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의 넓이
- 이문재
해가 뜨면
나무가 자기 그늘로
서쪽 끝에서 동쪽 끝으로
종일 반원을 그리듯이
혼자도 자기 넓이를 가늠하곤 한다
해 질 무렵이면 나무가 제 그늘을
낮게 깔려오는 어둠의 맨 앞에 갖다놓듯이
그리하여 밤새 어둠과 하나가 되듯이
우리 혼자도 서편 하늘이 붉어질 때면
누군가의 안쪽으로 스며들고 싶어한다
너무 어두우면 어둠이 집을 찾지 못할까 싶어
밤새도록 외등을 켜놓기도 한다
어떤 날은 어둠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유리창을 열고 달빛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그러다가 혼자는 자기 영토를 벗어나기도 한다
혼자가 혼자를 잃어버린 가설무대 같은 밤이 지나면
우리 혼자는 밖으로 나가 어둠의 가장자리에서
제 그림자를 찾아오는 키 큰 나무를 바라보곤 한다
ㅡ 시집『혼자의 넓이』(창작과비평사,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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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인류가 더 많은 동식물과 어울려 얽힌채로 살아간다고 해도
모든 존재는 결국 혼자입니다
혼자만의 넓이를 가늠하면서 누군가의 안쪽으로 스며들고 싶어합니다
빛깔로 냄새로 생김새로 존재감을 키우지만
기러다가 자기 영토를 벗어나게 되면 더 심한 외로움을 앓게 됩니다
가설무대 밖에서 혼자는 혼자를 잃는 수도 생길 수 있습니다
어둠은 가장자리조차 어두어서 제 그림자도 없습니다^*^
첫댓글 혼자의 힘으로 길을 개척해 가는 것!
두려워하거나 슬퍼할 일이 아니기에 내가 혼자라는 걸 자각하므로 인간의 고독을 이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타인에게 우애를 나누고 홀로인 사람끼리 이렇게 지구별에서 잠시 동행하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