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1월 26일(금)부터 29일(월)까지
신천성당 중고등부는 정동진을 거쳐
설악을 향해 3박4일의 겨울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행 중 학생들이 매일 기록했던
여행일기 중에서
1월 28일 산행일기 부분 두 편을 나눕니다.

셋째 날 - 2007. 1. 28(일)
제목 : 15시간 속에서 느낀 하느님
중등부 3학년 남승권 알렉산더
드디어 결전의 날이 왔습니다.
지금 글을 쓰고있는 저의 손은 피곤해서인지
긴장이 단번에 풀려서인지 심하게 떨리고 있습니다.
글씨가 조금 삐뚤삐뚤해도 이해해 주십시오.
결전의 날,
오늘의 우리 4일의 여정의 목적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제 밤잠에 들자마자 일어나서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났습니다.)
어제 챙겨둔 등산복으로 단단히 무장한 뒤 아침밥을 먹고
긴 여정을 첫걸음을 내딛었습니다.(새벽 5시)
백담사를 우선 목표로 정하고
보이지 않는 길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어두컴컴했지만 길이 잘 포장되어 있어서
전혀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신부님과 선두그룹으로 터벅터벅 걸어서
희미한 불빛에 도달했습니다.
백담사였습니다.
불교인 독립투사이신 만해 한용운 선생님은 이 절에 머무르며
그 유명한 시집 ‘임의 침묵’을 완성한 곳이라 합니다.
“아아, 님은 가셨지만 가시지 않으셨습니다.”라는
시구절이 눈앞에 아른거렸습니다.
캄캄한 새벽이라 백담사의 스님을 만나지 못했지만
분명히 한용운 선생님처럼 강직하신 분일거라 생각되었습니다.
그리고 절 앞에 앉으셔서 담배 한 개비로
휴식을 취하고 계시던 신부님을 보고 웃음이 났습니다.
절, 담배, 신부님 이 세 개는
도무지 잘 연결이 되지 않는 소재이거든요.
백담사를 지나 그나마 이제 등산다운 등산을 시작하기 위해
아이젠을 착용하고 얼어붙은 계곡 위를 걷기 시작했습니다.
얼어붙은 계곡은 어제 용소폭포만큼이나 아름다웠습니다.
우리가 걷는 아래로 물이 흐르고 있다고 생각하니
약간 무섭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눈 쌓인 계곡 위의 산짐승들의 발자국들도 신기했습니다.
어디선가 우리를 보고 있을까,
우리 때문에 멀리 도망가 버린 것은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들 하다보니 꽤 많이 올라온 것 같았습니다.
열심히 올라가다 보니 해도 완전히 떴더군요.
드디어 오세암에 진입하는 입구에 들어섰습니다.
입구에서 모두가 털썩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여기에서 마등령을 올라 넘어갈 사람과
체력이 부족해서 갈 수 없는 사람을 나누어
갈 수 없는 사람은 돌아가고 끝까지 원정을 할 사람은
각오를 다지고 올라가야 합니다.
되돌아가야할 친구들과 헤어지고는
파이팅을 외치며 오세암을 향했습니다.
오세암으로 가는 길은 그 전과 비교도 안될 만큼 험했습니다.
솔직히 말해 험하다기보다는 힘들었습니다.
오르락 내리락을 계속 반복했기 때문입니다.
체력소모가 심했던지 자주 휴식을 가지며 오세암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드디어 어렴풋이 암자의 기와지붕이 보였습니다.
암자에 들어서자 스님이 보였습니다.
스님께 정중히 인사를 드린 뒤 계곡에 앉아서
계곡물로 컵라면을 끓여먹으며 허기진 배를 달랬습니다.
아이들이 남긴 라면의 국물까지도 싸악 깨끗이 먹고
깨끗한 계곡물을 퍼마시니 배가 든든하여 힘이 솟았습니다.
배가 든든히 채워지자, 그제야 아름다운
오세암의 경치가 나타났습니다.
영화 오세암을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비슷한 분위기가 났습니다.
아름다운 오세암을 뒤로하고 신부님께서 가장 어려울 것이라 말씀해주신
오세암에서 마등령 등반이 시작됐습니다.
역시나였습니다.
