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기계가 서로 단점 보완하는 맹자의 '絶長補短' 지멘스 공장선 '이기호발'로 데이터 블록5000만개 만들어
지난 4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제조업 전시회 '하노버 메세' 주제는 '산업 간 융합: 연결 그리고 협력(Integrated Industry: Connect & Collaborate)'이었다. 협력(Collaborate) 분야에서 기업들이 특히 강조하는 건 인간과 기계의 협업이었다. 기계나 로봇이 생산 시설의 한 부속품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인간과 함께, 같은 공간에서, 정보를 주고받으며 일하는 파트너가 되는 시대다. 새로운 이기호발(理氣互發)의 현장이다.
독일 기업 페스토(Festo)는 협동형 로봇인 코봇(Cobot)을 공개했다. 겉모습은 일반적인 공장 로봇 팔처럼 생겼지만 곳곳에 시각 센서를 부착, 함께 작업하는 사람의 키 높이와 동선을 살펴 스스로 높낮이를 조절한다.
함께 일하는 인간 근로자 안전을 최우선시하며 협력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인간 음성을 통한 작업 지시를 알아듣고 수행하는 협업도 수행한다. 또 센서가 부착된 장갑을 팔에 끼고 움직이면 작업용 로봇이 멀리서도 인간 움직임을 정확히 따라 작업을 수행한다.
인간과 협력하는 로봇(collaborative robots)이라 해서 코봇이란 이름이 붙었다. 공학자들뿐 아니라 생물학자와 물리학자까지 붙어 이 로봇을 만들었다고 한다. 독일 뮌헨공대 클라우스 벵글러 교수는 "허리를 구부려 부품을 집는 등 단순 반복 작업에 로봇을 투입하고, 섬세한 작업은 인간 작업자가 수행하면 효율성이 극대화된다"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 팩토리 구현에서 가장 앞선다는 지멘스(Siemens)의 암베르크(Amberg) 공장을 직접 방문했다. 이곳에선 현실의 스마트 공장과 가상의 디지털 공장을 일대일로 대응시킨 평행 모델을 구축하고,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현실의 데이터를 가상화하여 인공지능이 최적화한 프로세스를 통해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기호발'로 이뤄지는 디지털 트윈을 만든 결과 하루 5000만개 데이터 블록을 제조 공정 및 제품에서 취득한다. 관리·품질 측면에서 불량률이 0.001%까지 떨어졌으며, 고객이 주문한 제품을 24시간 이내에 공급할 수 있어 생산성은 1990년도 대비 13배 향상됐다고 한다.
여기서도 중요한 건 로봇과 인간의 협업이었다. 지멘스 디지털 엔터프라이즈팀 최유순 리더는 "공장 자동화율과 성과를 분석해보면 자동화율이 100%일 때가 아니라 75%일 때 다시 말해 인간 작업자와 로봇이 조화를 이룰 때 가장 높은 생산성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맹자(孟子)에 나오는 '절장보단(絶長補短)'이다. 인간과 기계가 각자 장점으로 단점을 보충(補充)해 주는 협업이 궁극의 경쟁력을 창출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