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권(席卷)
돗자리를 만다는 뜻으로, 빠른 기세로 영토를 휩쓸거나 세력 범위를 넓힘을 이르는 말이다.
席 : 자리 석(巾/7)
卷 : 말 권(卩/6)
(유의어)
석권(席捲)
이 성어는 돗자리를 만다는 뜻으로, 굉장한 기세로 영토를 남김없이 차지하여 세력 범위를 넓히는 것 또는 넓은 세력 범위를 거침없는 기세로 우위나 정상을 차지하여 휩쓰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오늘날에는 자기의 세력 범위를 넓히거나 어떤 조직 등을 장악하는 것, 또는 어떤 세력이나 풍조가 한 세대를 휩쓰는 것을 의미하는 말로 쓰인다. 석(席)은 자리, 거적, 멍석 등을 뜻한다.
석권(席卷)이라는 성어는 전국책(戰國策) 초책(楚策)에 "비록 출병할 병사나 무기가 없더라도 산의 험한 지형을 차지(席卷)하여 공략하면 쉽게 점령할 수 있다(雖無出兵甲 席卷常山之險)"이라는 대목에 보인다. 또 가의(賈誼)의 과진론(過秦論)에 보면 "천하를 차지(席卷)하고 온 세상을 하나로 감싸 든다(有席卷天下 包擧宇內)"라는 대목에서도 보인다. 그 어원(語源)은 모두 같다.
또한 사기(史記) 위표(魏豹) 팽월전(彭越傳)에도 석권(席卷)이라는 성어가 나온다. 유방(劉邦)의 한(漢)나라와 항우(項羽)의 초(楚)나라가 천하의 패권(覇權)을 다투고 있을 때였다. 위(魏)나라를 평정한 위표(魏豹)는 항우로부터 위왕(魏王)에 봉해졌다. 그러나 유방이 한중(漢中)으로부터 동쪽으로 진군, 황하(黃河)를 건어오자 이번에는 유방편에 붙어 팽성(彭城)에서 항우의 군사를 토벌(討伐)하는데 앞장섰다.
나중에 유방이 수세에 몰리다가 패하자 유방을 배반하고 항우편에 붙었다. 기회를 보아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하는 위표(魏豹)의 간사스러운 태도에 분개한 유방은 그를 잡아오게 했다. 결국 장군 한신(韓信)에게 잡힌 위표는 유방의 명령에 따라 죽음을 당하고 만다.
또 당시에 팽월(彭越)이란 자가 있었는데 유방편에 붙어서 게릴라전으로 항우의 초(楚)나라 군대를 괴롭히곤 했다. 그의 공적을 인정한 유방이 그를 양왕(梁王)으로 삼았는데 나중에 항우군을 해하(垓下)에서 격파하는데 혁혁한 무공을 세우기도 한다. 그런 그에게 5년 뒤 유방이 진희(陳豨)의 반란군 토벌을 위해 도움을 청하는데 듣지 않았다. 이를 괘씸하게 여긴 유방은 팽월에게 반란의 흔적이 있다고 덮어씌워 잡아 죽였다.
사마천(司馬遷)은 사기(史記)에서 이 두 사람에 대해 이렇게 쓰고 있다. "위표와 팽월은 본디 신분이 비천한 집안 출신이었지만 천리의 땅을 차지하고 남쪽을 바라보며 고(孤)라 했다. 이들은 피를 밟고 승기를 타서 나날이 그 이름이 높아졌다. 그러나 반역할 마음을 품었다가 실패하자 스스로 목숨을 끓지 못하고 붙들려서 형벌을 받았으니, 그것은 무슨 까닭인가?
중간 정도 되는 재능을 가진 자도 이러한 행위를 부끄럽게 여기거늘, 하물며 왕 노릇을 하던 자야 어떠하랴! 여기에는 다른 까닭이 있는 것이 아니다. 지략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자들이지만 오직 자기 몸을 보존하지 못하는 것만 걱정하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물이 증발하여 구름이 되고 뱀이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는 것처럼, 때를 만나 자신들의 뜻을 펼쳐 보려고 했기 때문에 갇히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것이다.
위표와 팽월의 그 명성이 날로 높아졌지만 반란의 뜻을 품다가 결국 잡혀 죽음을 당했다. 두 사람은 지략에 뛰어나 한 몸이 무사하면 나중에 다시 큰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여겨 포로가 되는 것도 사양하지 않았다. 결국 천리의 땅을 석권(席卷)한 위표와 팽월은 천하를 석권한 유방의 비위(脾胃)를 건드려 목숨을 부지할 수 없었던 것이다."
