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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께 똥개
훈련시키는거여유?
진회장과 최사장이 아옹다옹 다투고 있을 때 오너로
드라이브를 날린 쁘리쌰는 난감해 있었다.
종래의 스크린처럼 공이 날아간 만큼 따라가던
화면이 착지점에 공이 떨어졌는데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어머머!
화면이 안
움직여요!”
쁘리쌰의 한마디에 진회장과 최사장의 입씨름은
중단되었다.
정지상태의 화면을 움직이려고 카터에 장착된
컨트롤박스를 조작해봤지만 헛수고였다.
입빠른 최사장이
말했다.
“흐미.
고장이여.”
“여기는 공을 삐딱하게 치면 안 되는
곳인가벼유.”
“그런 법이 어딨어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최사장은 진회장의 말에
일리 있다고 생각했다.
약간 슬라이스로 드라이브를 보냈지만 악성구가 아닌
자신의 스윙은 문제가 될 것은 아니고,
단지 진회장의 말처럼
악성구 때문에 화면이 안 움직인다면 그건 배장로가 범인이라 생각했다.
최사장이 배장로를 쳐다봤다.
배장로도 진회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자신의 악성구가
원인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최사장이 쳐다보자 얼른 눈길을 엉뚱한 곳으로 돌렸다.
도둑 제발에 저린 격이었다.
배장로가 어눌하게 말했다.
“이 기계는 오작동이 많은가
봅니다.
원래 세심한 사람은 탈이
많잖아요?
기계도
마찬가집니다.
정교할수록 에러가 많은
법이니까요.
하하하하.”
그리고어색하게 웃었다.
책임소재를 회피하려는 듯 배장로가 기계 탓하자
배장로의 속셈을 알아차린 제비가 웃으며 말했다.
“장로님 때문이 아니에요.
우리가 프로그램을 이해
못해 그런 거지 장로님하고 무슨 상관있겠어요?
허지만 정교하고 멋진 이
기계 탓하지는 마세요.”
배장로가 말했다.
“주인여자 불러야겠지요?”
쁘리쌰를 쳐다보며 감 잡은 제비가
말했다.
“그럴 필요없어요.
액셀을
밟아봐요.
쁘리쌰가 오너였고 공도
제일 잘 쳤으니 쁘리쌰가 카터를 조작해봐요.”
“저건 움직이는 카터가
아니잖아요?”
“시뮬레이션은 어디엔가 화면이
있어요.
분명히 저 카터와 스크린이
연동할거야.
그러니까 실제 운전하듯
조작해 봐요.”
쁘리쌰는 제비의 말이라면 깜빡 죽기 때문에
의혹이나 의문을 달지 않는다.
군소리 없이 쁘리쌰가
제비의 말대로 카터에 탑승해서 운전대를 잡았다.
쁘리쌰가 카터에 앉아 액셀러레이터를 밟자 제비의
예상대로 화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페달의 강약에 따라 마치
카터가 실제페어웨이를 달리는 것처럼 스크린의 페어웨이를 경쾌하게 질주했다.
핸들만 잡으면 종횡무진.
길이 있고 달릴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무조건
최대속력으로 달리는 제비의 카드라이브에 감염되어 있는 쁘리쌰에겐 일상이지만,
제한속도에서
1k도 오버하지 않는 최사장이나 진회장은 간이 콩알만
해졌다.
“어어어?
난폭운전이어유!”
“흐미.
딱지 석장은
끊어야겠소잉!”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만큼 화면이 입체적으로 다가와
휙휙 지나가자 최사장과 진회장은 함께 동승한 것처럼 소리쳤다.
두 사람과 달리 배장로는 어지러워 두 눈을 감으며
중얼거렸다.
“오!
주여!”
쁘리쌰가 세 사람을 돌아보며
말했다.
“어디 아파요?”
“차라리 아팠으면 좋겠당께요.
심장발작날라하는디.”
“걱정말아요.
이건
시뮬레이션이잖아요?”
“체감속도가 장난아니어유.
