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성, 가족 22-13, 한약 ② 원장님이 서울에
한층 비장한 마음으로 한의원 앞으로 다가간다.
혹시 다른 안내문이 붙었나 어제 들렀을 때, 여러 번 확인했고,
인터넷에서 정보도 살폈지만 마음에 가벼운 긴장이 일었다.
“여기 맞죠? 한의원. 쌤, 해 봐요. 한, 의, 원. 아니, 아니. 한의원 말고 한의원! 맞잖아요. 으이구.”
이보성 씨가 어렵지 않게 한의원을 찾는다.
며칠 만에 여기 오는 길은 도가 트겠다.
잘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게 되어 있어 이보성 씨가 방식을 따르도록 거든다.
미닫이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안녕하세요? 이보성, 이보성이요.”
얼른 접수부터 하려는 듯하다.
직원 한 분이 이보성 씨를 맞으며 안내한다.
한 발짝 뒤에 물러선 채로 함께 듣는다.
“지금 원장님이 없어서 바로 진료는 안 됩니다. 원장님이 서울에 가셨어요.
다음에 오셔야 할 것 같은데, 어쩌죠?”
이보성 씨가 재차 접수하려고 해서 슬쩍 끼어들어 설명한다.
“보성 씨, 오늘 진료가 안 된대요. 원장님이 계셔야 하는데 지금 서울에 가셨다네요.
다음에 다시 와야 할 것 같은데요?”
“뭐라고요? 다음에? 이거 큰일이네, 이거. 으이구.”
아쉬운 마음을 거침없이 토로하는 바람에 한의원에서 미안한 기색을 내보인다.
“다음 주 월요일에 오셔야 할 것 같은데…, 어쩌죠?
그때 오셔도 되고, 저희가 연락을 먼저 드리거나 할게요. 연락처 남겨 주실래요?”
화요일에 다시 오겠다고 말했지만, 마음 써 주시는 데 감사해 연락처도 하나 남겨 두었다.
한의원 응대에 마음이 풀렸는지 이보성 씨가 호탕하게 인사하고 돌아선다.
“쌤, 갈게요. 수고하세요. 수고!”
집으로 돌아와서 아버지에게 소식 전한다.
2022년 3월 11일 금요일, 정진호
“쌤, 갈게요.” 상황을 파악하고 하는 말에 놀랐습니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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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직원 한 분이 이보성 씨를 맞으며 안내한다.
한 발짝 뒤에 물러선 채로 함께 듣는다."
「마라톤 갑니다」를 읽으면서도 그랬어요. 돕는 직원이 입주자보다 한 발짝 뒤에 서 있을 때, 당사자가 그 과정에 주인이 됨을 느껴요. 한 발짝의 힘이 얼마나 큰지 이 일을 직접 해보니 더욱 아렉 됩니다. 선생님의 기록 보며 닮고 싶은 바를 따라 실천하고, 그 덕분에 깨닫는 바가 깊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