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피리아 시티 외곽을 포근하게 둘러싼 아름다운 숲. 이 숲은 제피리아 시민들이 스스로도 자부심을 느낄만큼 아름다운 숲이었다. 이 숲과 도시의 경계면에 바로 리나의 저택이 자리하고 있었다.
화창한 오전.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과 따뜻하게 내리쬐는 아침 햇살로 인해 나뭇잎들이 흔들거리며 반짝거렸다.
아름다운 가로수 길을 말을 탄 채 거니는 두 여성이 있었다.
"네가 우리집에서 머물게 되어서 정말 기뻐. 지내는 동안 맘껏 즐기다 가. 승마를 배워 본적이 있니?"
"어렸을 때 아버지와 자주 말을 타곤 했었어요. 제피리아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에요. 이곳을 사랑하게 될것같은 기분이 들어요."
"네가 여기가 좋다고 하니 나도 기분이 좋아."
그때 갑자기 커다란 총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죠?"
총소리에 깜짝 놀란 아멜리아가 리나에게 물었다.
리나는 갑자기 두통이 났는지 지끈거리는 이마를 손으로 누르며 대꾸했다.
"제로스야. 내 '사랑스러운' 조카."
그러고선 말을 재촉하며 빨리 달리기 시작했다. 어리둥절해 있던 아멜리아도 리나의 뒤를 따라 속력을 냈다.
총소리의 진원지로 도착한 두사람 앞에 예상대로 제로스가 있었다.
"제로스!!!"
하늘로 날아오르는 목표물을 명중시키던 사격을 하고 있던 제로스는 리나가 부르는 소리에 거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러나 다시 얼굴 표정을 평소 모습대로 하고는 몸을 돌렸다.
"만나게 되서 기뻐요. 리나이모.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그리고는 정말로 반가운듯 팔을 벌리고 말에 내려서 자기에게 다가오는 리나를 맞이했다.
"나도 정말 기쁘단다 제로스"
리나도 제로스처럼 똑같이 미소를 지은체 달려가서는 포옹을 하려는듯 손에 목을 감더니 갑자기 제로스의 목을 십자조르기로 세게 조르기 시작했다.
"으윽;;;;; 이런 이모님 팔힘은 여전하시군요."
"요근래 헬스클럽에 다니기 시작했거든? 이 말썽꾸러기 녀석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라니요. 조카가 이모 보는게 무슨 잘못된일인가요?"
"이녀석!!! 아무튼 아멜리아는 알고 있으니까 상관없지만 다른사람들 앞에선 이모라고 하지마!! 나한테 너만한 조카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 내가 나이가 들어보이잖아."
"알았으니 그만 이 팔좀 푸세요. 손님 앞에서 무슨 짓이에요?"
리나가 팔을 풀자 제로스는 말을 탄 채 두사람의 행동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아멜리아에게로 다가갔다.
"제가 말에서 내리는걸 도와드리죠."
제로스가 아멜리아를 올려다보며 손을 내밀었다.
그녀의 새카만 머리칼은 햇살을 받아 반짝거렸고 순수함으로 가득찬 진청색의 커다란 두 눈은 빛이났다. 자신을 향해 스스럼없이 손을 내미는 제로스를 약간 의아하게 바라보던 자그마한 몸집이 소녀는 작은 손을 내밀어 제로스의 손을 잡았다.
제로스는 말에서 내리는 아멜리아의 허리를 잡아 지면에 안전하게 발이 닿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두사람을 모습을 지켜보던 리나는 아멜리아에게 말했다.
"아멜리아. 내가 아까 말했던 내 조카 제로스야. 제로스? 이 애는 아멜리아야. 얘기는 들어서 잘 알고있겠지?"
"물론 잘 알고있으니 염려마세요. 그런데 손님이 왔는데 아이스티라도 대접해야 하는게 아닌가요?"
순간적으로 욱 하고 올라오는것을 간신히 누른 리나는 제로스에게 훈계하듯이 말했다.
"내가 준비하러 갈 동안 여기서 조용히 지내야 한다."
리나가 돌아가자 제로스는 아멜리아의 손을 끌고 어디론가로 향했다. 제로스가 이끄는 대로 엉거주춤하게 쫓아가던 아멜리아는 제로스에게 물어보았다.
"어딜가는데요?"
"서둘러요. 제가 이 저택에서 가장 좋은 곳으로 안내할테니."
제로스가 아멜리아를 데리고 도착한 곳은 새하얀 돌로 만들어진 난간과 계단이 있는 멋진 테라스였다. 아직 저택에서 지낸지 얼마 되지 않은 아멜리아에겐 생소한 곳이었다.
"당신에 대한 얘기를 잡지에서 읽었어요. 정말 흥미진진하던데요? 특히 순결선언을 한부분이 아주 인상깊었어요."
"그래요? 모두들 칭찬하던데요."
"뭐 겉으론 당신을 칭찬하겠죠."
"그럼 제가 한 말이 잘못되었단 말인가요?"
"그런 얘기는 안했는데요?"
한참의 침묵이 흐른후 아멜리아는 제로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린 사랑을 하기엔 너무 어려요. 순간적으로 생긴 감정에 치우쳐서 너무나도 쉽게 자신의 몸을맡겨버리기 쉽죠. 사랑에 대해서 좀더 신중해 지자는게 잘못된 건가요? 사랑을 위해 자신의 순결을 지키자는 건데요. 이게 사랑의 정의에 어긋난 건가요?"
"글쎄요. 그 감정에 충실해 지지 않으면 그게 사랑인지 아닌지 어떻게 아나요? 무엇을 가지고 그게 단순한 호감인지 사랑인지를 판단하죠? 그게 사랑인지 아닌지는 사랑을 나누다 보면 자연히 알게 되죠. 사랑을 나누는 것이 마치 진정한 사랑의 최총 단계라고 생각하시는것 같은데 그건 아니라고 보는데요. 그건 단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일 뿐 대단한 건 아니에요."
"그럼 당신의 말에 따르자면 좋아하는 감정이 생길때마다 사랑을 나누어야겠군요. 그게 사랑인지 아닌지 판단해야 하니까요."
"너무나 감정적인 대응이시네요."
"난 당신이 내 생각을 이해해주리라고는 애초에 기대하지도 않았어요."
"그건 무슨 말이죠?"
"당신에 대한 얘기를 들었으니까요. 모든 여자와 자기로 맹세했다면서요?"
"대체 어디서 그런 소리를 들은거죠?"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말해봐요. 그게 사실인가요?"
제피리아에 온지 얼마 안된 아멜리아가 그런 말을 하다니 아마도 누군가 그녀에게 자신에 대한 얘기를 한 모양이었다. 대체 누가 이 아이에게 그런 말을 한걸까.
첫댓글 역시나! '비밀입니다'.. 이대사 나왓다 ><
리플 달아주셔서 고마워요~^0^
재미있어요..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네요. 앞으로 어떻게 될는지 궁금^-^