쇼크사
직전이어유.”
“뭔 남자들이 그래요?
그렇게 어지러우면 안경
벗어버리세요.”
그러나 쁘리쌰의 말에 3D스코프를 벗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실제골프장의 분위기를 입체화면으로 즐기고 싶은
마음이 우선했기 때문이다.
3D안경을 쓰면 답답할 것 같지만 전혀 골프하는데
지장을 주지 않았다.
마치 스포츠안경을 쓴 것
같이 시야가 더 또렷했다.
질풍처럼 달리던 화면이 멈춘 곳은 페어웨이 정
중앙 230야드 지점이었다.
쁘리쌰는 마치 실제골프장에서 라운드 하는 기분으로
세컨샷을 했고 그녀의 공은 가볍게 온 그린 했다.
쁘리쌰가 세컨샷을 마치자 최사장이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디 우리는 워쩐디야?”
최사장이 걱정했다.
최사장의 걱정은 카터가 한 대 뿐이고 일인용이어서
화면을 움직이려면 어떻게 하냐는 뜻이었다.
제비가 타박했다.
“걱정도 팔자야.
이 기계가 최사장 같은 줄
알아?”
“머씨라라고라?”
“머씨는?
인간과 금수의 차이가 뭔지
알아요?”
“흐미!”
주위의 어떤 사람도 최사장의 말주변을 당해내지
못한다.
허지만 이상하게 제비한테는
항상 깨지기만 하는 최사장이다.
몇 마디 엉겨 붙을 때도
있지만 제비 앞에서는 거의 탄식사만 연발할 뿐이다.
오늘도
그렇다.
최사장이 입맛을 쩝
다셨다.
제비가 혼잣말처럼
말했다.
지금 당장 말하긴 뭐하지만,
최사장이 이렇게 제비 에게
번번이 깨지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최사장의 비밀을 제비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왜?
떫소?”
“흐미.
안
떫소.”
“떫어 보이는데?”
“움메,
뿌리쌰 입장이 있지
제비사장한테 본인이 와 떫겄소?
안그라요?”
“저는 왜 끌고 들어가세요?”
“이무로웅께!”
제비가 두 사람의 말을
차단했다.
“그럼 됐네.”
“근디 우린 워쩌란 말인감유?”
별다르게 얻어먹은 건 없지만 제비는 진회장에게
항상 자상하다.
“오너가 카터를 몰면 그때부터 나머지 사람은
워킹하세요.
그러면 순서대로 자신의
세컨샷지점을 화면과 음성으로 알려 줄거요.”
“여기서 어떻게 걸어유?”
진회장이 난감해서 물었다.
SF영화주인공처럼 스크린
안으로는 걸어 들어 갈 수 없기 때문에 난감했던 것이다.
제비가 말했다.
“저,
천정의 센서는 걷지 않으면
타자를 감별하지 못하는 시스템이야.
이 시스템을
워킹트랙walkingtrack 이라고 하는데 움직이지 않으면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제 자리 걸음 하던가 벽까지 걸어갔다 왔다 하던가,
두 가지 중 선택해야 하는
거지.”
제비의 설명에 진회장이 진지하게
물었다.
“그러니께 이 시스템은 똥개 훈련시키는
거이네유?”
“하하하하.”
배장로가 갑자기 크게 웃었다.
진회장의 똥개라는 말에
배장로는 연습장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라 웃었던 것이다.
첫댓글 골푸장 에서 있었던 이야기 잘들었슴니다.
최사장의 비밀이 무엇일까 궁금해집니다.
차츰 알게될겁니다...ㅎ
어제 감사했습니다. 오늘 제 작은 성의로 보답할까합니다.
항상, 젠틀맨님과의 우정 변질안되기를 소망합니다.
오늘도 고운날 신나세요.
주인공 최사장이 번번히 낭패를 당하네요..
악동클럽 회장님
항상 당하긴 하지만 나중엔 심히 기쁜 날 있겠지요...ㅋ
고운밤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