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코나 일릭트릭과 기아 니로 EV를 잇달아 출시하면서 국내에서도 배터리 전기차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폭스바겐에 이어 BMW까지 디젤 엔진에 문제가 발생하자 전동화차가 그만큼 더 주목을 끌고 있다. 현 시점에서 배터리 전기차에 대한 현황을 간략하게 정리해 본다.
새삼 정확한 데이터에 근거해야 한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전기차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알아 두어야 할 데이터는 에너지와 전원믹스에 관한 데이터의 흐름을 알아야 하고 실제 전기차 보급대수도 확인해야 한다. 더불어 신에너지차로 명명하며 전동화차 시대를 이끌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 중국의 실상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우선 화석연료에 관한 것이다. 인류가 석유를 사용한지 150년 가량이 지났다. 그동안 사용한 석유가 1조 배럴 가량이라고 한다. 1990년 피크오일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석유가 고갈된다는 논리가 지배했을 때 지구촌의 석유 매장량은 2조 배럴이라고 했다. 그런데 2016년 기준으로 적게는 5조 2,000억에서 8조 배럴의 매장량이 있다는 데이터가 존재한다. 앞으로도 이 데이터는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 없다. 무엇보다 자국 내에서 생산하는 화석연료만으로 에너지 자급이 가능한 미국의 정책에 따라 에너지 믹스는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사실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전원 믹스에 대한 현실도 마찬가지이다. 전력을 생산하는 것도 석탄이 40%에 달하고 천연가스 20%, 핵 발전 13%, 석유 5%로 여전히 화석연료가 주다. 최근에는 재생에너지의 비율이 전 세계적으로 25%에 달하고 있을 정도로 많은 변화가 있지만 한국의 현실은 고작 2%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재생에너지는 에너지 원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공짜로 수급할 수 있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 전력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가스도 거의 없어 세계적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산업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핵 발전량에 대해서는 논란으로 치부하며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는 소위 말하는 전문가들의 역할을 목도해 왔다. 그들은 청부 과학자 역할에 앞장 섰고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었다. 이들은 애매한 문항의 여론조사를 통해 왜곡된 데이터를 만들고 이해 관계로 얽힌 일부 언론들은 받아쓰기에 여념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화석연료로 만든 전력으로 배터리 전기차를 구동하는 것이 완전 무공해차라고 주장하는 것을 넘어 뉴스의 빈도만으로 보면 배터리 전기차는 금방이라도 우리의 생활에 깊숙이 파고들 것만 같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여전히 세계적인 전문기관들은 2035년에 85%, 2050년에는 65% 가량의 내연기관차가 판매될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어쨌든 배터리 전기차 시장은 폭스바겐 디젤 스캔들 이후로 시장에 따라 수요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시장의 2017년까지 한국에서 배터리 전기차의 누계 판매대수는 2만 5,593대에 불과했다.
그런데 2018년 들어서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상반기에만 2017년 전체 판매대수와 비슷한 1만 1,866대가 팔렸다. 모델 별로는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4,488대(점유율 약 38%)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쉐보레 볼트 EV가 3,122대(26%), 코나 일렉트릭이 1,380대, 기아 쏘울 EV 1,139대, 르노삼성 트위지 984대, SM3 Z.E. 630대, BMW i3 115대, 기아 레이 EV 8대 순이었다.
전동화차 보급에 적극적인 중국도 판매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8년 1월부터 7월까지 중국의 신에너지차(BEV+PHEV_FCEV) 판매대수는 49만 6,000대였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85% 증가한 것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 해에는 100만대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중국에서 판매된 신에너지차는 77만 7,000대로 전체 자동차 판매의 2.6%를 차지했다. 연간 3,000만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하지만 증가 폭이 큰 것은 사실이다. 물론 중국의 데이터를 믿는다는 전제하에서의 얘기이다.
