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노래자랑
최 순 태
잔뜩 흐려진 날씨가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지려고 한다. 오늘은 전국 노래자랑 달서구편 녹화방송일이다. 오랜만에 우리 집 근처에서 열리는 공개녹화를 보기 위해 집을 나섰다. 평소에 음악을 좋아하고, 특히 전국노래자랑은 내가 제일 애창하는 프로그램이어서 한번쯤 현장에서 분위기를 느끼고 싶었다.
이제까지 40여년 이상 이 프로그램의 사회를 맏았던 송해 아저씨가 하늘나라로 떠난 뒤 새로운 진행자가 된 만능 연예인 k씨가 처음으로 사회를 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보고 싶었다. 녹화가 진행되는 두류공원 야외음악당에 도착하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각자 마련해 온 음식을 들면서 방송이 진행되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담당 프로듀서가 나타나 몇가지 당부의 말을 하였고, 사회자가 "전국"을 외치면 방청객들이 "노래자랑"을 연호하는 연습을 하렸다. 잠시 뒤 단정한 투피스 차림을 한 오늘의 진행자가 "나는 대구의 딸입니다. 고향에 와서 방송을 하니 감개무량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라고 하며, 큰 절을 하면서 특유의 재담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남녀노소가 운집한 야외음악당은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들었다.
내가 먼저 왔고 가족들은 나중에 오기로 되어 있었다. 야외음악당 무대 앞 관람석은 이미 다른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어서 뒤편 잔디밭에 자리잡고 출연자와 초대가수의 공연을 관람했다. 나중에 도착한 가족들로부터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는 전화가 왔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운집한 현장에서 가족들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잠시 소지품을 두고 이리저리 둘러보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문자 메시지가 와서 아내와 아들이 구경하는 장소를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앉았던 장소가 어딘지 도무지 발견되지 않았다. 그 자리에 가방을 두고 왔기 때문이다. 한참을 서성이다 간신히 가방을 발견하였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탓이었다.
녹화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당초 내가 걱정하였던 날씨는 오락가락 빗방울이 뿌리기는 하였으나 서늘하여 공연을 하는 사람이나, 관람자에게 더 없이 좋은 날씨였다. 사회자는 녹화시간 중 무대를 떠나지 않고 출연자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열정적으로 진행을 하였다. 때로는 출연자의 노래에 후렴구를 넣어 주기도 하고, 예전 개그 프로그램에서 본인이 한 유명한 대사를 들려주면서 혼신을 다하여 이끌어나갔다.
오늘 공연 관람자는 주로 사람들이었으나, 내가 앉은 자리 앞에 신사분이 데려온 반려견도 있었다. 사람들의 노래가 지겹고 재미가 없는지 반쯤 눈을 감은 강아지는 다리를 뻗고 다소곳히 주인 곁에 있었다. 공연이 오랜시간 동안 진행되어서 지루한지 나중에는 주인에게 집에 가자고 앙탈을 부렸다. 이 장면을 본 사람들은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까지 전국노래자랑을 이끌어온 송해 선생님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진행자가 "잘한다, 못한다. "라는 다양한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처음부터 예전 진행자를 대번 따라잡기는 어려울것이다. 첫술에 배 부르지는 않기 때문이다. 약 2시간 동안 녹화가 끝난 지금 흐뭇한 마음으로 집으로 향하였다. 나는 전국노래자랑이 왜 전 국민이 애청하는 프로그램인지 현장에서 직접 보니 확인할 수 있었다. 화창한 가을 날씨에 관람한 전국노래자랑은 추억이었다. 그리고 힐링의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이러한 공연을 보며 세상사에 찌들은 육신을 잠시라도 휴식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첫댓글 전국노래자랑이 빛을 잃을까 염려됩니다. 송해선생님으로 인해 빛났고, 앞으로 누가 맡든지간에 인기프로그램으로 영원히 계속되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