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일행 60명과 함께 5일간 제주 올레길 걷기에서 돌아온 터라 많이 지쳐 있었습니다. 그러나 두레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둘레길에 단풍이 보고파 일행 넷이서 단풍길을 돌았습니다. 7 km 단풍길을 걸었더니 몸이 노곤하긴 하지만 단풍길이 워낙 아름다워 나서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짙어가는 단풍을 보고 있노라면 하나님의 솜씨에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게 됩니다. 하나님의 솜씨가 아니고서야 어느 화가가 이렇게나 아름다운 색채를 낼 수 있겠습니까?
오늘 두레마을 둘레길의 단풍을 감상하면서 내가 두레마을 공동체의 터를 잘 잡았다 생각했습니다. 더욱이 오후 느지막이 나선지라 산길을 내려오는 동안에 지는 해의 웅장한 모습에 혼이 빼앗긴 듯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런 자연을 날마다 보고 감탄하며 살아가게 된 나의 노후 생활이 너무나 감격스럽고 감사합니다.
산 정상에서 길가에 당당하게 서 있는 오동나무에서 떨어지는 오동잎을 주워 들며 옛 시인의 시를 생각하였습니다.
〈떨어지는 오동잎 한 잎을 보며 천하에 가을이 온 것을 느낀다 ...〉
이렇게 이어지는 시입니다.
두레마을 두레길 중간 즈음에 바위에 뿌리를 박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한 그루 소나무가 있습니다. 나는 이 소나무 아래를 지날 적마다 마음이 숙연하여 집니다. 바위에 뿌리를 내린 채 당당히 하늘로 솟아오르는 모습에서 내가 본받아야 할 기상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두레마을 동지들은 이 소나무에 이름을 붙였습니다.
〈두레소나무〉란 이름입니다. 두레가족들이 이 소나무처럼 열악한 환경을 딛고 일어서 미래를 향하여 웅비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품고 나무 이름을 그렇게 명명한 것입니다. 오늘도 두레소나무 아래를 지나며 단풍나무들 사이에 꿋꿋이 서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모습을 보며 나도 저렇게 살아야지 하는 다짐을 하였습니다.
동두천 두레마을 둘레길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