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나무 심기
- 임지은
아파트 화단에 인부들이 나무를 심는다
썩은 뿌리를 파내고 다 심은 후엔
호스로 콸콸 물을 준다
저 자리는 나무가 계속 죽는 자리인데
나무가 나 대신 죽고 있다
*
죽은 것을 심어 본 적 있다
뭐든 심으면 열매가 되어 열릴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죽은 것이 죽은 채 태어난다면
창문을 열기도 전에
유리로 된 미래는 깨질 것이다
*
바늘을 심어 소도둑이 된다
세 살을 심어 여든 살이 된다
얌전한 고양이는 심지어 부뚜막이 된다
나를 심었더니 내가 되었다
왜 다른 게 되진 않고?
아무것도 심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열리지 않을 것이다
*
저 자리는 나무가 계속 죽는 자리인데
오늘은 나무 대신 내가 죽었다
건널목을 건널 때 손을 번쩍 들면
차가 멈춰 선다고 믿는 아이처럼
손을 들었다
나를 건너려던 죽음이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밤은 뿌리 뽑힐 것이다
곧 아침을 발견한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ㅡ계간 《시와 사상》(2022,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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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를 넘으니 지난 세월이 그저 꿈만 같습니다
숱한 새해를 맞았으나 지난해보다 그렇게 달라진 새해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4년마다 의원을 바꾸고 5년마다 정권을 바꾸어도 사람살이는 늘 거기서 거기였습니다
시에 등장하는 아파화단을 여의도국회의사당으로 바꾸어 시를 읽어봅니다
꽤나 괜찮은 평가를 받던 이들이 거기 머무는 동안 사람자체가 달라졌습니다
나무가 계속 죽는 자리인데도 정례적으로 심기만 하는 인부는 누구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