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끈한 유대감
며칠 찜통더위가 내습하더니 장마로 이어졌다.
가랑비 속에 복달임으로 초대받은 자리에 앉았다.
막다른 골목이라 단골 예약자만 찾는 맛집이었다.
12년 된 황칠나무 진을 확인하고 육수를 끓인 곳이었다.
정직한 음식 문화를 주도하려는 자부심이 보였다.
벽에 걸린 인물화가 눈에 띄었다.
사장님의 걸작이었다.
‘타고난 재능이었지만 밥벌이 못한다고 꿈을 접고 살았어요.’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는 속담이 맞았다.
국전 입선 작가라고 그 아내가 귀띔해 줬다.
개인 화실까지 두고 작품을 그렸다.
끓여 낸 뚝배기 앞에 대접한 자 축복하고 나눴다.
맛도 만남도 좋았다.
국자는 국 맛을 몰랐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나눌 이야기가 길었다.
‘목사님, 이대로 가서 자면 소원 없겠네요.’
습한 삶의 현장으로 갔다.
금세 엉겨 붙은 외로움에 어머니를 찾았다.
가는 길,
감기 몸살로 밥맛 잃은 정 권사님 문고리에 야채 죽을 걸었다.
‘권사님! 때아닌 목감기로 고생 많으시네요.
별미 죽 따뜻할 때 드시고 기운 차리세요. 기도할게요.’
비가 바람을 만나 비바람을 낳았다.
한 자락 쥐고 무지개를 그렸다.
가족을 데려온 또래 여인이 헤매고 다녔다.
딸의 꾸중에도 아랑곳없이 결국 ‘여기 있다!’고 외쳤다.
난 ‘오늘 밤 꿈에 오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보이지 않은 그물에 걸었다.
하하하~ 늘 웃기에 하늘인 것처럼 웃음꽃을 피우고 싶었다.
걱센 개망초 하는 말을 들었다.
사소한 것에 연연하지 말라.
단순하라.
작은 것들의 아름다움을 존중하라.
그 밤, 빗물 같은 울음과 어머니 집에서 잤지만 꿈도 못 꿨다.
어머니 예약 진료 문자였다.
10년간 병원 모시고 다닌 일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여순 사건 조사관 전화에 심기 불편함을 털어 냈다.
그래도‘여간 좋은 날’ 모임에 갔다.
주저 없이 달려가 손잡아 주며 누군가에게 필요한 만남이고 싶었다.
깔끔하고 넓었다.
슴슴한 맛 전복 비빔밥을 난생처음 삼켰다.
살다가 몸 짱으로 찍혀 자랑거리 삼을 분을 찾았다.
오미당 기정 떡, 긴 우산, 독일산 꿀 받고 인사를 남겼다.
‘별것 아닌 자 초대 감사합니다.
그리움만 들고 갔습니다.
목사님은 정말 마음이 따뜻하고 좋은 사람입니다.
벌꿀 잘 먹고 있네요.’
도중에 중흥 도서관 바깥 통로 의자에 앉았다.
통 바람이 불었다.
벽돌 책으로 꺼내간 ‘하이델베르크 교리 문답, 삶을 읽다’ 펼쳤다.
재미없는 글, 상당한 분량을 봤다.
이튿날, 농어촌 선교회 총회에 음성까지 올라갔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흰돌교회였다.
영적 따뜻함을 느끼는 아버지 품이었다.
정한 때 드린 예배 은혜가 넘쳤다.
‘내 평생에 가는 길’ 열네 분 사모 특송은 월드 비전 소녀 합창단 같았다.
총회장님 짧은 설교는 위로와 격려였다.
‘바울처럼 사십에 하나 감한 매, 다섯 번이나 안 죽고 맞아야 하나?
다니엘의 세 친구처럼 꼭 그렇게 풀무 불에 들어가야 하나?
한 어린아이처럼 빈 들에서 도시락을 내놓아야 하나?
농선회 목사님들 목양교회 건축하며 탈진해 링거 맞고 일해야 하나?
어리석은 자 같지만 목숨을 못 박아도 좋을 만큼 행복 자였다.
하나님께서 없는 것들 택하여 쓰심에 감사드리자.
끝날 손잡아 주시며 충성된 종아!
너를 통해 영광 받았다 칭찬할 것이다.
기쁨의 복된 자리 빛내며 벗어나지 않길 바란다.’
회의는 짧고 감동은 깊었다.
사업 시행이 투명한 탓이었다.
긴 세월에 끈끈한 유대감이 보였다.
회개 보고의 감동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목양교회 건축비 5천만 원 지원한 목사님이 십자가 비용을 또 냈다.
어려운 농촌교회에서 냉난방을 설치해 줘 놀랐다.
과부 사정은 과부가 안다.
지난달 농어촌 미 자립교회 11곳 순방에 숙식 제공받지 않았다.
임원들 자비량으로 섬겼다.
‘예수 그리스도의 청빈 정신을 회복하여 삶에 구현한다.’
농어촌 선교회 설립 취지대로 목회자 수련회,
자녀 장학금, 농어촌교회 건축비, 미 자립교회 지원..
성실하게 일궈 나갔다.
점심시간! 풍성한 먹거리에 허리띠를 풀었다.
식판 들고 미소 머금게 한 장소였다.
식후에 과일 빵, 복숭아, 옥수수, 거마비는 또 뭔가?
여기 없는 꽃을 피워냈다.
장마를 비집고 나온 햇살에 톡을 보냈다.
‘이 목사님! 좋은 아침입니다.
음성 듣는 곳, 정감 흐르고 포근한 사랑 가슴에 담고 왔네요.
예배와 회의, 섬김의 현장, 감동과 눈물이었네요.
추억 되새기며 늘 꺼내 보고 싶네요.
광주 도착하여 진도 최 목사님 저녁 대접해 보내려고 맛집 들어갔어요.
파장이라 그냥 헤어졌네요.
목사님 주신 하얀 손 다시 얹어 드리면서요.
문지방 밟을 때 목사님 안부 전화에 또 감동..
그림자만 봐도 좋은 사람이라는 사랑에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네요.
목사님은 누굴 닮아 그렇게 큰 몸집으로 다정다감하고 따뜻한가요.
난 실제 도움도 드리지 못하는데요.
암튼 목사님은 차카고 조은 사아람입니다.
시 한 편 선물합니다.
좋은 사람 –김성호-
‘사진을 볼 때 시가 보이면/ 그 사진은 좋은 사진이다/
시를 읽을 때 그림이 보이면/ 그 시는 좋은 시다/
꽃을 볼 때 향기가 나면/ 그 꽃은 아름다운 꽃이다/
사람을 만났을 때/ 시가 보이고 그림이 보이고/
마르지 않는 향기가 나면/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목사님!
귀한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보내주신 따뜻한 글,
한 자도 빼지 않고 되돌려 드리면 딱 맞는 답장되겠다는 생각입니다.
가장 귀한 분의 사랑을 먹고 사는 저는 분명 행복한 목사예요.
제 옆에 계셔서 고맙습니다.
든든합니다. 강건하시고 행복하소서.’
2024. 7. 20 서당골 생명샘 발행인 광주신광교회 이상래 목사 010 4793 0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