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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 각본 + 감독: 장 윤 현 / 주연: 전 도 현 + 한 석 규
음악: 최 만 식 + 조 영 욱 / 106분
아예'컴 맹'이거나 아니면 정반대의 '컴 도사' 라면 모를까?
대충 어느 정도 까지만 컴퓨터를 아는 (보통) 사람들은
사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한국의 IT 기술을 따라가기가
어떤 때는 숨이 찰 지경이다.
그만큼 한국의 컴퓨터 관련분야의 발달은 눈이 부실 지경이고, 덩달아,
관련 IT기술은 자랑스럽게도 세계 최고 수준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사실, 희망이 별로 없던 이 약소국가에서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유니텔’, ‘하이텔’등, ‘텔(Tel)’자가 들어가던 인기 사이트들을 통해
PC 통신이라는 것을 처음하면서 신기 해 하던 때가, 불과 10 여년도
되지 않았는데, 느낌상으로는 벌써 몇 십 년 은 지나간 듯하다.
이건 그만큼 IT의 주위 환경이 너무나 빨리 빨리 변한다는 얘기이고,
또 IT관련 기기들의 유행주기도 그만큼 점점 짧아진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그렇게 인기였던 PC 통신에서 인터넷 채팅이나 이메일 등으로
컴퓨터 문화의 유행이 바뀐 것이 4-5년 정도 걸렸다면,
인스턴트 메신저 등으로 바뀐 것은 2-3년에 불과하고
이제는 이-메일도 메신저도 또 다시 구닥다리로 변해가고 있다.
그리고 최근의 1-2년 사이에 유행하고 있는 휴대 전화, 특히 스마트 폰의
‘C. 톡‘등을 포함한 문자 메시지의 교류형태도 또 앞으로 언제 어떻게
새로운 유행으로 진보해 나갈지 그 누구도 앞날을 모르는 것이다.
우리나라 인구의 몇 배의 회원 수를 자랑한다는 엄청나게 인기인 ‘D-카페’도,
한때는 ‘C- 월드’에 그리고 각 포털 사이트의 개인 홈페이지나 블로그 등에
손님들을 뺏기는 시절이 있었고, 또 그 ‘C- 월드’의 ‘싸이질’을 안하면 문화인이
아닌 것 같았던 그 풍조도 곧 무엇인가에 의해 또 다시 변화가 이루어 질 것이다.
(한국인들의 조급한 빨리 빨리 성격들이 이런 초고속의 컴퓨터 환경 변화를
만든 걸로 분석된다는데, 여하튼 미국도 일본도 유럽도 현재, 매우 부러워하는
일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어쨌든 아무도 모르는 이 IT 세계의 미래 진로!
그래서 수많은 장소의 수많은 (인간) 섬들을 이어주던 PC 통신은
이제는 아련한 ‘구시대 초창기 컴퓨터’의 추억으로만 남아있는 것이다.
1990년대 중반의 대한민국.
도시에서부터 컴퓨터의 붐이 서서히 일기 시작하였고,
지금의 것과 비교하면 영 시원치 않았던 당시의 저성능 모뎀(Modem)으로
연결이 되던 PC 통신이라는 것이 유행을 하기 시작 하였다.
힘겹게 연애편지를 한통 써놓고서, 한참이나 걸려서야 마치 던지듯이
앞에서 전해주곤 하던 ‘전달의 석기시대’가 물러가고,
바야흐로 모니터 앞에서 한 줄 한 줄 오고가는 문장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쉽게 전 할 수 있는 사이버 시대가 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열린 것이었다.
그래서 자식들의 성화에 못 이겨 컴퓨터를 사줄 수밖에 없었던
나이든 부모 세대들에게도 이젠 컴퓨터를 무시 할 수가 없는 시대로
접어들었으니 그 어찌 많은 사연이 없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드디어 1997년에 이런 시대를 리드하던 영화까지도 등장을 하게 되었고,
또 시의적절한 그 주제로 인하여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으며, 그 덕분에 한 동안
침체되어 있던 당시 한국 영화산업에 무척이나 새로운 활력을 불러 넣어 주었다.
방송국에서 일하는 동 현(한 석규)은 옛사랑을 잊지 못하고 있었고,
한편, 홈 쇼핑업체에서 일하는 수 현(전 도연)은
친구의 약혼자를 짝사랑하는 그런 남남 사이다.
둘 다 이렇게 젊음의 가슴앓이를 하는 가운데, 남남 사이인 그들을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는 PC 통신.
처음에는 상대방을 착각하는 오해에서 시작이 되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차츰 얼굴을 모르는 서로에게 끌리게 되고,
“당신을 본적은 없지만,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다 알 것 같았는데,
그걸 느끼질 못하고 가는군요....“ 라는 사연 까지 전하게 된다. (아래 동영상)
그리고 극장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얼굴을 모르는 서로를 향해 가는데...
