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구 황제의 친절 ♤
인간의 삶에는 다음 세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는 친절이다. 둘째도 친절이다. 그리고 셋째도 친절이다.
▶헨리 제임스 -
나는 지난 스무 해 동안 신문에 칼럼을 써 왔다.
일이 그렇다 보니 인간 본성의 어둡고 불상한 면들을 많이 다루게 되었고,
주로 그것들에 대한 글을 써 왔다. 그래서 그것이 이제 내 인생관에 큰
영항을 미치기 시작했다.
밤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나는 인간 본성에 대해 깊이 회의에
잠기게 되었다. 내가 이토록 자주 목격하고 글을 쓰게 되는 이 끝날 줄 모르는
잔인한 행위들에 대해 과연 어떻게 판단을 내릴지 의문이었다.
특히 최근에 내가 접하게 된 어던 특별한 사건 때문이기도 했다.
그 사건은 내가 지금까지 접한 것 중에 가장 나쁜 범죄에 속했다.
아름답고 총명한 눈을 가진 여섯 살의 소녕이 여름 내내 집안에서 학대를 받았다.
두들겨 맞고, 긂고, 밤새 어두운 옷장에 거꾸로 매달려 있기도 했다.
그 여름이 다가도록 소년의 생명은 그 옷장 속에서 점점 시들어 갔다.
그러나 아무도 그가 그곳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아무도 재갈 물린 입에서 새어나오는 신음소리를 듣지 못했다.
소년이 죽은 뒤 경찰이 비로소 소년에게 가해진 일을 밝혀냈다.
는 그를 죽인 사람들에 대해 몇 차례에 걸쳐 칼럼을 썼다.
이웃에게 잊혀진 힘 없는 아이들에 대한 수많은 사건들이 불합리한 법정 시스템
속에서 실종되어 간다. 나는 그 소년이 비록 죽었지만 정당한 재판을 해서
가해자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내가 쓴 칼럼 덕분에 많은 대중이 그 소년의 사건에 관심을 가졌지만,
소년의 형 코르넬리우스의 이야기는 그다지 많은 관심을 집중시키지 못햇다.
동생에게 가해진 일이 그 형에게도 동시에 가해졌다.
그런데 다행이 형은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코르넬리우스는 동생이 서서히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았지만,
살인자들을 막을 수가 없었다.
코르넬리우스의 용감한 증언은 법정에서 가해자들의 유죄를 입증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다.
재판이 끝날 무렵 코르넬리우스는 열 살이었다.
마르고, 거의 말이 없는 소년이었다.
어린 동생은 죽었고, 엄마와 엄마의 남자친구는 감옥에 갇힌 상테에서 소년은
다른 친척집에서 살고 있었다.
소년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책 읽기와 농구였다.
동생의 죽음에 대한 칼럼을 쓰면서 나는 코르넬리우스가 농구를 무척 좋아하는
소년이라는 사실을 밝힌 적이 있었다.
그러자 시카고 불스 농구팀의 감독이 그 글을 읽고 내 사무실에 메모를 남겼다.
시카고 불스 팀의 경기는 이미 표가 다 매진되었지만, 코르넬리우스가 경기장에
오고 싶다면 자리를 마련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흔괘히 그 제의를 받아들여 코르넬리우스를 경기장으로 데리고 갔다.
농구를 좋아하는 모든 청소년들에게 경기장은 신성한 사원이라할 수 있는 곳이다.
한때 코르넬리우스가 어디에 있었는가를 생각 해 보라.
그 아이는 옷장에 갇힌 채 학대받고 매를 맞았었다.
그런데 이제 이 웅장한 경기장에 와서 생애 최초로 시카고 불스 팀의 경기를
구경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경기장 관중석으로 가는 계단을 걸어내려가 복도 맨끝으로 갔다.
그러자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걸어왔다.
코르넬리우스는 고개를 쳐들고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
아이의 눈은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놀라움과 경이로움으로 가득 찼다.
코르넬리우스는 무엇인가를 말하려고 했다.
입술이 움직였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못했다.