이건 험하다 못해 거칠었습니다.
거의 빙벽등반을 하며 고생했습니다.
모두들의 먹을 것도 떨어지고 고비였습니다.
하지만 마등령을 등정하겠다는 집념 하나로
지팡이와 발을 힘차게 내딛었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마등령이라는 목표의 이름조차 잊어버릴 즈음
눈앞에 푯말이 보였습니다.
‘마.등.령.’
“와~!, 마등령이다! 해냈어!”
탄성을 지르며 모두를 끌어안았습니다.
“우와~ 저기 봐!” 누군가 외치자 돌아본 우리는
감탄을 비명처럼 지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것은 정말 그림이었습니다.
내 생애 이렇게나 아름답고 웅장한 광경은 보지 못했습니다.
하느님 화가의 멋진 병풍(?)을 배경으로 저희는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기에는 다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또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이제 내려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많은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로프까지 타며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어제들은 원통성당 신부님의 강론말씀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 ‘죽을 고비’가 지금인 것 같았습니다.
내려오는 길은 지금 생각하면
끔찍함에 몸서리칠 정도로 지옥훈련이었습니다.
특히나 바위들만으로 이루어진 곳에서는 눈앞이 흔들리고
다리가 후들거려 넘어지기도 많이 넘어졌습니다.
드디어 비선대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눈이 하도 쌓여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들어갔습니다.
성취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피로,
솔직히 기쁨은 숙소에 돌아와서 느꼈습니다.
다신 할 수 없는 경험,
전 지금 제가 자랑스럽습니다.
15시간의 고행을 견딘 내가,
그리고는 거짓말처럼 근심 걱정이 사라졌습니다.
하느님의 웃음소리만 남았습니다.

신천성당 중등부 3학년 정다혜
2007. 1. 28(주일)
설악을 밟고 올라서다.
(여정의 목적)
설악의 아름다움을 보고 느끼고 배우며 인내심을 기르고,
설악산의 정상에서 근심걱정을 떨쳐버리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기르기 위해.
(설악, 마등령에 오르다)
설악을 밟고 올라서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등산할 준비를 했다.
산은 온도가 낮기 때문에 옷을 든든히 챙겨 입고
이른 아침을 먹고 설악산으로 떠났다.
산으로 들어가는 입구까지 약 50분 정도를 걸어간 것 같다.
새벽이라 길도 어둡고 눈이랑 얼음 때문에 미끄러워서
시간이 더 지연된 것 같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전문적인 등산은 물론이고
겨울산행은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산악대장님께서 쉬운 길을 열어주셨다.
우리가 지나간 곳은 날씨가 추워서 얼어버린 계곡이었다.
재밌기도 하고 눈 밟히는 소리가 듣기 좋았다.
계곡을 걷다가 본격적으로 등산길에 접어들었다.
굴곡이 심하고 길이 미끄러워서
아이젠 없이는 등산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오세암으로 가는 길은 정말 힘들었다.
깊이 쌓인 눈에 발이 푹푹 빠지기도 하고
굴곡도 심하고 미끄러웠다.
우리가 미끄러운 길을 조심조심 한발씩 대딛을 때
정말 잊을 수 없는 풍경도 우리에게 다가왔다.
아름다운 풍경을 구경하고 들뜬 마음으로 향하니
오세암도 우리에게 향했다.
오세암에 들어섰을 때
난 애니메이션으로 봤던 오세암이 떠올랐다.
애니매이션과 정말 비슷하다고 생각했고,
오세암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로 마음이 훈훈해 졌다.
오세암에서 많은 친구들과 서로 다른 길을 디딛게 되었다.
아프거나 체력이 부족한 친구들은
정상까지 올라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상까지 가는 길은 그때까지 왔던 것 보다
몇 배 더 힘들고 어려웠던 것 같다.
경사도 높고 많이 지쳐있었던 터라 괜히 올라왔나...
하는 후회를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정상까지 완주하자는
현정이와의 약속 덕분에 완주를 할 수 있었다.
정상에 도착하기 5분전 나는 정말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고 정상이 가까워진다는 기대감 때문에
긴장했던 몸을 놓아버려 몸에 힘이 쭉~ 빠졌다.