사족이지만 숫자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몇 가지 짚고 넘어가자. 2015년 한국의 TV가 방영한 ‘슈퍼 차이나’라는 제목의 급성장하는 중국경제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과연 제대로 된 분석인가 하는 것도 짚어봐야 한다. 중국은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고 있고 성장률이 급락한 지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다. 수많은 폭동이 이어지고 있지만 외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중국 공산당이 언론 통제로 진실을 가리고 있을 뿐이다.
거기에 빠른 속도로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13억 5천만명이라는 시장이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10억명의 가난한 사람들과 노령화된 사회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신뢰도가 떨어진 중국의 데이터에 대한 좀 더 심층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중국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일반인들의 막연한 기대와 다른 현실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노령화를 막기 위해 출산장려금을 지불하는 것도 성공적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는 젊은 여성들이 장려금을 받기 위해 애를 낳았다가 버려 100만명이 넘는 부랑아 집단을 만들고 있다고 전해진다. 스웨덴도 장려금 지급과 출산휴가 등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지만 그로 인해 기업체에서는 가임 여성의 채용을 꺼리고 있다. 고용난과 취업난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 장수국가로 꼽히고 있는 것은 병상에 인공호흡기를 꽂고 있는 25만명 때문이라는 것도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좀 더 정확한 데이터들이 소비자들에게 전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동화에 대한 전략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다. 미국은 배터리 전기차에 더 높은 비중을 두고 있으며 유럽은 48볼트 마일드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기술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일본은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중국은 배터리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장려하고 있다. 이렇게 표현하지만 사실은 글로벌 공룡이 된 자동차회사들의 기술력과 접근 방향에 따라 조금씩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것이 어떤 형태든 자동차회사의 입장에서는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는 라인업을 구성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차그룹의 예를 들어 현 시점에서 한국시장의 배터리 전기차에 관한 내용을 정리해 본다. 현대차 그룹은 현대 아이오닉과 기아 니로라는 전동화 전용 모델을 베이스로 배터리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하이브리드 전기차 버전을 출시하고 있다. 여기에 내연기관 베이스 모델의 전동화 버전도 라인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현대자동차의 코나 일렉트릭은 크로스오버 코나의 배터리 전기차 버전이다. 현대차 그룹의 배터리 전기차의 흐름은 기아 레이 EV와 아이오닉 일렉트릭, 코나 일렉트릭으로 정리할 수 있다. 쏘울 EV도 있었으며 니로 EV도 국내 출시했다.
우선 2차 전지인 리튬이온 배터리의 용량 변화다. 기아 레이가 16.4kwh, 아이오닉이 28kWh, 그리고 코나가 64kWh다. 1회 충전 거리는 각각 139km, 180km, 406km다. 배터리 용량 증대만큼 충전거리가 늘어났다. 충전 시간은 레이가 급속 충전시 25분, 완속 충전시 6시간,. 아이오닉이 급속 충전시 24분 (100kW 급속충전기 기준), 완속 충전시 4시간 25분 만에 충전이 가능하다. 배터리 용량이 큰 코나 일렉트릭은 100kW 급속충전(80%)시 54분. 7kW 완속충전(100%)시 9시간 35분이 소요된다.
배터리 용량이 커진 만큼 가격이 인상되기는 했지만 사양의 변화에 비해 가격 변화폭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기아 레이 EV가 2013년 초기 4,500만원었던 것이2015년 3,500만원으로 인하됐으며 아이오닉 일렉트릭 3,915~4,215만원, 코나 일렉트릭이 4,650~4,850만원이다. 모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약 2,000만원 가량을 계산하지 않은 금액이다.
배터리 가격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리튬이온 배터리팩의 평균 가격은 kWh 당 200달러를 약간 웃도는 선에 형성돼 있다. 이는 2017년 대비 25% 가량 하락한 것이며, 2010년과 비교해 5분의 1 수준이다. 2025년이면 100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또 재료가격의 비중이 높은 양극재료의 새로운 소재가 개발되면서 그보다 훨씬 낮은 가격의 배터리의 등장도 점쳐볼 수 있게 됐다. 물론 리튬 이온 배터리는 온도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안정적인 주행거리를 보장할 수 없어 금속배터리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한편 판매가 증가하면서 충전소에 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전기차 충전소는 주유소처럼 사업 가치보다는 공공제의 개념이 강하다. 테슬라는 무료 충전소를 제공하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상태가 지속될 수는 없다.