위의 사진같이 극중에서 몇 번씩이나 옆으로 스쳐지나 가면서도 서로를 인식하지
못하는 설정으로 관객들을 안타깝게 만든 이 영화가 한 때는 일본의 작품을
표절 하였다고 해서 시끄러웠던 적도 있었으나, 그러나 이 영화는
한국 영화계에 엘리트적인 새로운 트랜드를 창조, 등장시켰고,
또 한국 영화계에 영화음악을 부흥시킨 특별한 작품으로 오랫동안 기록에
남을 기념비적인 영화이다.
우선 이 영화는 한국 영화에는 한국 노래만 들어가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1969년의 이지라이더(Easy Rider)이후, 세계적인 추세가 되어있던
삽입곡(Non Original Music) 영화 음악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적용한
최초의 한국 영화인 셈이다. 그리고 최근에 유행하는 팝송뿐만 아니라
몇 십 년 전의 올드 팝송을 포함하여, 상당히 다양하게 삽입곡을 선곡하여
활용을 하므로서, 기대이상의 성공을 거두었는데, 이 훌륭한 선곡역시,
이 영화의 중요한 성공요인중의 하나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아직까지도 우리나라는 이렇게 영화의 삽입곡을 전문으로 선곡하는
뮤직 수퍼바이저(Music Supervisor)라는 직업 자체도 없다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아도, 누가 선곡을 했는지,
흑인 여자가수 새라 본(Sarah Vaughan. 1924-1990, 미국)의 올드 팝송,
‘연인들의 협주곡(A Lover's Concerto)’을
이 영화에 사용한 것은 참으로 절묘한 선택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된다.
How gentle is the rain
That falls softly on the meadow
Birds high up in the trees
Serenade the flowers with their melodies
Oh, see there beyond the hill
The bright colours of the rainbow
Some magic from above
Made this day for us just to fall in love
Now I belong to you
From this day until forever
Just love me tenderly
And I'll give to you every part of me
Oh, don't ever make me cry
Through long lonely nights without love
Be always true to me
Keep this day in your heart eternally
엘라 피츠제럴드(Ella Jane Fitzgerald. 1917-1996)와
빌리 할리데이(Billy Holiday. 1915-1959) 와 함께
흑인 여성 가수 트로이카로 20세기 중반의 미국 재즈계를 이끌어 나가던
새라 본(Sarah Vaughan. 1924-1990, 미국).
[ 니나 시몬(시몽/ Nina Simone. 1933-2003)은 새 까만 후배 이다)
언제나 정통 재즈를 고집하던 그녀가 1950년대 말에 이곡을 녹음한 것은
어떻게 보면 일종의 외도 였었다고 직접 말은 하였지만, 그러나 이곡으로 인해서
그녀는 삼인방 중에서도 팝(Pop)적인 인기를 가장 많이 얻었고
또 이곡은 우리나라에서도 1960년대, 내내 큰 히트를 하였다.
원곡(모티브)이 ‘바흐(Bach)의 메뉴엣(Menuet)’[두 번째 부인이었던,
안나 막달레나 바흐를 위한 음악 수첩 중에서 협주곡 메뉴엣] 이었기에,
비록 락 적인 감각의 편곡이라 해도 아마 (그녀는) 부끄러움 없이 이곡을
불렀다고 하는데, 한동안 우리들에게 잊혀져있었던 이곡은 이 영화를 통해서
다시 한 번, 몇 십 년 만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시아권 전체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 일으켰었다.
[이후에 이곡은 ‘친니 친니’라는 영화의 삽입곡으로도 다시 사용이 되었는데,
진 혜림(Kelly Chen- '냉정과 열정사이. 2001' 에도 출연)이라는 유명한 홍콩 출신의
배우겸 가수가 포크스타일로 잔잔하게 부른 버전도 상당히 듣기에 편하다](위에 음악)
그래서 선곡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발굴이라고 표현을 해야 맞을 정도인
이 새라 본의 ‘연인들의 협주곡(A Lover's Concerto)’ 외에도
반드시 언급을 해야 할 또 한곡의 명 삽입곡은
새라 본의 노래와는 정반대의 돌연변이 적이고 전위적인 분위기를 지닌
뉴욕 출신의 락 밴드, 벨벳 언더그라운드(Velvet Underground) 의
‘푸르고 창백한 눈(Pale Blue Eyes)’ 이다.
솔로가수로도 유명하였던 루 리드(Lou Leed. 1942.뉴욕)가 주동이 되어
1964년부터 활동을 하였던 이 밴드가 1969년에 발표를 한곡으로서
역시 리더였던 루 리드가 작곡 작사(노래 포함)를 하였다.
외국 영화계에서 이 곡은 2008년도 ‘어거스트(August)‘나 2009년도의
’어드벤처 랜드(Adventureland)‘등에 뒤 늦게 삽입곡으로 사용이 된 걸로
봐서, 이 작품에서 1997년에 이곡을 사용한 것은 참 대단한 선곡의 눈이다.
