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머니의 밥 짓기 김옥춘 볏짚 똬리 위에 동이 이고 해당화 꽃잎 밀어내며 샘물 길어다가 아궁이에 나무 때서 가마솥에 감자 섞은 옥수수밥을 지으셨지요. 화로에 된장찌개 끓이셨지요. 나 아주 어렸을 때 내 어머니 꽃다웠을 그때에 강원도 산골에서 동화처럼 전설처럼 사셨어요. 아름다운 동화 삶 자체가 신비로운 전설 물 한 바가지 붓고 펌프질해서 물 퍼 올려 숯과 모래에 걸러 볏짚 아궁이에 때서 풍로 돌려 왕겨를 때서 가마솥에 보리밥을 지으셨지요. 양은 솥엔 국을 끓이셨어요. 나 어렸을 때 내 어머니 젊었을 그때에 충청도 농촌에서 영화처럼 사셨어요. 고생까지도 아름다운 영화 수돗물 받아 석유풍로에 냄비 밥 연탄불에 냄비 밥 지으셨지요. 나 청춘일 때 내 어머니 중년에 서울 달동네에서 끼니 걱정하며 드라마처럼 사셨어요. 불굴의 드라마 수돗물 받아 전기밥솥에 밥을 지으시고 가스레인지에 찌개 끓이시고 나 직장인이 되었을 때 내 어머니 환갑에 캄캄하고 눅눅한 반지하에서 르포처럼 사셨어요. 진실을 찾을 수 없는 현장보고서 수돗물 의심스러울 땐 정수기 물을 받아 전기압력밥솥에 밥을 지으시고 도시가스로 찌개 끓이십니다. 며느리 어디 간 날 아주 가끔 나 중년이 된 지금 내 어머니 노년에 서울 임대아파트에서 가족들과 살얼음처럼 사십니다. 2년 뒤엔 어찌 될지 모르는 살얼음 물을 사 먹는 세월에 붉은 해당화 꽃잎 맴돌다 빨래터로 흘러내렸던 동화보다 아름다웠던 우리 집 샘물이 생각납니다. 2011.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