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 화단에 적송 몇 그루가 서 있다.
우리나라 곳곳에 지천으로 있는 것이 소나무다.
그런데도 쓸만한 나무는 별로 없다.
예전에는 주로 땔감으로 많이 썼다.
아궁이에 불지피는 데는 모양새도 필요 없이 불만 잘 붙으면 된다.
겨울에는 나무가지가 얼어 청솔가지도 불이 잘 붙었다.
소나무에는 송진이 나와 일제때는 큰 소나무에서 송진을 채취해서 왜놈 비행기 연료로도 썼다고 한다.
밀양 표충사입구나 내원사 입구의 오래된 큰 소나무 밑둥을 보면 당시에 송진을 채취했던 흉터가 아직도 남아있다.
작년에 보니까 아파트 길가에 선 소나무가 잎이 발갛게 말라 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소나무 재선충에 감영됐구나 싶었다.
그런데 이번 봄에 화단 손질을 하면서 마른 가지만 잘라냈다.
우선 보기에는 나무가 살아있는 것 같아 보였다.
재선충은 소나무에 기생하는 작은 요충같은 기생충이다.
이것이 소나무의 수액이 흘러가는 관에 기생하면서 기하학적으로 번식하여
수액통로를 차단함으로써 나무가 말라죽게 하는 병이다.
오늘 아침에 보니 가지를 잘라낸 그 옆가지가 다시 말라들어가는 걸 보니 재선충임을 확신하게 됐다.
재선충은 1970년대 초에 건축재로 미국산 소나무를 수입하면서
소나무 원목에 따라 들어온 해충이다.
당시 일본에서는 원목선이 항구에 입항하면 훈증소독을 실시하였다.
그 바람에 선원들은 하루분의 여관비와 식비를 따로 받아 밖에서 쉬었다.
반면에 한국의 부산이나 인천에 입항하면 곧 바로 부두에 계류하여 하역작업을 했다.
공무원들의 소독의 필요성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당초부터 소독을 했더라면 지금까지 천문학적으로 들였던 비용이나 노력도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비단 재선충뿐만은 아니다.
토종 생태계를 파괴하는 블루킬이나 배스 같은 민물어류도 그렇고 황소개구리도 마찬가지다.
몸에 좋은 약도 부작용이 있는 법이다.
부작용은 생각하지 않고 좋은 쪽만 생각하고 실천하게 되면 반드시 그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다.
정책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더구나 백년대계란 교육은 하루 아침에 바꿔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