권력의 석권(席卷)
석권(席卷)의 본뜻은 '돗자리를 말다'인데, '마치 돗자리를 말 듯이 어떤 분야나 영역에서 굉장한 기세로 휩쓸어 남김없이 차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말은 사마천의 사기 '위표팽월열전'에 처음 나온다. 이 두 사람은 어쩌다 기회를 얻어 왕의 자리까지 올랐지만, 끝없는 권력의 욕심 때문에 허무한 말로를 맞이한 인물이다.
위표(魏豹)는 항우가 초패왕이 되자 위왕으로 봉해졌는데, 유방이 진격해 오자 유방 편에 붙었다가, 유방이 수세에 몰리자 다시 항우 편에 붙는 등 권력의 편만 쫓다가 죽임을 당했고, 팽월(彭越)은 유방을 도와 해하전투에서 승리하자 양왕에 봉해졌지만 더 큰 권력을 탐해 모반을 일으켰다가 죽임을 당한다.
사마천은 말한다. "위표와 팽월은 비천한 집안 출신으로 천리의 땅을 석권(席卷)했지만 천하를 석권한 유방의 비위를 건드려 목숨을 부지할 수 없었다.
"고 평했다. 오로지 석권한 권력의 맛에 사로잡혀 자기 스스로를 반성하거나 돌아보지 않는 군상들에게 주는 따끔한 교훈이다.
어느 한쪽으로 권력이 석권(席卷) 당하면 견제와 균형이 깨어진다. 견제와 균형이 없는 권력은 지탱하기 벅찬 권력의 크기로 변질되고, 그 권력의 무게 때문에 망하게 된다. 일찍 프랑스의 마르크스주의 철학자 루이 알튀세르(1918~1990)는 비유한다. '히말라야 설산에 사는 토끼가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동상이 아니다. 평지에 사는 코끼리보다 자기가 더 크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요즘 우리 정치를 보면, 권력을 석권(席卷)한 사람들이 국민의 눈치 따위야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성경 '잠언'은 말한다. '멸망의 전 단계는 오만이다'고. 무엇이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권력의 오만에 이르면 공정의 가치를 훼손하게 된다. 우리는 미국 작가 존 스타인벡(1902~1968)의 충고를 명심해야 한다. '권력은 부패하지 않는다. 두려움, 권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부패하게 된다.'
▶️ 席(자리 석)은 ❶형성문자로 蓆(석)과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수건 건(巾; 옷감, 헝겊)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서(석)가 합(合)하여 자리를 뜻한다. ❷상형문자로 席자는 '자리'나 '돗자리'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席자는 广(집 엄)자와 廿(스물 입)자, 巾(수건 건)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갑골문에 나온 席자는 단순히 돗자리 하나만이 그려져 있었다. 고문(古文)에서는 여기에 厂(기슭 엄)자가 더해져 있었는데, 그늘진 곳에 자리를 깔고 앉는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소전에서는 厂자가 广(집 엄)자로 바뀌었고 돗자리는 廿자와 巾자로 표현되면서 지금의 席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지금의 席자는 고문에 나타나 형식이 변화된 것으로 '자리'나 '깔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그래서 席(석)은 성(姓)의 하나로 ①자리 ②앉을 자리 ③여럿이 모인 자리 ④돗자리 ⑤앉음새(자리에 앉아 있는 모양새), 자리에 앉는 법(法) ⑥돛, 배에 다는 돛 ⑦깔다, 자리를 깔다 ⑧베풀다(일을 차리어 벌이다, 도와주어서 혜택을 받게 하다), 벌이다, 벌여 놓다 ⑨의뢰하다, 믿고 의지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자리 좌(座), 대자리 연(筵)이다. 용례로는 자리의 차례나 성적의 차례를 석차(席次), 굉장한 기세로 영토를 남김없이 차지하여 세력 범위를 넓히는 것을 석권(席卷),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를 석상(席上), 어떤 자리에서 주문에 응하여 즉석에서 그림을 그림 또는 그렇게 그린 그림을 석화(席畫), 집회 석상 등에서 즉흥적으로 글을 짓거나 그림을 그림을 석서(席書), 빈자리로 사람이 앉지 아니하여 비어 있는 자리를 공석(空席), 자리를 함께하여 앉음을 합석(合席), 자리에 참여함을 참석(參席), 맨 윗자리로 시험 등에서 순위가 첫째인 상태를 수석(首席), 앉는 자리를 좌석(座席), 어떤 자리에 참석함을 출석(出席), 주가 되는 자리로 단체나 합의체의 통솔자를 주석(主席), 서서 타거나 구경하는 자리를 입석(立席), 회의하는 자리를 의석(議席), 자리에 앉음을 착석(着席), 손님의 자리를 객석(客席), 일이 진행되는 바로 그 자리를 