그러나 숨을 헐떡거리면서도
대부분 앞서가던 현정이를 보니 괜한 오기가 생겼다.
정상 도착 5분전은 오직 오기로만 버틴 것 같다.
마등령에 도착하니 한 눈에 들어오는 건
눈을 덮고 있는 산맥들이었다.
그 산맥들을 보고 있자니 정말
우와~하는 거밖에 할 말이 나오지 않았다.
눈을 품고 있는 산맥들과 내가 정상(마등령)에
내 첫 번째 발도장을 찍은 날이기 때문에...
나는 딱 한 장 찍을 수 있는 폴라로이드 사진기에
한눈에 들어와 내 마음을 녹여버린 설악산맥을 찍었다.
마등령에서 사진을 찍고 내려가기 위해 준비를 했다.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정말 몇 배로 힘이 들었다.
우리가 내려갈 때쯤 안개가 자욱하게 끼더니 곧 눈이 내렸다.
우리와 함께 등산을 같이 해주시고 도와주신 아저씨들과
산악대장님께서 내려가는 건 적어도 4시간은 걸린다고 말씀하셨다.
피곤하고 목마른 건 어느 정도 참겠는데
눈송이가 굵어지더니 잠바를 적시고 몸에 있는 열을 빼앗아갔다.
그렇게 힘들게 미끄러지고 아파해하면서
약 5시간 정도 후에 산을 내려온 것 같다.
산에서 내려오자마자 물 한 병으로 목을 축이고
숙소로 가기 전 신부님과 감사기도를 드린 후
숙소에 도착했을 때 숙소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나와서
박수를 쳐주며 우리들의 완주를 축하해주고 있었다.
나는 정말 설악산 정상에
내 발도장을 찍었다는 사실이 아직도 꿈만 같다.
15시간 올라가고 내려가고 하는
산행을 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 그것도 내가...
15시간 산행을 하면서 동료의식 같은 것도 느꼈고
신부님, 학사님, 산악대장님, 아저씨들, 아주머니들,
선생님들, 언니 오빠 동생들
너무 수고하셨고 감사합니다.


지난 여름 신천성당의 중고등부는
여름캠프를 하지 않았습니다.
여름캠프 대신 겨울여행을 하기로
결정했었기 때문입니다.
겨울여행은 제가 주임신부로 있던
이전의 본당들에서도 해마다 하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정동진역까지는 기차여행이었습니다.
전철 외의 기차를 처음 타는 학생들은
의외로 제법 많습니다.
정동진에서 첫 밤을 보내고
바다에서의 일출을 맞이한 학생들은
동해의 어시장을 둘러보고 관광버스를 타고
설악의 오색으로 향했습니다.
오색에서는 3시간 정도의
주전골 산행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원통으로 이동해서
원통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미사 후 용대리 산장으로 이동해서
짐을 풀고 저녁식사와 기도를 한 후
저는 학생들에게 내일의 산행에 대한
취지와 마음가짐을 잠시 설명했습니다.
다음 날(1월 28일)의 산행,
이제 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내설악 용대리를 출발해서 백담사, 백담산장까지
그곳에서 오세암까지
오세암에서 마등령까지
마등령에서 능선을 타고 하산을 시작하여
금강굴을 지나 비선대까지
그리고 마지막 비선대에서
외설악의 출발점 설악공원에 이르기까지
우리 중고등부 학생들이 도전하려는
산행의 코스는 이러했습니다.
하늘이 허락하신 다면
함께 도전해보자.
한계와 고통이 거듭되는 산행이겠지만
고통을 피해가는 사람이 아니라
고통을 극복하는 사람이 되기 위하여,
우리의 인생 앞에 펼쳐질
수많은 고난에 도전하고
자랑스런 이름으로 살기 위하여
사랑하는 아이들과 함께
진실된 사랑의 여정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문제는 하늘의 뜻입니다.
산의 날씨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고
산행의 환경과 아이들의 정신과 체력은
함께 걸어봐야 알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산에 오르기 전날 밤의 기도는
더없이 간절했습니다.
저의 객관적인 기대치는
내설악에서 외설악까지의 풀코스를 완주하는
학생들이 20명 정도는 되기를 기대했습니다.
