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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열어
“지금 상처받고 고난 받는 우리가 서로를 위해 나누는 위로가 넘치도록 충만하여, 모든 반목과 갈등, 미움과 폭력조차 무력화하는 하느님의 힘이 됩니다. 우리는 지금 나라를 도탄에 빠뜨리고 심각한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야기하는 대통령과 그 무리들의 생각과 행동에 절대적이고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를 배제하고 처단하려는 그들과 달리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그들에게도 하느님의 위로가 내리길 청합니다.”(김현준 신부 강론 중에서)
14일 로마에서 수학 중인 한국 천주교회 교구와 수도회 사제들, 수도자, 평신도 90여 명이 라테라노 성 안토니오 성당에서 '윤석열 탄핵을 통한 대한민국의 평화와 발전을 청하는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 올린 이탈리아 오전 10시는 한국 오후 6시로, 국회에서 윤석열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직후였다.
이들은 미사에 앞서 묵주기도를 바치고, 재 로마 교구/수도회 대표 사제인 박준 야고보 신부(의정부교구) 주례로 미사를 시작했다. 김현준 가시미로 신부(서울대교구)가 강론하고, 미사 말미에는 정연정 신부(교황청립 로마 한인신학원장)가 '비상 계엄에 대한 주교회의 입장문'(12월 4일 발표)을 낭독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1시간 뒤에 로마 이탈리아에서 윤석열 탄핵 시국 미사를 봉헌했다. (사진 제공 = 박준 야고보)
김현준 신부는 2016년 로마에서 열린 박근혜 탄핵 집회에 참여한 경험과 지금 상황을 나누어 달라는 제안을 받고 강론을 맡았다면서, 먼저 1시간 전 탄핵소추안 가결 소식에 감사를 표했다.
김 신부는 이번 일련의 사태로 우리 모두는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강 작가의 노벨상 강연으로 다시 기억된 박용준의 글귀 “하느님, 왜 저에게는 양심이 있어 이렇게 저를 찌르고 아프게 하는 것입니까? 저는 살고 싶습니다”를 인용하며, 예언자 예레미야의 고백을 떠올리게 하는 이 고백이 바로 우리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마음은 12월 3일 국회 담벼락을 넘었던 국회의원들, 보좌관들과 국회 직원, 기자들, 한밤중 거리로 뛰쳐나와 민주주의를 지켜낸 시민들의 마음이면서, 부당한 명령에 혼란스러워하며 국민과 대치해야 했던 군인들의 마음이라고 했다.
또 2016년 11월, 로마에서 박근혜 탄핵 집회가 시작된 계기는 그해 초에 있던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였다고 회상했다. 당시 그는 "유가족의 이야기를 들어드리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회의도 들었지만, 그 자리는 참여한 모든 이에게 깊은 위로를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때의 인연으로 탄핵 집회가 시작됐고, 집회가 몇 차례로 길어지며 지쳐갈 때 세월호의 위로는 우리의 첫 마음으로, 평화롭지만 굳세고 깨끗한 힘이 되어 주었다면서, 그것이 바로 하느님이 우리에게 베풀어 주시는 위로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14일 로마에서 수학 중인 한국 천주교회 교구와 수도회 사제들, 수도자, 평신도 90여 명이 라테라노 성 안토니오 성당에서 윤석열 탄핵 시국 미사를 봉헌했다. (사진 제공 = 박준 야고보)
김 신부는 함께 공부한 외국 친구가 “지금 세계가 한국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고 건넨 말을 언급하면서, 우리 안에서 세계 정치의 희망을 보고자 하는 간절한 시선을 봤다고 했다. 또한 해학이 가득 담긴 깃발들, 케이팝과 응원봉들이 어둠을 밝히는 평화로운 집회 모습에서 상처받은 우리를 서로 보듬고 위로하려는, 부드럽지만 강력한 힘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마음과 마음을 사랑의 금실로 이어 연대할 때, 평화의 왕,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신'(마태 11,29) 메시아를 모시는 거처가 마련된다"면서, 이 대림 시기에 특별히 나라를 위해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느님의 다스림을 간절히 청했다.
이날 시국 미사에 참여한 사제들 모습. (사진 제공 = 박준 야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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