국내에서 급속충전기는 대당 4,500만원, 고정형 완속충전기는 대당 300만원, 휴대용 완속충전기는 대당 60만원 가량이 든다. 충전소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수익성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그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은 아직 없다. 또한 충전소의 위치도 중구난방이 아니라 일정 거리 간격을 유지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충전방식의 통일을 이루지 못해 모든 급속충전방식이 보급되어 있다. 자동차회사들도 제 각기 다른 방식을 채용해 큰 틀에서 보면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충전 요금도 중구난방이다. 최근 환경부에서 설치한 것으로 시범운영이 끝나고 유료화되어 있는 장비에서 현대 코나 일렉트릭 시승 중 충전을 해 볼 기회가 있었다. DC콤보와 DC차데모, AC 3상 등 세 가지 급속 충전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스크린을 터치해 충전 액수 1,000원을 눌렀다. 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신용카드로 계산이 끝나고 DC콤보의 커넥터를 연결하자 충전이 시작됐다. 7분 50초만에 5.7kWh가 충전됐다. kWh당 178원 가량인 셈이다. 국내 충전소의 충전요금은 업체별로 ㎾h당 34.56원에서 많게는 337원까지 분포돼 있다. 계절별로도 다양한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아직은 혼란한 상황이다.
현대 코나 일렉트릭의 제원표상의 복합연비는 5.6km/kWh. 실제 시승 중 계기판에 나타난 평균 연비가 7km/kWh전후였으므로 약 40km 가량 주행할 수 있는 거리만큼 충전한 셈이다. 물론 이는 수치상의 계산이다. 주행 조건과 날씨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에 그 수치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가솔린 1,000원어치는 약 2/3리터에 불과하다.
그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충전 시간이다. 충전시간이 약 10분 이내라면 80% 가량의 사용자가 배터리 전기차의 구입을 고려하겠다는 설문조사가 있다. 하지만 지금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급속충전성능(출력밀도) 향상과 에너지 밀도 향상이 기본적으로 상반되는 관계에 있다. 때문에 급속충전을 일상적인 충전방식으로 하기에는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 어려운 배터리를 사용하게 되어 배터리 전기차를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권장하지 않고 있다.
배터리 전기차의 판매를 늘리려면 충전소의 충전기 수를 늘려야 하고 자동차회사는 그만큼 비용 압박을 받게 된다.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일부 국가에서는 카쉐어링과 도시 내 배송차등 플리트 수요를 활용하는 것이 검토되고 있다.
무엇보다 아파트라는 주거문화로 인한 문제점에 대해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자가용 배터리 전기차의 충전은 자택에서 야간에 잉여전력을 사용해 완속 충전하는 형태가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아파트 등 공동 주택의 경우에는 차량 대수만큼의 충전기를 갖춰야 하는데 각 차량 사용자가 충전기를 필요로 할 때 자유롭게 설치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그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어야 한다.
또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보조금이다. 현재 배터리 전기차의 판매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 같지만 들여다 보면 과도한 보조금에 의한 것이다.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보조금을 없애자 테슬라의 판매가 2,900대에서 0으로 떨어진 홍콩과 보조금 축소로 판매가 70% 줄어든 덴마크의 예가 대표적이다. 보조금 자체에 대한 논의는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보조금을 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만 내고 있다. 보조금도 결국은 환경 파괴의 결과물이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동화차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여전히 상당기간 내연기관이 주를 이루겠지만 환경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생산 판매해야만 한다. 각국의 배기가스 규제 기준을 충족하기 자동차회사와 지역의 현실에 따라 비중은 다르겠지만 전동화차의 판매는 점차 증가해 갈 것은 분명해 보인다. 궁극적으로는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생산한 전기차 시대로 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