가장 중요한건 안전입니다.
만에 하나 사고가 생긴다면
귀한 여행은 우리 모두에게
슬픈 상처로 남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불안하게도 일기예보는 이곳에
산행 당일 기온이 급감하고
눈이 많이 내릴 것임을 예보하고 있었습니다.
“거의 틀렸구나.”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저는 스스로 하늘이 돕지 않는(?) 것에
다소 낙담한 상태였습니다.
“오세암까지는 갈 수 있을까?
아니, 백담산장에서 되돌아올지도...”
산에서의 미련 때문에
무모한 도전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비록 꿈과 계획은 있었지만
우리가 함께 갈 수 있는 곳까지
다녀온 것만으로도 우리들의 아름다운 여행을
미래의 자랑스런 추억이 되고 힘이 될 것이라
마음을 추스르고 있었습니다.


중등부 3학년 승권이의 표현대로
드디어 결전의 날입니다.
전날 모든 산행장비를 갖추어놓고
잠들었던 아이들은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났습니다.
전날 산장까지 오셔서 식사와 간식을 차려주신
자모회 엄마들의 기도와 정성이 담긴
새벽 4시의 아침을 먹고 아이들의 배낭 속에는
아이들이 잠든 사이 산타가 넣어준 물과 오이와 당근,
귤, 초콜렛, 햄과 컵라면 등을 담고
관광버스에 올랐습니다.
백담사 입구 용대리에서 드디어 산행을 출발합니다.
백담산장까지 두 시간의 목표를 잡고 출발한 산행은
손전등을 밝히고 가야하는 칠흑 같은 어둠의 길입니다.
그곳까지의 선두는 제가 맡았습니다.
아이들의 산행속도와 눈 덮인 산의 상태를
판단해야했기 때문입니다.
의외로 포근한 날씨였고
믿기지 않을 만큼 바람 한 점 없는 새벽이었습니다.
산에서의 바람은 땀흘린 몸을 꽁꽁 얼게 하고
몸의 온기를 빼앗아버리는 가혹한 심술꾼입니다.
우려하고 예상했던 동장군의 한파를 주님은
깊이 잠들게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주님”
산행을 시작하며 바친 첫 기도는
감사의 기도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함께 선두에 선 아이들은
신나게 재잘대며 가끔 콧노래조차 흥겹게 부르고 있습니다.
어둔 새벽의 백담사 불빛은
그 자체가 신비로운 적막의 기도입니다.
그곳에서 일행을 기다린 후
백담산장을 지나니 날이 밝아오기 시작합니다.
잠시 쉬었다가 오세암을 향해
산행을 계속합니다.
이곳부터는 수십년 산행을 이끌어 오셨고
한국 가톨릭문화원 산행모임의 산악대장을 맡고 계신
염 이냐시오 형제님의 안내가 시작됩니다.
오르고 내려가기를 반복하는 본래의 힘든 산길을 피해서
계곡의 물이 얼어있었기에
계곡 물길 위를 걷는 쉬운 산행을 한 시간 남짓
편하고 즐겁게 할 수 있었습니다.
잠시 쉬는 시간
이제 첫 번째 결정을 해야 합니다.
산행을 계속할 아이들과
아직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버스로 되돌아갈
아이들을 선별했습니다.
중등부 1학년 대부분의 아이들을 포함해서
모두 16명은 하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함께 산에 오른 두 분의 아버지와 교사의 인솔로
되돌아갈 친구들은 마치 무장해제를 하듯
자신들의 간식 일부를 산을 계속 오를
친구들에게 나누어 줍니다.
이곳에서 모두 손을 잡고 함께 기도했습니다.
특별히 부모님을 위한 기도를 함께
나눈 시간이었습니다.
오세암을 향해 산을 오릅니다.
본격적인 등반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오세암을 300미터 앞에 두고 잠시 쉬는 사이
끝까지 등반하겠다는 두 명의 여중생이
아무래도 무리일 듯싶었습니다.
고개를 푹 숙인 여햑생에게 가니
너무 힘이 들어서 울고 있었습니다.
어깨를 두드리고 격려해주고
이곳까지 오른 것을 칭찬하며
남은 아버지 한 분과 함께
다시 내려보내야 했습니다.