즌석(卽席), 사사로이 만나는 자리를 사석(私席), 어떤 자리에 윗사람이나 상관을 받들거나 모셔 함께 참석하는 것을 배석(陪席), 수석의 다음 자리 또는 그 사람을 차석(次席), 병자가 앓아 누워 있는 자리를 병석(病席), 거적을 깔고 엎드려 벌 주기를 기다린다는 뜻으로 죄과에 대한 처분을 기다림을 일컫는 말을 석고대죄(席藁待罪), 자주 드나들어 방이 따뜻할 겨를이 없다는 뜻으로 자리나 주소를 자주 옮기거나 매우 바쁘게 돌아다님을 일컫는 말을 석불가난(席不暇暖), 앉은 그 자리에서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림을 일컫는 말을 석상휘호(席上揮毫), 자리에 편안히 앉지 못한다는 뜻으로 마음에 불안이나 근심 등이 있어 한자리에 오래 앉아 있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좌불안석(坐不安席), 공자의 자리는 따스할 겨를이 없다는 뜻으로 한군데 오래 머무르지 않고 왔다갔다함을 이르는 말을 공석불가난(孔席不暇暖), 묵자 집의 굴뚝엔 그을음이 낄 새가 없다는 뜻으로 여기저기 몹시 바쁘게 돌아다님을 일컫는 말을 공석묵돌(孔席墨突), 하늘을 장막으로 삼고 땅을 자리로 삼는다는 뜻으로 천지를 자기의 거처로 할 정도로 지기志氣가 웅대함을 이르는 말을 막천석지(幕天席地), 주인의 자리에는 예의 상 손이 앉지 않는 법이라는 말을 불탈주인석(不奪主人席), 사귐을 끊어서 자리를 같이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할석분좌(割席分坐), 바늘방석에 앉은 것처럼 몹시 불안함을 일컫는 말을 여좌침석(如坐針席), 이부자리 위에서 죽음을 뜻하여 제 수명에 죽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와석종신(臥席終身), 늘 길거리에 모여 있으면서 뜬 벌이를 하는 막벌이꾼을 일컫는 말을 장석친구(長席親舊), 걱정이 많아서 편안히 자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침불안석(寢不安席) 등에 쓰인다.
▶️ 卷(책 권)은 ❶형성문자로 捲(권)의 간자(簡字), 㢧(권)과는 통자(通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병부절(卩=㔾; 무릎마디, 무릎을 꿇은 모양)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龹(권; 두 손으로 자잘한 낟알 같은 것을 뭉치는 모양, 주먹을 쥐다)으로 이루어졌다. 사람이 몸을 구부리다, 물건을 말다, 만 것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卷자는 ‘책’이나 ‘두루마리’, ‘(돌돌)말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卷자는 모양이 크게 바뀌기는 했지만 㔾(병부 절)자와 釆(분별할 변)자, 廾(받들 공)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런데 금문에 나온 卷자를 보면 㔾자 위로 양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죽간(竹簡)을 손으로 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卷자의 본래 의미는 ‘말다’였다. 그러나 후에 말아놓은 죽간 자체를 뜻하게 되면서 ‘책’이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여기에 扌(손 수)자를 더한 捲(말 권)자가 ‘말다’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卷(권)은 ①책을 세는 단위 ②조선 종이를 셀 때의 단위로 1권은 20장임 ③같은 계통이나 종류의 서적을 두 권 이상으로 편찬하였을 때 그 차례를 나타내는 말 ④영화 필름 길이의 단위로 1권은 305m 등의 뜻으로 책, 공문서, 시험지, 두루마리, 주먹, 풀의 이름, 말다, 접다, 돌돌 감아싸다, 굽다, 굽히다, 끊어지다, 거두다, 단절하다, 정성스럽다, 친절하다, 아름답다, 곤룡포(衮龍袍)(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책의 맨 끝을 권말(卷末), 책의 수를 권수(卷數), 종이로 말아 놓은 담배를 권연(卷煙), 두루마리를 권자(卷子), 책의 권과 질을 권질(卷帙), 갑옷을 말아 둠이라는 뜻으로 전쟁을 그만 둠이라는 권갑(卷甲), 혀를 만다는 뜻으로 감탄하거나 경탄함을 권설(卷舌), 말아서 품음이라는 뜻으로 자기의 재능을 감추고 드러내지 않음이라는 권회(卷懷), 많은 책을 가지고 있음을 이르는 말을 옹서만권(擁書萬卷), 만 권의 책을 막힘없이 읽음을 독파만권(讀破萬卷), 썩 많은 책을 만권시서(萬卷詩書), 책을 펴 글을 읽으면 새로운 지식을 얻음을 개권유득(開卷有得), 혀가 꼬부라지고 불알이 오그라 진다는 뜻으로 병세가 몹시 위급함을 이르는 설권낭축(舌卷囊縮)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