아이는 말을 하려고 애를 썼다.
그때 그 남자가 아이를 돕기 위해 먼저 입을 열었다.
"안녕,코르넬리우스! 나는 마이클 조단이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단은 무릎을 꿇고 앉아 조용히 코르넬리우스와 얘기를 나눴다.
몇 마디 농담도 하고, 농구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를 드려 주었지만,
마이클 조단은 결코 서둘지 않았다.이것을 이해해야만 한다.
아주 오랫동안 코르넬리우스가 접촉한 어른들은 모두 그를 학대하고 상처를 입힌
어른들뿐이었다. 그런데 이제 자신이 동경하던 마이클 조단이 말하고 있었다.
코르넬리우스에게는 시카고 불스 팀의 볼보이들이 입는 것과 똑같은 붉은색
셔츠가 주어졌다. 코르넬리우스는 양쪽 팀이 몸을 푸는 동안 다른 볼보이들과
함께 볼을 주워다 즈는 일을 했다.
그런 다음 경기가 시작될 즈음에, 코르넬리우스는 시카고 불스팀의 벤치로 가서
마이클 조단 옆에 앉을 수가 있었다.
조단이 선수 교체를 해서 벤치로 돌아와 휴식할 때는 코르넬리우스는 그와 함께
앉아 있었다. 그리고 조단이 다시 경기장으로 돌아가면 조단의 자리를 지키며
앉아 있었다.경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 마이클 조단이 패스를 받아 공중을 날아서는
멋진 덩크 슛을 성공시켰다.
그리고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그곳에 코르넬리우스가 기쁨의 함성을 지르며 앉아
있었다.
나는 코르넬리우스에게 그토록 친절하게 해준 것에 대해 마이클 조단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었다.
마이클 조단은 신문을 통해 코르넬리우스에 대해 알고 있었고,
마침 소년이 불스 팀이 제공한 티켓으로 경기를 구경하러 온다는 말을 듣고 이
모든 일을 자칭한 것이다.
경기가 끝난 뒤, 마지막 신문기자도 떠나고, 나는 탈의실로 들어갔다.
마이클 조단은 운동복이 든 가방을 어깨에 울러메고 막 집으로 가려던 참이었다.
탈의실을 나서기 위해 문 쪽으로 걸어오다가 그는 나를 보고는 걸음을 멈추었다.
내가 말했다.
"오늘 당신이 해준 일에 대해 코르넬리우스가 널마나 고마워하고 있는지 말해
주려고 들렀소."
한 순간 나는 이 사람이 고맙다는 말을 그렇게 자주 듣지 않은것 같다는
이상하고 거부할 수 없는 인상을 받았다.
아니면 적어도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끝없이 줄을 지어 그에게 밀려와 이것 저것
을 부탁하기 때문에 그는 자신 앞에 밀려와서 사인을 부탁하거나 잠시 시간을
내달라고 요구하는 수많은 얼굴들에 익숙해 있기 대문에, 내가 코르넬리우스에
대해 감사의 말을 하는 것은 반드시 또다른 어떤 부탁을 하기 위한 전초전이라고
믿고 있는 듯한 자세였다.
내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마이클 조단이 말했다.
"단지 그 말을 하기 위해 이곳에 내려온 겁니까?"
내가 말했다.
"그렇게 묻는 걸 보니, 아마도 당신은 자신이 오늘 코르넬리우스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가져다 주었는지 모르는 것 같군요."
그가 말했다.
"아닙니다. 나는 당신이 단지 감사하다는 말을 하기 위해 이곳까지 내려온 것에
놀랐을 뿐입니다."
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만일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난 어머니에게 매를 맞았을 거요.
어머니는 나를 제대로 된 인간으로 키우려고 애를 쓰셨으니까요."
그역시 미소를 지었다.
"우리 어머니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악수를 나누었다.
내가 돌아서는데 그가 등 뒤에서 말했다.
"경기장에는 자주 오십니까?"
내가 말했다.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러자 그가 말햇다.
"그럼 꼭 다시 한 번 나오세요."
▶보브 그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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