애초 몸상태에 자신이 없어
산행을 포기한 3명의 아이들,
그리고 30분전 되돌아간 16명의 아이들,
그리고 지금 두 명의 아이들까지
모두 21명은 비록 완주는 못했지만
최선을 다한 아름다운 친구들입니다.
이제 남은 사람은 학생들과
교사, 신학생, 두 명의 사목위원을 포함해서
모두 36명입니다.
36명의 컨디션은 날씨만큼이나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드디어 오세암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이 알려준 계곡에서
짐을 풀고 버너에 불을 붙였습니다.
컵라면과 떡, 햄과 과일의 진수성찬에
모두가 풍요로운 점심시간입니다.
오세암에서 마등령까지
1.4키로의 길지 않은 길이지만
두 시간 이상을 잡아야 하는
급경사의 가혹한 코스입니다.
이제 아이들은 잠깐씩 쉴 때마다
쌓인 눈 위에 몸을 눕히는 것이 익숙할 정도로
충분히 지쳐갑니다.
오후 1시 40분,
드디어 마등령에 올랐습니다.
출발한지 8시간 40분 만에
목표한 시간보다 20분 일찍
마등령에 오른 것입니다.
발아래 펼쳐진 웅장한 산맥의
장엄한 풍경에 모두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사진을 찍고 아이들은 신나게
마등령을 누비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저 아래에서 안개처럼
구름이 솟구쳐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그 구름이 우리가 선 마등령을 덮는 순간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와, 눈이다!” 아이들은 신나는 순간이었고
제겐 걱정처럼 쏟아지는 눈이었습니다.
능선을 타고 내려가는 길은
다리가 풀리고 체력이 떨어지는
인내와 정신력의 싸움입니다.
눈 쌓인 산길은 더없이 안전을 우선으로 해야 합니다.
4시간 예정길이었지만 시간이 지체되더라도
최대한 안전하게 나아가야 했습니다.
군데군데 위험한 경사에서는 자일을 설치하고
자일을 타고 내려야 했습니다.
함박눈은 하산하기까지 쉼 없이 내리고 있었고
아이들은 언제부턴가 말이 사라져가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서로가 격려하고 마지막 남은 물을 서로에게 권하며
허기와 지친 몸을 우정으로 다독이는 모습은
설악이 부러워할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금강굴에 이르기 전 이미 어둠이 시작되고 있었고
다시 전등을 켜고 하산길을 조심조심 내려오며
마지막 힘을 다해봅니다.
“아, 하느님 감사합니다.”
금강굴을 지나 내려오는 하산길은
온통 돌계단으로 이루어진 곳이기에
이곳에 내리는 눈이 얼어붙으면
다시 힘겹게 자일을 설치하고 한 사람 한 사람씩
내려오는 긴 도전을 시작해야 합니다.
그런데 눈은 내리지만 날씨가 포근했기에
다행이 돌계단은 얼지 않았고
그곳에서부터 아이젠을 벗고
한 걸음 한 걸음 함께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비선대 산장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200미터를 안전하게 가기위해 다시 아이젠을 착용하고
마지막 투혼을 발휘합니다.
비선대에서 물과 초코파이와 커피의 맛을
잊지않을 것입니다.
자신의 한계에 도전해 본 사람만이
만날 수 있는 축복의 맛입니다.
주린 허기를 채우고 설악공원까지의
마지막 40분길에 아이들은 흥분하고 있었습니다.
인생길에 자주 없을 성취감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가는 고3들은 마치 연인처럼 남녀가 손을 잡고
즐겁게 걷고 있습니다.
공원에 도착해서 마지막 감사의 기도를 함께 바치고
버스에 오릅니다.
저녁 8시,
15시간의 산행이 마무리되는 순간입니다.
생각해보니 우리가 지나온 산행길에서
같은 방향으로 산행하는 사람들을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2007년 1월 28일의 주일은
우리만의 산행을 축복해주신
사랑하는 그분의 선물이었습니다.
훗날 우리 아이들의 인생길에서
힘들고 지치는 시련이 올 때
그들은 산을 오른 오늘을 기억할 것입니다.
“할 수 있어!”
