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택 (9) 4년 반 만에 종합병원 면모 갖춘 ‘안양병원’으로 재탄생
(의원 협소해 많은 환자들 감당 안 돼 건설사 대표 소개로 병원 부지 매입
지하 1층 지상 3층 30병동 병원 건축 경기도 서남부 최초 종합병원 승격)
1972년 완공된 지하 1층 지상 3층의 안양병원 전경.
1960년대만 해도 안양은 행정 구역상 경기도 시흥군에 소속된 읍(邑) 정도의 낙후된 지역이었다.
몸이 아픈 주민들이 이용할 병원이 마땅치 않아 개원하자마자 많은 환자가 몰려들었다.
시민들은 우리 부부의 의술보다 환자들을 대하는 지극한 정성에 더 감동하게 된 모양이었다.
발 없는 소문이 천 리를 간다고, 안양의원의 친절한 의사 선생님을
만나기만 해도 병이 낫는 것 같다는 평판이 자자했다.
의원은 하루가 다르게 번창했고 그만큼 우리 부부는 24시간을 비상대기 상태로 긴장해야 했다.
안양의원을 개원하고 4년이 지난 1971년 어느 날,
평소 알고 지내던 건설회사 대표가 우리 부부를 찾아왔다.
좋은 곳을 보여주겠다며 우리를 어디론가 안내했다.
사방이 훤하게 트인 공터를 보여 주더니
“환자들은 늘어나고 지금 병원은 협소하니 이곳에 병원을 새로 지으시지요” 하는 것이었다.
남의 건물에 셋방살이하는 안양의원의 규모로는 밀려드는 환자들을 감당할 수 없어
그러잖아도 우리 부부는 이전을 고민하고 있던 참이었다.
건설사 대표가 보여 준 땅은 한눈에 보아도 제법 큰 병원을 짓기에 적합한 부지였다.
욕심은 났지만 당시 우리 형편으로는 무리여서 정중히 거절했다.
그랬더니 건설사 사장님은 예견이라도 한 듯 우선 땅값만 지급하고
건축비는 돈을 벌어서 천천히 갚으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고마운 배려에 힘입어 우선 부지를 매입했다.
그곳이 지금의 의료법인 안양샘병원 본원으로,
종합 클러스터를 이루고 있는 안양시 만안구 안양 5동 613-8번지의 땅이다.
병원 건축 공사는 1972년 진행해 지하 1층 지상 3층의 30병동을 갖추게 됐다.
안양의원으로 인술을 펴기 시작한 이후 4년 6개월 만에 비로소 병원다운 병원을 갖추게 됐다.
당시 안양 지역에는 10여개의 개인 의원은 있었지만 30병동을 갖춘 병원은 우리가 최초였다.
안양의원이 안양병원으로 명실공히 종합병원의 면모를 갖추고 재탄생한 날은 1972년 7월 1일이다.
경기도 서남부 지역 최초로 보건복지부가 허가해 준 종합병원으로 승격을 하게 됐다.
당시 안양병원은 내과 일반외과 소아과 산부인과로 구성됐다.
그런데 안양병원을 개원하던 그 날,
우리 병원에서 불과 1㎞ 떨어진 곳에 제법 큰 병원이 들어섰다.
규모보다 더 관심을 끈 건 원장부터 거의 모든 의료진이 서울대 의대 출신이란 사실이었다.
우리도 마음이 쓰였지만 환자들과 주위 분들이 더 걱정했다.
그러나 우리는 찾아오는 환자들을 지성으로 치료하고 돌보며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여리고 도상에서 강도를 만나 빈사 상태에 빠진 환우를 돕는 이야기를 들려주신
예수님의 사랑보다 더 큰 무기는 없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다수의 환자는 시설과 의료진이 좋은 이웃 병원보다 우리 병원을 즐겨 찾아왔다.
그래서 우리는 1년 만에 건축비를 다 갚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