또한, 007 영화, ‘카지노 로열(1967)’의 주제곡으로 유명하였고,
'인 더 컷(In The Cut. 2003)'같은 영화들의 삽입곡들로 사용이 많이 되었었던
‘더 룩 오브 러브(The Look of Love)’ 같은
이지 리스닝 음악으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함께 연출한 점 역시 참으로 대단하다.
한국 영화계에 엘리트적인 새로운 트랜드를 만들어 내며 성공을 한
명 필름(1995년 설립)의 제작자 시스템의 최초의 대박 히트작품으로서,
이 영화의 성공은 1990년대 후반의 한국 영화계 전체가 한 단계 더욱 발전을
하는 계기가 되었고, 또 이 영화의 삽입곡 영화 음악의 대 성공 이후,
‘쉬리 (1999)'를 비롯한 수많은 한국 영화에는 팝송이 적어도 한 곡씩은
들어가는 그런 유행도 시작이 되었지만, 역시 그런 동기를 제공한 이 영화의
음악 관계자들에게도 큰 칭찬과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폴라로이드’ 카메라라는 당시의 인기제품을 소품으로
사용한 것도 그렇지만, 그러나 역시 ‘PC 통신‘이라는 당시의 유행의 아이콘을
참으로 잘 활용한 줄거리와 함께 (당시로서는 신인이었던) 출연 배우들의
신선한 연기, 그리고 감성을 자극하는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들이 모두 다
잘 어우러지면서, 한국 영화사에 이정표적인 명작으로 기록될만한 작품이
탄생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물론 아이디어라는 것이 영화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깨닫게 해 주는 영화로 우리들에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 OST 앨범 수록곡 리스트:
01 PROLOGUE
02 사랑의 송가
03 수현 의 독백
04 THE LOOK OF LOVE (본문에 음악)
05 거리에서
06 해피엔드 &여인2
07 폴라로이드
08 WITH A GIRL LIKE YOU
09 운명의 반전
10 PALE BLUE EYES (Velvet Underground)(본문에 음악)
11 YESTERDAY IS HERE
12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에게 - 손지예, 방대식
13 방황(TAKE 1)
14 수현 의 전화
15 A LOVER'S CONCERTO (본문에 음악)
16 JOHANN SEBASTIAN BACH(1685-1750)
17 방황(TAKE 2)
18 TITLE
* 후기 추가 원고: 명필름, 심 재명 대표의 언론 인터뷰 내용:
'명기획' 3년 만에 그는 95년 '명필름'을 세웠다. 그 전해엔 이은 감독과 결혼도 했다.
심재명은 이른바 '충무로 세대'의 마지막 주자였으나 이은 감독은 '오! 꿈의 나라
(1989)'로 대표되는 영화운동가 출신이다. 대학가에서 영화운동을 하던 남자와
충무로에서 영화 마케팅을 개척하던 여자의 결혼은 명필름 첫 작품 '코르셋(1996)'에
이어 내놓은 '접속(1997)'에서 엄청난 화학반응을 일으켰다.
'접속'은 '오! 꿈의 나라'를 공동 연출한 장윤현 감독이 PC통신 세대의 사랑을
영상 언어로 풀어낸 작품이었다. 제작자도, 감독도, 이 영화로 데뷔한 배우 전도연도
모두 새로운 얼굴이었는데 말 그대로 '대박'이 터졌다.
당시 '접속'은 피카디리극장에서 개봉했다. 건너편 단성사에서는 '노는 계집 창(娼)'이,
서울극장에서는 '마리아와 여인숙'이 개봉됐다. 명필름 영화는 영화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달랐다. 이 영화가 서울에서만 68만 명을 동원했다.
전산 집계가 없던 시절이지만 전국 500만명 가량이 관람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영화는 충무로에 신인류가 등장한 사실을 선언하는 상징적 작품이 됐다.
―한국 영화계를 현재 시스템으로 도약시킨 '영화 엘리트'의 출현이라고 봐도 됩니까?
"'접속'은 말 그대로 '웰메이드 영화'였어요. 조명, 촬영, 음향, 미술까지 혁신적이었죠.
그리고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충무로 출신이 아닌 성분이 다른 사람들이었어요.
그들을 영화 엘리트라고 부를 수도 있겠죠. 그 사람들과 충무로 마지막 세대인 제가
만나서 그간의 한국 영화와 결이 다른 작품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어요.
정말 놀라운 시절이었어요. 이후, 96년에 김기덕 감독이 '악어'를 들고 나왔고,
홍상수 감독이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내놓았죠.
98년엔 허진호 감독이 '8월의 크리스마스'를 개봉했어요.
젊은 영화 세대가 폭발하듯이 나타난 시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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