“너는 자랑스런 나의 사랑이란다!”
산에서 새겨주신 그분의 음성이
아이들의 가슴에서 울릴 것을 믿습니다.
설악의 숙소에 도착했을 때
남아있는 모든 친구들이 나와서
박수를 쳐주며 환영하고 있었습니다.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고
산행일기를 쓴 다음
남은 흥분의 에너지로
아이들은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는
즐거운 밤을 맞이합니다.



다음 날 저는 동창모임을 위해
고속버스를 타고 춘천으로 향했습니다.
버스에서 틀어놓은 라디오에선
어제의 잘못된 일기예보를 시민들이 비난하는
소식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주일이 포근하고 맑은 날씨였는데도
기상청은 한파의 날씨라 예보한 까닭입니다.
피곤한 제 몸에 미소가 번집니다.
“어제 일기예보는 잘못된 게 아니었어요.
단지 우리의 산행을 위해서
하느님께서 마음을 바꾸신 것뿐입니다.
하느님 그분은 우리를 사랑하심을
숨기지 못하는 분이시거든요.”
주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가 산에서 남몰래 바치던
저의 기도를 꼭 기억해 주실 것을 믿습니다.
아멘.
신천성당 중.고등부 학생 여러분 참으로 대단하십니다.그리고 인솔자 신부님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무사히 겨울 등산을 잘 하시고 오셔서! 하느님의 사랑이 가득하셨음을 많이 채험하셨으리라 믿습니다.그리고 사진을 보면서 함께 등산을 해서 매우 기쁩니다.행복하세요!!평화.
학생들이 대단하네요..물론 신분님을 포함한 인솔자 분들도요.산행하신 분 모두는 어떻한 어려움도 다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네요.겨울산 잘 보고 갑니다..
신천성당 중고등부 천사들 !! 잘했다 장하다 파이팅팅팅팅................................
너무나 멋진 여러분들입니다. 더욱 멋진 시간들을 가지세요. 화이팅!!!!!
산행일기를 읽으며 아아들을 키우는 엄마로써,목자의 돌보심이 늘 필요한 양으로써 감사와 감동의 눈물이...산행에 함께 한 모든이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신부님의 용기에 참으로 숙연해집니다! 산행예정에 기도 댓글을 남기고 일기예보를 듣는 순간 어떻하나?하는 염려를 했더랬는데 성공을 축하드립니다! 호랑이 등같은 설악의 등정을 허락하신 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글구 학생들이 느꼍을 성취감 교리교사인 저로서도 부럽습니다! 신천성당 멋집니다! 하지만 허술한 장비! 무모한 계획이 아니라 단거리 산행 실시 후 체계적으로 실행으로 옮겼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봅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하느님 사랑이 충만한 아름다운 겨울산행에 감사*찬미와 박수를 보냅니다^^
언제나 저희를 사랑하시는 주님과같이 저희를 사랑으로 감싸주시는 신부님에게 진심으로 감사 드림니다.언제나 주님의 은총속에서 건강하시길 빕니다....
감동의 파노라마입니다. 역경 속에서 임마누엘 하느님의 신비가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수고 많으셧습니다. 와! 부럽당!! 평화!
여러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주님의 사랑과 은총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겨울산행을 다녀온 신천성당 중고등부 학생들 정말 장하네요!
한사람 한사람,,모두 씩씩하고 예쁘네요. 주님께서 마련해 주신 겨울 산행 모두 모두 행복 했죠???
부럽습니다.대견하구요.여름신앙학교는 놀이위주인데... 우리성당아이들도 체험을했으면합니다.
우와!!! 넘 멋지다 감명받았습니다.학생들이 마음적으로 더욱 성숙해졌으라 생각해봅니다.더욱더 하느님께로 한걸음 다가가는 시간이 되었으리라고 믿어봅니다.
신천동 성당 중고등부 학생님들 정말 멋지고 힘든극기의 체험을했군요 대견합니다 일생에 두고두고 기억되고 교훙이 될거예요~~부럽습니다 화이팅
아이들에게 값지고 멋진 추억을 창조해주셨군요. 신부님,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날의 기억과 68개의 댓글들 다시 읽어봅니다. 오늘은 마음으로 여행하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