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옷 한 벌
정호순
한 생이 벗어 놓고 간
빈 옷 한 벌
저 속은 한때 어둠의 시간
땅의 맥박을 들으며 자라던
느린 심장이 있었지
맹렬히 두드리던
생의 북소리
울고 웃던
한 생의 노래
사랑도 눈물도
바람처럼 흘러가네
생의 굿판을 끝낸
빈 옷 한 벌
거친 나무에 매달려
비바람을 맞고 있네
한 생의 노래와 흔적
하늘로 흩어져
날아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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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노트
어느 해 깊어가는 가을, 등산을 하다가 매미 허물을 만났다. 거친 나무에 붙어 있는 반듯한 허물은 마치 한 생이 벗어놓고 간 ‘빈 옷 한 벌’처럼 보였다. 한때 땅속에서 오랜 시간을 견디며 자라, 여름 한철 맹렬하게 울어대던 생명이었다. 그러나 계절이 바뀌고 난 자리에는 주인을 잃은 빈 껍질 하나만 남아 있었다. 그 모습이 문득 한 사람이 생을 다 살아내고 벗어놓은 ‘빈 옷 한 벌’처럼 다가왔다.
삶의 굿판에는 기쁨과 슬픔, 만남과 이별, 사랑과 눈물이 모두 들어 있다. 그 모든 시간이 지나고 남은 것은 결국 빈 껍질 하나이지만, 그것은 단순한 죽음의 흔적이 아니라 치열하게 살아온 생명의 증거일 것이다. 매미 허물을 통해 인간의 삶과 죽음을 겹쳐 바라보았다. 죽음의 허무를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 생이 남긴 흔적과 삶의 존엄을 조용히 애도하고 싶었다.
첫댓글 ❤️💚🧡💛
즐감... 감사합니다
늘 건강 사랑 행복 가득하세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