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되게 꾸지람을 받거나 단단히 벌을 받는 것을 ‘경친다’고 한다. 오늘날은 ‘경칠 놈’과 같이 하나의 관용구로 쓰일 정도로 그 쓰임의 폭이 좁아진 말이다.
어떤 이는 이 말을 지난날 하룻밤을 다섯으로 나눈 오경(五更)의 경에서 왔다고 한다. 이경(二更)에는 통행금지를 알리는 인경[人定]을 치고, 오경에는 해제를 알리는 파루(罷漏)를 쳤다. 밤을 새우면서 때에 정확히 맞추어 종을 치는 일은 매우 힘들었기 때문에 ‘경치다’란 말이 생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주장은 근거가 없다. 경치다의 경은 경(更)이 아니라 경(黥)이다. 경(黥)은 고대에 죄인에게 행하던 형벌의 이름에서 나온 것이다. 경은 죄인의 얼굴에 먹물로 죄명을 새겨 넣는 벌이다. 그 새기는 일을 ‘경친다’고 했던 것이다. 그러니 ‘경칠 놈’은 형벌을 받아 이마에 죄목을 문신해야 할 놈이란 뜻이다.
그런데 앞에서 말한 시간을 나타내는 ‘경(更)’과 관련된 속담에 ‘경점 치고 문지른다’는 것이 있다. 조선 시대에는 시간을 나누고 부르는 방식이 지금과 달랐다. 하루를 12지(十二支)에 따라 자시(子時)부터 해시(亥時)까지 열둘로 나누어 부르고, 그중에 밤 시간은 별도로 초경(初更 오후 7~9시)부터 오경(五更 새벽 3~5시)으로 나누어 불렀다. 경(更)은 지금의 두 시간에 해당하고, 그 경을 다시 다섯 점(點)으로 나누어 불렀다. 밤이 되면 성안의 군사들이 시간에 맞추어 경과 점을 알려 주었다. 경은 북을 쳐서 알리고 점은 징을 쳐서 알렸다, 이런 역할을 하는 군사를 경점군사(更點軍士) 또는 전루군(傳漏軍)이라 했다.
그러면 ‘경점 치고 문지른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이 속담은 경점을 치는 군사가 경점 칠 시간이 아닌데 경점을 치고 나서 자기의 잘못을 깨달아 북이나 징을 문질러 소리가 나지 않게 하려 한다는 뜻으로, 일을 그르쳐 놓고 어찌할 바를 몰라 자기의 잘못을 얼버무리려 하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북이나 징을 치고 나서 깜짝 놀라 북면이나 징을 문질러대는 군사의 모습이 그려진다. 상관에게 혼나는 모습도 보인다.
그런데 통행금지를 알리는 인경은 대개 밤 열 시쯤에 보신각에서 스물여덟 번을 치고, 통행금지를 해제하는 파루는 오경 삼 점에 서른세 번을 쳤다. 경점은 궁중의 보루각(報漏閣)에서 쳐 알리고, 인정과 파루는 보신각(普信閣)에서 쳐 알렸다.
첫댓글 "黥 과 更" 자의 틀린 점을 또 한 번 새로운 상식으로 익혔습니다. "黥 (묵형할 경)" 이 글자는 일종의 '죄인의 얼굴에 죄명을 새겨 넣는 벌..
언제가 읽었든 '미국 작가 "호손(Hawthorn)"이 지은 '주홍글씨"를 읽어 본 기억이 납니다. 그려.. 감사합니다.
이 선생님, 졸고에 대하여 좋은 말씀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이 선생님 자주 올려주시는 글 평소에 잘 읽고 있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