그 사람은 아리를 찾아 와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자신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도 했다. 아리는 그저 잠시 화가 나 충동적으로 한 행동이라고 생각해서 그 사과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 날 이후 폭언과 폭행은 계속되었다. 아리는 그럼에도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그저 자신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어떤 날은 경찰에 신고도 했다. 경찰서 안에서 경찰과 대화를 나눌 때, 다른 방에서 그가 고함치는 소리가 들렸다. 자신이 무슨 잘못이 있냐며, 이러면 안 된다고 했다. 경찰은 그저 연인 간의 다툼으로 생각했다.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그와 헤어지고도 아리는 불안에 떨었다. 그는 자신의 지인과 연락처, 주소를 모두 알고 있었다. 언제라도 그가 찾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정말로 아리의 집을 찾아온 날에는 경찰이 와 그를 체포해갔다. 아리는 이 기억이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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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7 한 해 동안 데이트 폭력 사범은 10,303명이었다. 이는 전년도보다 19% 상승한 수치로,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데이트 폭력이 발생하고 있다. 데이트 폭력이 우리에게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인 이유는, 데이트 폭력이 '연인' 간의 폭력이라는 이유로 그 심각성이 가볍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신고를 해도 마찬가지다. 피해자가 구속을 원하지 않거나, 가해자가 초범이거나, 가해자에게 변화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감형이 되기 일수고, 가해자가 피해자의 신상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가 신고 자체를 꺼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또한 데이트 폭력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가해자가 실제로 자신이 하는 행동을 '사랑', 혹은 '로맨스'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는 '연인' 이라는 이름 아래 행해지는 많은 것들을 허용한다. 사회 통념 상, 혹은 미디어에서 비춰지는 '로맨스'의 모습이 이를 가능하게 만든다. 이는 모든 이에게 동일하다. 가해자, 피해자 모두 데이트 폭력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우리 사회에서 '데이트 폭력'이 만연하게 일어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연인이기 때문에, 부부이기 때문에.. 누군가 길거리를 지나가 모르는 사람에게 살해를 당한다면 당연히 그 가해자는 무기징역, 혹은 몇십년형에 처해질 것이다. 그런데 그 살인에 '연인', '부부' 라는 수식어가 들어가면 모든 것은 180도 바뀐다. 누군가의 범죄에 피해자와의 관계는 중요치 않다. 그 사람이 누군가를 살해하거나 폭행한 것이 중요한데, 대부분의 판결은 '연인'이 '홧김에' 저지른 '충동적인' 폭력이고, '피해자'의 '잘못'이 있다며 가해자의 편을 든다.
아리가 데이트 폭력을 당하고, 폭력을 당한 것이 자신의 탓이라 여기고, 그 트라우마가 평생 지속될 것이라는 사실은 여전히 중요치 않다. 이아리는 그 누구도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