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탄소중립 / 임채룡 베다 신부
오늘날에는 기후위기라는 말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는 아마 나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해수면 상승, 태풍과 같은 지구온난화의 결과는 분명히 전 세계에서 나타나고 있고 점점 더 심각해져 가고 있습니다.
지역에 따라 대기에 저장되는 물의 양이 다르며, 기온의 편차는 커다란 차이를 보여줍니다. 그렇게 어느 지방에는 홍수가 오는가 하면 어느 곳에는 가뭄이 오기도 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직면한 기후변화의 문제입니다. 인류를 포함한 지구에 살아가는 모든 생물이 이 커다란 편차를 함께 감당해야 합니다.
2021년 미국 텍사스 대한파 및 정전 사태, 기상관측 이래 최초로 비를 본 그린란드, 최고온도 54도에서부터 최저온도 39도까지 솟은 북미 폭염사태, 하루 만에 2개월 분량의 비가 내린 서유럽 홍수. 2022년 인도의 99% 지역이 물 부족을 겪었다는 남아시아 폭염사태, 2000만 명이 굶주려야 했던 동아프리카 가뭄, 한 시간 만에 영상 5도에서 영하 22도로 급강하한 북미 한파 등 확실하게 지구 온난화가 영향을 줬다는 자연재해만 해도 매년 20~30건이 넘어가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이상고온이나 태풍, 해수면 상승, 가뭄, 홍수가 점점 더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100년 만에 한 번 올 재난의 주기가 점점 더 짧아지는 것입니다. 50년에 한 번, 25년에 한 번, 10년에 한 번으로 점점 더 빈번해지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나라도 이러한 기후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2018년 한국을 강타한 폭염은 폭염일수 31일, 서울시 39.6℃, 강원도 홍천군 41.0℃라는 기상관측 이래 역대 공식 최고기온을 기록하면서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폭염을 기록했습니다. 올 3월에도 이상고온으로 21℃를 넘은 날이 7일, 22℃를 넘은 날도 6일이나 됩니다.
그런가 하면 2020년에는 54일이라는 역대 최장기간의 장마를 겪었습니다. 이 기간 중부지방의 강수량은 851㎜로 역대 최고의 강수량을 기록하며 4대강 유역에 막대한 홍수피해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이미 우리는 이런 기후변화의 한 가운데에 놓여있으며, 이러한 변화에 적응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단 한 번의 발생만으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재난의 주기가 점점 더 짧아지고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후변화가 아닌 기후위기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로부터 눈을 계속해서 돌리며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은 브레이크가 고장나 있는 자동차를 보면서, 그래도 계속해서 앞으로는 움직일 수 있으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임채룡 베다 신부
교구 생태환경위원회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